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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톰슨로이터가 지목한 한국인 후보들

KAIST 화학과 교수 유룡,

톰슨로이터가 지목한 한국인후보들
유룡 교수 인터뷰 영상

한창 잘 나가다가 연구가 벽에 꽉 막힌 상황이었어요. 절벽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완전히 새로운 걸 해야겠다 싶어서 도전한 게 제올라이트로 메조다공성 물질을 만든 연구였어요. ‘사이언스’지에서 2011년 10대 성과로도 꼽혔는데 그걸 연구하다 정작 교수평가에서는 D를 받았죠. 어려운 걸 하다 보니 논문이 잘 안 나왔거든요.”
 
유룡 KAIST 화학과 교수(59, 기초과학연구원 단장)는 업적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쓴소리부터 했다. 유 교수는 “독창적인 연구를 하려면 기다려줘야 한다”며 “논문 수, 인용지수 등으로 과학자를 평가하는 현 제도가 새롭고 어려운 연구를 주저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유 교수가 지금까지 쓴 논문은 모두 2만 번 가량 다른 과학자들에게 인용됐다.

유 교수는 어렵게 KAIST 교수가 된 뒤에도 제대로 된 연구를 하지 못하는 삶이 답답했다. 우연히 한 학회에서 실리카로 만든 메조다공성(중간크기의 구멍이 많은) 물질을 알게 됐고, 마흔이 돼서야 이 물질을 합성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구조 분석만 하다 합성은 처음 해본 건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더라고요.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아예 전공을 바꿨죠. 하하.” 이 분야에서 잘 나가다가 또 답답함을 느껴 도전한 것이 ‘대박을 낸’ 제올라이트로 메조다공성 물질을 만드는 연구였다. 유 교수는 “죽어가던 나를 구사일생으로 구한 연구”라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제가 만든 제올라이트와 탄소 메조다공성 물질의 응용성을 찾아내는 연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촉매나 투명 전극, 저장장치 같은 게 좋은 예겠죠. 누가 알아요, 정말 10년 뒤에 그 성과로 노벨상도 받게 될지. 그런데 똑같은 연구 한다고 연구비 안 줄까봐 걱정이에요. 어쨌든 논문이 아니라 진짜 좋은 연구에 집중할 겁니다.”


유전체 연구의 중요성 인정받아 기쁩니다

찰스 리 - 미국 잭슨랩 유전체의학 연구소장

 
찰스 리(45, 한국이름 이장철) 미국 잭슨랩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의 업적은 유전자의 ‘단위반복변이(CNV·Copy Number Variation)’를 발견한 것이다. CNV는 사람마다 같은 유전자라도 개수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당시만 해도 유전자의 염기서열 차이가 눈동자 색과 질병민감성 등 겉으로 보이는 형질을 바꾼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 소장은 기존 개념을 뒤엎고 유전자의 개수가 이런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소장은 “개념은 새롭지만 현상 자체는 염기분석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보통 직선 모양의 데이터가 나온다. 하지만 종종 그렇지 않은 부분이 나타나는데, 연구자들은 그동안 이를 실험 오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의문을 품고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개인별로 유전자의 반복횟수가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한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냈죠. 미심쩍었는지 이것저것 더 실험해 보라고 시키더군요. 그 실험을 다 하면 2년은 걸릴 것 같아 ‘너희에게 안 낸다’고 대답했죠.” 그 학술지는 논문을 받아줬고, 이듬해 이 개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문을 연달아 냈다. 지금 이 소장은 일명 ‘아바타 쥐’ 연구를 하고 있다. 환자의 암 조직을 쥐에 넣어 암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는 연구다. 2년 전에는 서울대 의대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의대로 진학한 이 소장이 의사의 길을 계속 걷지 않고 생명과학자로 돌아선 이유도 물어봤다. “의대 다니면서 암기가 정말 싫었어요. 그나마 당시 배운 유전학은 암기가 필요 없더라고요.” 그는 또 “의대에 간 것은 아버지의 권유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병원 연구원이던 이 소장의 아버지는 늘 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왜 있잖아, 한국 부모들 다 똑같다 아이가~. 의사 아니면 변호사다.” 영어로 대답하던 그가,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는 숨겨뒀던 구수한 대구 사투리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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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신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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