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 전까지 1천2백여종의 최신 학술잡지들이 전시돼 있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 도서관의 서가가 텅 비어 있다고 한다. 1989년에 외화 할당이 폐지되면서 도서관측이 구독잡지의 약 90%를 해약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에티오피아 수도 과학자들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잃어버렸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선진공업국으로부터 들어오던 과학정보의 흐름이 최근 10년간 멈춰버렸다고 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개발도상국 18개국 40명 이상의 과학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주요잡지, 주요 국제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따돌림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 이유로는 빈곤, 문화격차, 제3세계 과학자들에 대한 갖가지 편견 등이 꼽혔다.
대표적인 과학잡지에 지난 한해 동안 실린 논문목록을 보면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의 집필자가 적어도 한사람씩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전세계의 과학자, 기술자의 76%만을 배출하고 있다.
물론 투자되는 연구비 불균형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개발도상국의 연구논문이 채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이언스'지는 0.3%, '네이처'지는 0.6%, '랜셋'지는 2.7%, '셀'이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는 전혀 게재된 적이 없다.
갖가지 장벽이 개발도상국 과학자의 논문게재를 막는 걸림돌이 된다. 최대의 장애는 자금부족이다. 그 결과 "많은 주요잡지가 요구하는 1p당 1백50달러까지 이르는 논문게재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테네시대에 유학중인 튀니지출신 연구자 라루시는 말한다. 그는 물리학잡지의 편집자로도 일하고 있는데, 지난 해 겨우 이 잡지에 튀니지인 2명의 논문을 게재 할 수 있었다. 논문게재료는 빚으로 처리했다.
이렇듯 연구비가 적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의 연구자들은 정보교환에 팩시밀리나 전자메일을 사용할 수 없다. 그때문에 유럽과 미국 등지처럼 전자네트워크나 CD롬 장치의 급속한 보급에 의한 학술출판물 이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매요금 상승과 화폐가치 하락 때문에 학술잡지들은 많은 개발도상국 도서관들이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가 돼 버렸다. 전미과학진흥협회(AAAS)는'아프리카 13개국에 있는 31개 도서관 중 최근 정기간행물을 계속 구입하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같은 정보부족은 논문을 작성할 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참고문헌 인용이나 선진각국 관련논문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논문 기준에 미흡하게 된다. 1류잡지를 갖춘 도서관이 채 10%도 안되는 인도에서는 최신 연구경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연구자가 많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의 논문을 2류품 취급하는 잡지편집자가 있다고 믿는 연구자는 학회의 편견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그들 대다수는 차별을 느끼고 있고 개발도상국의 논문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출신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압두스 살람은 말한다. 그는 제3세계과학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최근까지 그 의장을 맡기도 했다.
인도 국립면역연구소의 전회장 탈와르는 "논문게재를 거부당한 과학자도 박사학위취득후 연구를 외국에 나가서 하면 주소변경 하나로 모든 양상이 바뀐다"고 한다.
유명한 세계적 잡지로부터 논문 게재를 거부당한 개발도상국 과학자는 지방잡지에 논문을 싣게 되는데, 그 대부분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는 선진국의 과학자가 전문 분야의 진보를 알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과학인용인덱스'에 1993년 등록된 3천3백개 잡지 중 개발도상국의 잡지는 겨우 50개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