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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허파에 낀 초미세먼지는 정말 중국산일까

내 허파에 낀 초미세먼지는 정말 중국산일까




1. 초미세먼지라는 말 잘못됐다
(학계에서 초미세먼지는 1.0μm 이하를 뜻해)


미세먼지의 크기를 놓고 혼란이 많다. 일기예보에 나오는 미세먼지 경보는 지름이 10μm 이하인 먼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지름 2.5μm 이하의 먼지만 미세먼지(fine particles)라고 부른다. 초미세먼지(ultra fine particles)는 1.0μm 이하의 먼지다. 갑자기 미세먼지가 습격하는 바람에 개념이 잘못 잡힌 것이다.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으니 이참에 국제기준에 맞게 용어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외국처럼 PM2.5의 정식명칭을 미세먼지, PM1.0을 초미세먼지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0μm든 2.5μm든 해로운 건 마찬가지인데 굳이 가릴 필요가 있을까. 온 하늘을 먼지가 덮고 있는데 저건 미세먼지, 저건 그냥 먼지라고 할 만큼 한가한가. 이런 논란이 생긴 것은 단순히 용어만 헷갈리기 때문이 아니다. 더 위험한 ‘진짜’ 미세먼지를 제대로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10μm 이하 먼지는 호흡성 먼지(respirable particles)라고 한다. 물론 10μm 크기의 먼지도 농도가 높아지면 위험하지만, 대개 호흡할 때 코털이나 허파의 섬모에 걸려 재채기나 가래로 다시 나온다. 그러나 2.5μm 이하인 진짜 미세먼지나 1.0μm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허파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훨씬 더 위험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는 작년 10월 PM2.5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초미세먼지에도 급이 있다

같은 초미세먼지라도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몸에 해로운 정도가 다르다. 미국 하버드대 환경보건학과 프랜신 레이든 교수팀이 2000년 PM2.5의 발생 원인에 따라 사망률 증가를 계산해 발표했다. 흙먼지 등 자연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10μg/m3 증가하면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은 반면, 황산염 등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초미세먼지는 사망률을 1.1% 높였다. 질산염 등 자동차가 발생원이면 3.4%나 높아졌다.

생기는 병도 다르다. 허종배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팀의 조사 결과 소각로와 제설용 염화칼슘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을 일으켜 사망률을 높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디젤차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 등은 심혈관계질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처럼 단순히 초미세먼지의 전체 농도를 예보하는 것보다 발생원을 추적하고 먼지 성분별로 구분해 예보를 하면 훨씬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2. 미세먼지는 불평등하다
(가난하면 미세먼지에 피해 입기 쉬워)


미세먼지의 위험은 똑같지 않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피해는 더 많이 입는다. 이종태 교수팀은 서울에서 천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15세 이하 어린이들을 조사한 뒤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해 2006년 ‘직업환경건강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시에서 종로구를 제외하고 24개 구를 평균소득에 따라 고소득, 중간소득, 저소득 지역으로 8개씩 나눴다(종로구는 미세먼지 정보를 수집할 수 없어 제외했다). 그 후 각 지역의 대기 수준과 어린이 천식환자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미세먼지는 고소득 지역이 가장 높은 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어린이 천식환자의 비율은 저소득 지역이 가장 높았다. 저소득 지역 어린이들이 부모 또는 주변 어른의 돌봄이 상대적으로 적은 등 미세먼지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수십~수백만 원 대의 공기청정기를 집 안에 들여놓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해보면 이런 건강불평등이 쉽게 이해간다. 이 교수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부터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는 노인과 아기를 노린다

세대별로도 미세먼지가 먼저 노리는 대상이 있다. 노년층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M2.5 미세먼지가 10μg/m3증가할 때 일반인의 하루 평균 사망률은 0.95% 증가했다. 그런데 65세 이상 인구는 1.37%나 증가했다. 허혈성심장질환 증가가 주 원인이었다. 혈관을 미세먼지가 막은 것이다.

