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종목이나 홈 경기와 원정 경기 사이에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지만 미세한 환경이 다르거나 관중이 다른 정도다. 하지만 야구는 아예 구장의 모양이 다르다. 예를 들어 LA 다저스의 ‘다저스타디움’은 파울 지역이 유난히 넓다. 다른 구장 같으면 관중석으로 공이 넘어가 야수가 잡을 수 없는 파울볼이 이곳에서는 아웃이 된다. 때문에 다저스타디움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 친화적 구장이다. 다저스 타자들은 항상 성적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ESPN “홈과 원정의 득점 비율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이버메트리션들은 구장의 성향을 수치화한 ‘파크팩터’라는 통계를 세상에 내놓았다. 파크팩터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타자에게, 낮으면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란 뜻이다. 가장 처음 만들어진 파크팩터 공식은 유명 스포츠 채널인 ESPN에서 만든 ESPN 파크팩터다.

ESPN 파크팩터는 그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팀의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득실점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만큼 허점도 많다. 우선 홈경기에서 이길 때나 원정 경기에서 패배할 때는 9회 말을 진행하지 않는데 이를 제외했다. 실제 이닝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같은 팀에 있는 타자와 투수들의 대결은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KBO 리그에서 팀 평균자책점 1위(8월 10일 기준)는 NC 다이노스인데, NC 타자들은 이렇게 뛰어난 자기 팀 투수들과 대결하지 않는다. 만약 이들이 같은 팀 투수들과 대결을 했다면 지금보다 성적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잘치는 팀 투수들은 같은 팀 타자를 만나지 않는다.
이닝, 원정경기, 우리 팀 투수와 타자를 고려해야 이런 약점을 보완한 것이 미국의 야구 통계제공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파크팩터(BR 파크팩터)다. 여러 요소들을 보완한 만큼 공식이 매우 복잡하다. 먼저 연장경기와 끝내기 등을 고려한 ‘이닝 보정 지수’를 만들었다. ESPN 파크팩터를 이닝 보정 지수로 나누면 해당 팀의 원정경기와 홈경기의 득점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를 ‘득점 지수’라고 부른다. 득점지수가 1.1이라면 이 팀은 홈에서 원정보다 정확히 10% 득점을 더 많이 한 것이다.

여기서 앞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복잡한 문제가 하나 끼어든다. 1년에 144경기를 치르는 KBO 리그의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비율은 딱 절반이다. 메이저리그는 정확히 절반은 아니지만 역시 비슷한 비율이다. 홈경기는 딱 하나의 홈구장에서 치르지만, 원정경기의 경우 KBO는 10개, MLB는 15개가 넘는 서로 다른 구장에서 열린다. 10개가 넘는 구장의 결과를 원정경기 결과 하나로 묶는 것이 적절할까. 아주 극단적인 예로 2개의 원정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A라는 팀이 있고, 그 원정 구장들은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에 A팀의 원정경기 득점이 높아져 정작 홈구장의 득점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만약 원정 구장의 수가 충분히 커지면 결국 평균에 수렴하겠지만 KBO나 메이저리그 모두 원정 구장의 수가 그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원정경기 결과를 평균으로 바꾸기 위한 것을 다른 ‘구장 보정 지수(OPC, Other Parks Corrector)’라고 부르며 공식은 아래와 같다.


마지막으로 타자들은 같은 팀 투수를 상대하지 않는 문제, 반대로 투수들은 같은 팀 타자를 상대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앞서 구했던 ‘득점 지수’와 ‘구장 보정 지수’를 곱해 팀의 ‘스코어링 지수(SF, Scoring Factor)’를 구한다. SF는 보정을 거친 원정 구장 득점과 홈경기의 득점 비율이다. 이어서 해당 팀을 제외한 리그의 다른 팀들의 SF도 같은 방법으로 구한다. 이를 이용해 ‘팀 타격 지수’를 구할 수 있다.

팀 타격 지수는 리그 전체에서 팀의 타격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통계다. 유사한 방법으로 팀투수 지수도 구해, 구장 효과를 제외한 팀의 정확한 타격과 투수력을 구한다. 그런데 만약 타격이 아주 좋지만(팀 타격 지수는 높고) 투수력이 형편없는 팀이 있다(팀 투수 지수는 낮은)고 해보자. 이 경우 타자와 투수를 동시에 고려하면 해당 홈구장의 정확한 파크팩터를 구할 수 없다. 때문에 BR 파크팩터는 타자와 투수의 파크팩터를 따로 계산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타자 파크팩터’와 ‘투수 파크팩터’다. 여기서는 타자 파크팩터만 소개한다

투수 파크팩터는 팀 투수 지수 대신 팀 타격 지수를 사용한다. 타자 파크팩터도 1.00이 기준이다. 그렇다면 리글리 필드와 다저스타디움은 어떨까. 2014년 기준으로 리글리 필드와 다저스타디움의 타자 파크팩터는 각각 0.99와 0.98이다. 통계로는 두 구장 모두 타자와 투수가 공평한 중립구장에 가깝다. 명성과 다른 결과에 당황했다면 베이수볼 다음 화를 기대하시라. 메이저리그와 한국 구장의 비밀을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