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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끈 매고 뛰는 우주 런닝머신

➓ 심혈관과 근골격계


끈 매고 뛰는 우주 런닝머신
체력 단련실로 들어가자 교관 줄리아가 하우스 박사로부터 받은 검사 결과를 보고 있었다. 줄리아는 엄격하지만 똑똑하고 매력적인 40대 초반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교관이다.

“김선홍 대원님, 결과가 나쁘지 않네요. 그렇지만 우주비행을 하는 동안 골밀도가 낮아졌어요. 골다공증에 걸릴 수 있으니 방심하면 안돼요.”

눈인사도 나누기 전에 날아온 지적. 그런데 골다공증이라니! 꼬부랑 할머니가 걸리는 질병 아닌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줄리아가 설명을 이어갔다.
 
위로 솟구친 머리카락.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몸의 모든 기관이 지구에서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뼈와 심혈관계도 마찬가지다.


“혹시 뼈가 한번 만들어지면 평생 그대로 유지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뼈는 변해요. 역동적인 기관이라고요.”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여기에 특히 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우리 몸의 뼈는 두 가지 세포로 돼 있고, 이들 사이의 줄다리기로 평형을 유지하고 있어요. 하나는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예요. 파골세포가 오래된 뼈를 없애고 그 자리에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를 만들지요. 이 과정이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데, 약 7년에 한 번씩 오래된 뼈가 새로운 뼈로 바뀌어요. 중력은 이런 과정을 자극해 건강한 뼈를 만들죠. 근데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파골세포는 뼈를 많이 파괴시키지만 조골세포는 새로운 뼈를 만들지 못해 뼈가 약해져요.”

줄리아의 설명은 5분간 더 이어졌다. 우주에서는 무중력 때문에 뼈의 칼슘이 빠져 나간다. 우주에서 한 달 정도 생활하면 전체 뼈에서 1% 정도의 칼슘이 빠져 나간다. 3년간 우주에서 생활하면 대략 36%의 칼슘이 몸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칼슘은 우리 몸의 모든 곳에 존재하며 근육의 수축, 골격과 치아 형성, 그리고 근육과 골격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칼슘이 사라지면, 곧바로 골다공증, 근육 퇴화 등이 일어나고 오래되면 생명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

우주 생활을 기획하던 초창기부터 무중력 상태에서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방지할 대책이 연구돼 왔다. 그러나 운동과 스트레칭, 그리고 약물요법 외에는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 특히 운동은 필수였다. 다만 매일 쉼 없이 하면 내성이 생겨, 매번 조금씩이라도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 피로했다.

“특히 체중 부하가 많은 척추와 다리뼈가 가장 약해지죠. 그래서 우주에서는 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지구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답니다. 주의하세요.”

우주 비행을 하는 동안 나는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운동을 주로 해왔다.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무중력인 우주에서 중력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몸에 고무줄처럼 탄성이 있는 끈을 매달고 달린다는 점이다. 옆에서 보면 우스꽝스럽지만, 직접 해보면 꽤나 불편하다. 1996년에 무려 188일 동안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했던 우주인 넌 루시드가 “미르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밧줄을 매고 런닝머신을 달린 것”이라고 말했는데, 바로 공감이 갔다. 물론 NASA의 우주인 수니 윌리엄스처럼 200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릴 때 우주의 런닝머신에서 지구의 마라토너와 똑같이 42.195km를 완주한 사람도 있지만…. 다행히 화성에서는 체중의 20%에 해당하는 힘으로 당겨주기만 해도 지구에서 달릴 때와 같은 운동효과가 난다니, 앞으로는 좀 나아질 듯 하다.
 

심장을 위협하는 수분 상실

“그나저나 여행하는 동안 갈증이 자주 느껴지지 않았나요?”

나도 모르게 목으로 손이 갔다. “여행 때요? 잘 모르겠어요.”

“중력이 사라지면 혈액이 머리와 가슴 부위에 모이거든요. 그러면 이를 느낀 심장이 신장을 통해 체수분을 방출해 버리죠. 몸은 만성적인 수분 손실에 시달리는 거고요.”

좀 이상했다. 난 화성에 도착할 때까지는 몸에 물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역시 그렇군요. 무중력 공간에서, 갈증에 대한 욕구는 지구에 비해 떨어져요. 지구에서와 달리 마시는 만큼 다시 소변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셔도 별 소용이 없기도 하고요.”

이런 증세는 꽤 위험하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게 하니까. 다행히 화성에 들어온 이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계속 갈증을 느꼈고, 며칠~몇 주 사이에 다시 원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수분 부족 때문에 운동 능력도 상당히 떨어졌을 거예요.”

수분이 부족하니 혈액도 부족하고, 심장은 적은 양의 혈액으로 운동에 필요한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한다. 유산소 운동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우주에서는 여건 상 그렇게 땀 흘려가며 운동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PLUS 참조).

“그나저나 비타민을 안 드셨다죠? 안됩니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근육을 소모시키거든요. 이걸 막아주는 게 비타민 C죠. 또 아시다시피 칼슘 소실을 방지하려면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비타민 C가 부족하면 고강도 운동이 오히려 근골격계의 퇴화를 초래할 수도 있어요. 더불어 비타민 E는 근육 세포의 손실을 막아주고 회복을 돕기 때문에 비타민 C와 함께 충분히 섭취하셔야만 해요.”

오늘은 하루 종일 혼난다. 순간적으로 낯빛이 어두워지자 눈치 빠른 줄리아가 쾌활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훗! 너무 염려 마시고 운동에 집중하세요. 걷기나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은 몸 안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선 오히려 가장 접하기 어려운 운동 중 하나죠.”
줄리아는 런닝머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이 콜버트(C.O.L.B.E.R.T.)라는 특수한 장비가 개발됐어요. 개발된 지 10년도 더 됐지만 여전히 우수한 장비예요. 이 장비는 무중력 상태에서 인체에 저항을 주기 위한 끈 말고도 다른 중요한 특징이 있어요. 바로 사람이 달릴 때 지면과 맞닿아 발생하는 충격이 우주선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런닝머신은 다 그렇지 않나요?”

“차원이 달라요. 보통 성인이 런닝머신 위에서 달릴 때 약 270kg 정도의 힘이 바닥에 가해져요. 집이라면, 1층에서 뛰어도 집안 전체가 진동할 정도의 힘이라고요. 우주선에 이 정도의 힘이 가해진다면? 아마 그 우주선에는 재앙일 걸요? (줄리아는 손으로 뭔가가 폭발하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그 힘을 60분의 1(약 4.5 kg)로 낮추는 이 기구가 나온 거예요.”

교관의 지도에 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동을 했다. 교관이 건네주는 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힘이 들어서인지 지구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래, 어머니도 요새 뼈가 약해졌다면서 골다공증 약을 드셨어.

“교관님, 혹시 우주 비행 중에 생기는 골다공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나요?”

“아쉽지만 아직은 없어요. 뼈가 약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지구의 골다공증 약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없고요…. 다만, 2011년 아틀란티스 호에 탄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골다공증 신약 실험이 처음으로 수행되었고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김선홍 대원님이 다음 우주비행을 할 때에는 신약이 개발됐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음 우주 비행이라…. 미소를 짓는 줄리아의 얼굴을 보니, 다음에도 그녀와 함께 화성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임미정 숙명여대 교수, 김한성 연세대 교수, 이대택 국민대 교수
  • 일러스트

    박장규
  • 에디터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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