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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MSG, 결코 해롭지 않아요


몇 년 전 ‘먹거리 X파일’이라는 방송이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에 MSG를 쓰는 식당은 나쁜 식당, MSG를 쓰지 않는 식당은 착한 식당이라고 불렀지요. 당시 MSG 안 쓰기 운동이 대단해서 군대에서도 안 쓰겠다, 학교에서도 안 쓰겠다는 선언이 많이 나왔습니다. 요즘 방송에서는 다른 말들이 종종 나오네요. 집밥으로 유명한 한 요리사는 음식에 MSG를 쓰는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줍니다. “많이는 넣지 않는다”고 애교를 부리지만요. 어떤 요리사는 MSG를 “최고의 재료”로 꼽습니다. 도대체 MSG가 뭐기에 이러는 걸까요.

발견된 지 100년 넘은 감칠맛

1907년 일본으로 가볼까요? 우리가 만날 사람은 도GIB쿄대 물리화학과 교수인 이케다 기쿠나에 씨입니다. 이케다 교수는 국물에서 나는 독특한 맛이 궁금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혀가 느낄 수 있는 기본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 4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말린 다시마나 고기를 넣어 만든 국물에서는 분명히 다른 맛이 났죠. 이 맛의 정체가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케다 교수는 이 맛에 ‘우마미’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사실 글루탐산은 물에 잘 안녹는데 나트륨이 달라붙어 염의 형태가 되면 잘 녹으면서 우마미 맛을 내지요. 이것이 바로 글루탐산나트륨, 즉 MSG입니다. 우마미는 나중에 5번째 맛으로 공식 인정을 받습니다. 바로 감칠맛이지요.

주위에 “난 화학조미료 안 먹어” 하는 분들 있지요? 대부분은 MSG를 말하는 걸 겁니다. MSG의 유해성 논란은 1968년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떤 사람이 의학 학술지에 “중국 음식을 먹고 목 뒤와 등, 팔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죠. 여기에서 ‘중국식당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왔고, MSG가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쥐에게 과다한 MSG를 주사하자 뇌 조직에 이상 현상이 나타났거든요. 하지만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문제가 많았던 실험”이라고 지적합니다.

“쥐의 몸무게 기준으로 1kg당 2g의 MSG를 피하 조직에 주사했어요. 몸무게 60kg인 사람으로 치면 MSG 120g을 주사한 거지요. 어처구니없이 많은 양이었습니다.”

백 교수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실험에서 MSG가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에게 실험해보면 MSG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고 몸에 이상이 있다고 말한 사람이 1~2% 나타나는데, 커피나 토마토 주스 등 다른 음식을 먹어도 이상을 느끼는 사람이 같은 비율로 나타납니다. 심지어 MSG가 들어 있다는 걸 모르고 먹으면 증상이 많이 사라집니다. 백 교수는 “음식이 아니라 심리의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MSG가 특히 뇌를 공격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뇌는 보호장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식품으로 먹은 글루탐산이 직접 뇌로 들어갈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더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첨가물인 MSG의 양을 규제하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먹는 양으로는 몸에 해가 없다는 뜻입니다.
 
 

글루탐산은 다 똑같아

예전에 단맛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찾기 위해서 생겨난 맛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짠맛은 소금을 찾는 거지요. 그럼 MSG가 내는 감칠맛은 무엇을 찾는 걸까요. 바로 단백질입니다. 식품전문가인 최낙언 시아스 이사는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단백질의 10~40%가 글루탐산”이라고 말합니다. 감칠맛을 내는 다른 아미노산도 있지만 글루탐산이 가장 강한 감칠맛을 냅니다. 글루탐산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은 고기만이 아닙니다. 치즈에도 많고, 토마토에도 많습니다. 심지어 모유에도 많고요. 최 이사는 “우리는 엄마의 젖으로부터 단백질, 글루탐산, 감칠맛을 좋아하도록 훈련받는 셈”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MSG의 최대 논란이 시작됩니다. 비판하는 측에서는 조미료에 들어 있는 MSG는 자연에 존재하는 글루탐산과는 다른, 인공적으로 만든 물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몸에 들어오면 해롭다는 거지요. 하지만 식품학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광원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MSG가 물에 들어가면 글루탐산 음이온이 되므로 글루탐산과 MSG는 사실상 같은 물질”이라며 “글루탐산은 괜찮고 MSG는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MSG를 마음껏 먹어도 되는 걸까요? 아무리 해롭지 않다고 해도 식품첨가물은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게 좋습니다. 더구나 MSG를 많이 쓰면 재료의 고유한 맛을 충분히 맛볼 수 없게 됩니다. 만일 “내 몸은 MSG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MSG를 멀리 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식품성분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해야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MSG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현재의 과학입니다.


 

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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