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자체가 여성의 성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 함부르크 에펜도르프대 디트리히 클러스만 교수팀이 2006년 9월 학술지 ‘휴먼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를 보자. 남녀 5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0세 여성의 60%가 상대방을 만난 초기에 ‘자주’ 성관계를 원한다고 나타났다. 이 수치는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20년쯤 지났을 때는 여성의 20%만 정기적인 성관계를 원했다(남성은 60~80% 수준에서 유지됐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미국 시카고대 인구조사센터의 린다 웨이트와 코넬대 정책분석경영학과 카라 조이너가 국립보건과 사회생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독신이나 동거 커플보다 결혼한 부부의 성생활이 더 충만했다. 서툰 신혼부부의 성관계보다 서로 가려운 곳이 어딘지 알고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중년 부부의 진한 성관계가 훨씬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결혼 생활 내내 성관계가 지속되는 건 아니다. 특히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은 젖을 분비하도록 프로락틴 호르몬은 높아지고 테스토스테론수치는 낮아진다. 에스트로겐 생성이 억제되고 질액분비가 줄어 성행위 시 통증을 느낀다. 두 가지 현상은 모두 여성의 성욕을 떨어뜨린다. 수유할 때 옥시토신 분비가 활발해져 아기에게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별도로 배우자를 찾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미국 럿거스대 인류학자 헬렌 피셔 박사는 이를 진화론적 적응으로 설명한다. 그는 “엄마가 아기를 돌보지 않으면 아기는 사자에게 잡아먹힌다”며 “남편은 엄마가 아기와 유대감을 강화하도록 진화한 체계에 맞서 싸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성욕 차이로 부부간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이는 정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성욕도 곧 회복된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 특히 기혼자는 심장이 튼튼하다. 4월 1일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대 연구팀이 심장질환을 앓는 미국인 350만 명을 대상으로 고혈압, 비만, 흡연 같은 요소를 제외하고 결혼 여부에 따라 분석했더니 심장질환 발병 확률이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5% 낮았다. 특히 50세 이하에서는 그 차이가 12%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20여 가지 사망 원인에 대해 기혼자가 모든 부문에서 미혼자보다 안전하다고 밝혔다. 캐나다 통계에 따르면, 기혼자는 미혼자보다 남자는 7년, 여자는 3년 더 오래 산다. 이는 결혼하면 위급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재원이 두배가 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은 계층이 일반적으로 저소득층보다 건강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또 여성이 가족의 ‘건강돌보미’ 역할을 하는 것도 이유로 들수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병원에 자주 가며, 남자에 비해 가족 건강을 상담하는 경우가 두 배 이상 많다. 아내들은 남편이 발기부전이면 심장 질환을 의심하고, 목말라 하면 당뇨병을 걱정해 준다.
물론 남편도 아내 건강에 도움을 준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및신경과학과 제임스 코언 교수는 결혼 만족도 설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혼 여성 16명을 뽑아 가벼운 전기 쇼크를 주면서 MRI(자기공명영상)로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누구의 손이든 잡으면 곁에 아무도 없을 때보다 스트레스가 줄었다. 그런데 남편의 손을 잡을 때는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까지 진정됐다. 마치 진통제를 투여할 때와 같았다.
하지만 “건강해지려면 결혼하라”는 권유는 옳지 않다. 단지 결혼하는 것만으로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한 결혼 생활은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영향을 주며, 결혼에 대한 의무가 약해진 요즘 시대에 독신을 ‘선택’한 미혼자들은 불행한 기혼자보다 오히려 건강하다. 행복한 결혼이어야만 건강하다.
동거하는 커플은 어떨까. 이런 뇌 반응은 애인 사이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두뇌는 동거인지 결혼인지 알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 짐 코안 박사는 부부와 동거 커플을 스크린 앞에 앉히고 무릎에 충격이 올 거라는 암시를 줬다. 이 때 파트너의 손을 잡도록 하고 MRI로 뇌 시상하부를 관찰했다.
분석 결과, 부부의 뇌는 동거 커플에 비해 금방 안정을 찾았다. 특히 합법적 부부는 아니지만 스스로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동성커플도 부부와 똑같았다. 결혼했다는 생각이 뇌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코안 박사는 “결혼했다는 생각이 두 사람의 유대감을 훨씬 더 높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