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과정에서 예상치 않게 나타난 여러 난관에 굴하지 않고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부딪혔더니 신기하게도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환경에 따른 지의류의 변화를 탐구한 빙하탐험대 대원 송병현 군(충남 서령고 2)은 지난해 11월 25일 인천 연수구 극지연구소 본원에서 개최된 ‘빙하탐험대 페스티벌’에서 3개월 간 실험한 결과를 발표하며 “연구의 어려움과 기쁨을 모두 느꼈다”고 말했다. 송 군의 멘토로서 연구를 함께 한 이영미 극지연구소 생명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대원들이 실험 설계부터 진행까지 스스로 했을 뿐만 아니라 난관에 굴하지 않는 뚝심이 인상적이었다”며 “빙하탐험대 대원들은 미래의 과학자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과학자”라고 말했다.
빙하탐험대는 과학동아와 극지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주니어 극지연구 프로젝트다. 극지연구자와 탐험대원 학생이 팀을 이뤄 실제 과학 연구 현장을 체험하고, 직접 탐구 주제를 선정해 실험을 한다. 이날 온라인으로 개최된 빙하탐험대 페스티벌은 3개월 간의 연구를 마무리하는 행사로 17명의 탐험대원 학생들이 화상으로 탐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의 연구까지 계획한 탐험대원들
빙하탐험대는 빙하, 얼음화학, 미생물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고 연구를 수행했다. 분야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기후변화’를 탐구 주제로 선택한 대원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빙하 팀의 오인혁 군(인천 부광고 1)은 ‘온난화에 따른 영구동토층 속 메테인 방출’을, 얼음화학 팀의 이주하 양(서울 신정여중 2)은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얼음화학 반응 물질’을, 미생물 팀의 고은희 양(서울 한국켄트외국인학교 11)은 ‘지의류를 통한 대기 오염도’를 탐구했다.
고은희 양은 여러 논문을 탐독해 지의류의 전 세계 분포와 구성분자, 오염도를 비교했는데, 이번 탐구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진단하며 앞으로 추가로 진행할 실험 계획까지 세웠다. 고은희 양은 “지의류의 구성분자를 알아내는 장비를 쓸 수 있게 되면 제가 사는 동네 전역의 지의류 성분을 분석해 오염도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얼음화학 팀 고다희 양(경기 용인 페이스튼국제기독학교 11)은 온도와 첨가물, 마찰력을 달리하며 얼음의 미끄러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고다희 양은 “정밀한 환경에서 실험한 게 아니라 아쉽다”며 “기회가 된다면 얼음의 미끄러움 정도를 파악하는 실험을 더 정확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음화학 팀을 이끈 김기태 저온신소재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대원들의 발표를 본 뒤 “고다희 학생이 탐구한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실제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주제”라며 “대원들이 선정한 주제가 모두 참신해서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아니라면 멘토링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심화된 실험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원들은 어려웠던 탐구를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던 비결로 ‘멘토의 도움’을 꼽았다. 빙하 팀의 김유민 양(제주 한라중 2)은 “모든 것이 어려웠는데 멘토께서 열정적으로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더 열심히 했다”며 “멘토 님의 열정에 감동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빙하팀 멘토 한창희 빙하환경연구본부 연수연구원은 “학생들이 적극적인 모습에 반응했을 뿐”이라며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도구를 직접 찾아내고 공부하는 등 학생들의 열정이야말로 저에게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빙하탐험대 페스티벌은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이 대원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며 마무리됐다. 강 소장은 “청소년들이 진지하게 해낸 탐구 결과에 놀랐다”며 “이들이 바로 미래의 극지과학자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개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