 





정확히 몇 명이나 더 죽는지 알아보자.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2월 24~27일에 PM2.5 먼지 농도는 62~84μg/m3로 기준치(25μg/m3)를 훨씬 초과했다. 맑은 날 서울에서 하루 평균 109명씩 죽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한 날은 약 6명씩 더 죽을 수 있다. 레이든 교수팀의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대 20명이 추가로 사망한다. 4일 동안만 서울에서 24명~80명가량이 미세먼지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PM2.5 미세먼지로 인한 초과사망자수가 매년 1만5700명에 달했다. 임 교수 역시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오염원 근처에 사는 비율이 높아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다”며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초과사망자수가 2024년에는 2만6388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뱃속에 아기를 가진 엄마는 미세먼지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임신 중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영아사망률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손지영 미국 예일대 산림환경대학원 박사와 이종태 교수팀은 서울에서 2004~2007년까지 태어난 아기 중 생후 1년 이내 사망한 225명이 태아 상태에서 미세먼지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PM2.5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상위 25% 엄마들이 낳은 아기의 사망률이 무려 53%나 증가했다. 아기의 호흡기능과 면역계 발달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방어체계 무력화시키는 PM2.5 먼지
 
 

 


3. 미세먼지, 중국산일까 국내산일까
(평소엔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나와)


미세먼지를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물론 중국산 미세먼지도 많다. 문제는 정확히 얼마나 많으냐는 거다. 뒤집어 생각하면 올 겨울 미세먼지에 우리나라 책임은 과연 없을까.

중국은 화력발전소나 가정용 보일러에서 석탄을 주로 쓰는데, 여기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중국 베이징의 PM2.5 농도는 올해 1월 최고 685μg/m3을 기록했고, 2월에는 무려 835μg/m3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에서 초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날의 10배나 되는 농도다. ‘우리나라에서 주의보를 발령하는 수준이면 베이징에서는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조깅을 한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전한다. 중국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추가 사망자수가 120만 명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렇게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상승기류를 만나 1.5~2km 상공으로 올라간 뒤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이닥친다. 이 과정에서 국내산 미세먼지와 섞인다.

중국산 미세먼지는 성분이 다르다

중국산 식재료를 전문가가 척 보면 구분해내는 것처럼, 미세먼지도 성분을 분석해 보면 출처를 알아낼 수 있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과 인천 대기의 황산화물 농도를 측정해 미세먼지가 중국으로부터 넘어왔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석탄을 태웠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황(SO2)은 공기 중에서 산소와 결합해 황산이온(SO42-)으로 변한다. 그런데 김 교수가 황산이온/이산화황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일본이 가장 높았고, 한국이 중간, 중국이 가장 낮았다. 이는 황 오염물질이 처음 중국에서 발생한 뒤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 교수는 “황산이온과 이산화황 비율을 미세먼지의 출처를 밝히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들어있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다이옥신,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농약류 등)을 분석해 근원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도 있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작년 서해 일대에서 미세먼지를 모니터링하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국내에서 수십 년 전에 사용이 금지됐거나 전혀 사용된 적 없는 DDT와 미렉스(Mirex) 같은 농약류가 계속 검출된 것이다. 이 결과 역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된다는 직접적인 증거다. 최 교수는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농약을 우리나라에서 발견하거나, 유기오염물질들의 성분비를 분석해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견적’을 내보자. 도대체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는 얼마나 되는 걸까. 우리는 얼마나 중국탓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이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정보를 공개해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다. 장임석 기상청 미세먼지팀 연구관은 “대략 우리나라에 떠다니는 미세먼지의 40% 정도는 중국에서 온 것으로 추정한다”며 “나머지는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겨울철 난방 등으로 미세먼지가 일시적으로 고농도로 유지될 때는 60%, 심하면 80%까지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 2월 말처럼 한반도 오른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나 알류시안 저기압 같은 큰 기단이 자리 잡을 경우 미세먼지가 막다른 골목에 갇힌 것처럼 한반도 상공에 오랫동안 머무르기도 한다.



