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트랜스」를 복용한 24명중 23명이 완치되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 내
1985년 중국 상해 제2의과대학 왕젠이 교수는 프랑스 파리성 루이병원 혈액학자인 로랑 드고의 연구실을 찾았다. 마침 드고는 백혈구의 암이라고 일컫는 백혈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드고는 다른 부위의 암과 마찬가지로 백혈병도 미성숙세포의 이상분열과 이상증식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백혈병을 무모한 청소년 범죄와 비유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 세포가 성숙하도록 도와주면 병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드고는 비타민A와 유사한 레티노익산(酸)을 첨가, 어린 백혈구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드고는 '올-트랜스'라는 명칭의 합성레티노익산을 백혈병 세포에 첨가했다(시험관 내에서). 그 결과는 예상대로 백혈병 세포의 분화 또는 사멸로 나타났다. 특히 한 급성 백혈병(promyelocytic leukemia)에는 즉효가 있었다.
왕교수는 드고의 실험장면을 인상적으로 목격한 뒤 상해로 되돌아갔다. 그는 제약회사에서 구입한 '올-트랜스'를 자신의 진료실을 찾는 프로마이엘로세포 백혈병 환자에게 제공했다. 이를테면 레티노익산의 항암효과를 기대하면서 생체실험을 한 것이다.
프로마이엘로세포라는 어린 백혈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프로마이엘로세포 백혈병이라는 병명이 붙었는데 일반적으로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1천5백명이 그 병에 걸리는데 그중 3분의 1이 사망하므로 치명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왕박사의 보고에 따르면 '올-트랜스'를 복용한 24명의 환자중 23명이 회복됐다고 한다.
"왕박사가 소식을 알려와서 1987년에 나는 중국을 방문했다. 이때 얻은 '올-트랜스'를 파리로 가져가 환자들에게 적용해 보았다." 드고박사의 말이다.
아무튼 드고의 임상실험 결과는 더 놀라운 것이었다. 환자의 75%가 '올-트랜스'를 복용한지 3개월 이내에 혈액암을 완전히 극복했던 것.
그 소문을 접한 미국 메모리얼슬로안-케터링 암센터(뉴욕 소재)의 혈액학자 레이몬드 와렐은 드고를 초청, 레티노익산에 대한 강연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드고의 강의를 들은 암센터의 연구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레티노익산의 항암효과를 보다 과학적으로 입증해 나가고 있다.
와렐은 "11명에게 투약했는데 그중 8명에게서 효험을 보았다. 특히 6명은 거의 완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드고도 그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아울러 항암제를 사용하면 반드시 따르는 부작용이 적다는 점도 그를 고무시키고 있다. 하품 탈모 설사 심한 통증을 나타냈던 종전의 함암제와는 달리 레티노익산은 피부와 점막이 건조해지고 두통을 일으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트랜스'가 확실한 항암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는 아직 미지수다. 완치가 된 것으로 간주했으나 2~18개월 후에 재발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레티노익산의 작용이 방해받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드고 왕 와렐 등 관련 연구자들은 레티노익산이 백혈병은 물론이고 다른 암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임시변통의 고식약이 아닌 암을 완전히 치료해주는 근치약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최근 호프만-라 로쉬사(社)는 이들 연구자가 약효평가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올-트랜스'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왕박사의 합류만 남았다. 드고는 왕이 파리로 건너 와서 함께 연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