중국 탓만 해선 해결되지 않는다

장 연구관의 말대로라면 평상시 우리나라에 떠다니는 미세먼지의 60%는 국내산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결코 적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0년 11만7000t, 2011년 13만1000t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제조업에서 석탄연료 사용이 늘어난 탓이다. 2011년에 발생한 오염물질 중 초미세먼지는 8만2000t으로 63%를 차지한다.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석탄화력발전소를 15기나 가동하고 있다. 2022년까지 12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처장은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근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부제나 5부제를 실시하는 등 차량운행만 조절해도 미세먼지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질소 산화물은 특히 승용차에서 많이 나온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차량 2부제를 시행한 결과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이 바로 10%씩 줄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중국산 미세먼지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오히려 국내산 미세먼지에 뒤통수 맞는 일이 벌어진다”며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감축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중국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산VS국내산 초미세먼지




4. 미세먼지가 기후변화 일으킨다
(지구온난화 감소시키지만 되려 냉각화 이끌 수도)

미세먼지는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 규모의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중에서도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가 불완전 연소될 때 나오는 블랙카본(그을음)은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는 물질이다. 검은색 종이가 빛을 잘 흡수하듯 새까만 입자인 블랙카본은 태양복사에너지를 잘 받아들인다. 주로 가시광선 영역을 흡수한 뒤 파장이 좀 더 긴 적외선으로 방출해 대기를 가열시킨다.

특히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블랙카본은 상당히 농도가 높은 편이라 태양복사에너지의 대기가열율을 30%가량 상승시킬 수 있다. 김상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은 2008년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와 공동으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공기괴(공기덩어리)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블랙카본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와는 달리 대기 중 체류시간이 수 일에서 수 주로 짧고 대부분 발생지 근처에서 영향을 준다”며 “하지만 중국 미세먼지처럼 바람을 타고 장거리 수송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 미세먼지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블랙카본을 제외한 다른 미세먼지들은 정 반대로 지구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작년 9월 발표한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이 포함된 에어로졸은 온실효과(Green House Effect)의 반대인 화이트하우스 효과(White House Effect)를 일으킨다.

화이트하우스 효과는 태양에서 오는 빛을 에어로졸이 반사해 지구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김 교수는 “위성에서 보면 에어로졸이 많은 지역은 빛이 반사돼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며 “마치 양산을 쓴 것처럼 에어로졸 아래 지역은 태양복사에너지가 줄어들어 온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산화황에서 만들어지는 황산염 에어로졸은 특히 햇빛 반사율이 높다.

블랙카본이 일으키는 온난화 효과와 (블랙카본을 제외한) 에어로졸이 일으키는 냉각 효과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지역에 따라 에어로졸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평균을 내면 냉각효과가 2배 이상 크다. 정철 GIST 환경공학과 교수는 “특히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초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에 온난화 효과든 냉각 효과든 다른 곳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몇 °C가 올라가고 내려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인공위성에서 중국 동북부를 찍은 사진

 

 




에어로졸로 온실효과를 상쇄한다?

에어로졸 때문에 대기 온도가 낮아져 지구온난화가 줄어든다니 좋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에어로졸 배출이 너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국종성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에어로졸이 빙하기 당시 극지에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를 작년 1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국 박사는 남·북극 빙하에 퇴적된 미세먼지의 양을 분석해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넘어가던 시기(2만5000년 전~5000년 전)의 에어로졸 양을 추정했다. 이 기간에 극지의 에어로졸은 지구 전체 평균보다 12배나 많이 줄어들었다. 태양복사를 반사하던 에어로졸이 줄어들면서 극지 온도는 지구 평균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국 박사는 “에어로졸 양이 급격히 변하면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중국, 인도 등의 산업화로 미세먼지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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