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를 흡수 또는 방출하는 이 기이한 합금은 에너지원으로 또는 에너지 전달매체로 활용된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많은 양의 수소를 쉽게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금속이 있다. 바로 수소저장합금이다. 그러면 수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 정체를 알아보자.
석유자원이 고갈돼 감에 따라 새로운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태양열 조력 지열 뿐만 아니라 해수의 온도차이까지 이용하려고 시도하는등 대체에너지 후보가 여럿 등장했다. 즉 저급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를 활용하려면 우선 효율적인 저장 및 운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수소를 에너지 전달 매개체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수소는 그런 일을 해 내는데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소는 물을 분해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타고 나면 물이 되기 때문에 공해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무 수소는 자원이 무한해 미래의 대체에너지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소의 저장은 곧 에너지의 저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대개의 수소는 기체나 액체상태로 저장돼 왔다. 즉 고압의 기체상태나 -2백53℃의 액체수소상태로 활용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안전성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모두 해결할 묘책이 있다. 바로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수소저장방법이 그것이다.
기체·액체수소보다 유리하다
그러면 수소저장합금이란 무엇일까? 수소저장합금은 아래의 식과 같이 간단히 표시된다. 즉 수소와 가역적(可逆的)으로 반응, 수소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는 금속(합금)을 말한다.
M(금속)+$\frac{x}{2}$H₂⇆MHx(수소화합물)+Qcal
이런 수소저장합금의 특징은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수소저장합금은 수소를 저장하는 능력을 갖는다. 게다가 그 능력이 탁월하다. 단위부피당 수소저장용량이 액체수소 기체수소에 비해 월등한 것이다. 예를 들면 1백기압의 기체수소에 비해 약 15배, 액체수소보다 1.5~2배 뛰어난 저장능력을 보유한다. 또 수 기압의 수소압력범위에서 수소를 흡수 또는 방출할 수 있다. 따라서 기체나 액체수소상태로 저장하는 것보다 안전성이 높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표적인 수소저장합금으로는 FeTi LaN${i}_{5}$ M${g}_{2}$Ni 라베스페이스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 합금들은 제각기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
수소저장합금의 응용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수소자동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응용법의 활용은 크게 제한돼 있다. 아직도 수소의 제조효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에 비해 훨씬 비싼 에너지 원이므로 당장에 상품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으로 인류가 석유를 모두 써버리거나 수소에너지의 제조효율이 증가, 경제성을 갖추게 돼야 그 진가를 크게 떨치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수소를 에너지 전달매체로 응용하는 것이다. 수소저장합금의 뛰어난 열역학적 특성을 이용하면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현단계에서는 수소를 에너지 전달매체로 활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그럴 경우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현재 이 방면에 많은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우연하게 발견되다
강하고 단단하다고만 생각되는 금속이 오히려 액체상태의 수소보다도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한다는 사실은 매우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1900년대 초반에 이미 금속의 이런 성질을 파악했던 것이다.
당시 한 학자가 란타늄과 같은 희토류 금속을 실험장치에 넣고 고압의 수소를 가하였다. 다음 날 실험실에 돌아온 그는 수소압력을 측정해 보았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고압이었던 수소압력이 크게 낮아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실험장치 밖으로 수소가 새어나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미심쩍어 실험장치를 손본 뒤에 반복실험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계속 실험을 해 보아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많은 양의 수소가 수소화합물의 형태로 금속 내부에 흡수되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수소저장합금을 처음 발견하게 된 동기이다. 많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 우연하게 이뤄졌듯이 수소저장합금의 발견도 결국 우연의 산물이다. 우연히 나타난 현상을 놓치지 않은 한 과학자의 노력에 의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 발견된 수소저장재료들을 진정한 의미의 수소저장합금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들은 수소를 흡수할 줄만 알았지 방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즉 안정한 수소화합물을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여러 응용분야에 적용되는 수소저장합금의 '솜씨'에는 크게 미달하였다.
그 이후 매우 긴 세월이 흘러서야 명실상부한 수소저장합금이 등장했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의 부룩헤븐국립연구소 에서는 원자로의 냉각제로 액체수소를 쓰는 것과 관련, 수소화리튬의 성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가 계기가 되어서 최초의 수소저장합금인 티타늄―철합금(FeTi)이 탄생되었다. 이와 유사한 시기에 네덜란드의 필립스연구소에서는 란탄―니켈 합금(LaN${i}_{5}$)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발견된 이 합금들은 수소와 가역적으로 반응하였다. 수소와 합금간의 반응을 좀도 상세히 알아보자. 어떤 수소압력(평행수소압력) 이상의 조건에서는 열을 내면서 수소화합물 내에는 액체수소보다 많은 양의 수소가 흡수되게 된다. 그러나 일정한 수소압력 이하의 조건에서는 반응이 반대로 전개된다. 수소화합물의 형태로 금속내에 흡수되었던 수소가 모두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때 일정한 열을 흡수하는 흡열반응이 일어난다. 이처럼 조건(여기서는 압력)에 따라 반응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반응의 가역성'이라고 한다.
요컨대 이 반응의 가역성으로 인하여 수 기압의 수소압력범위에서 쉽게 수소를 흡수 또는 방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60년 이래로 이런 수소저장합금이 계속 개발되었는데, 특히 1973년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었다. 오늘날에는 라베스페이스계 수소저장합금, 마그네슘계 합금 등 수백가지의 수소저장합금이 개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수소를 가역적으로 흡수 또는 방출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흡수만 한다면 이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저장한 수소를 적시에 밖으로 내 놓을 수 있어야 비로소 실용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반응의 가역성을 갖는 수소저장합금이 발견된 후 많은 학자들은 금속내에 많이 저장된 수소를 어떻게 하면 쉽게 흡수―방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그 결과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란타늄 지르코늄 티타늄과 같은 희토류원소 또는 그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원소들이 수소를 흡수하는 장면을 주시해보자. 이때 수소는 금속원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공간에 위치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수소와 금소원자들은 '강하게' 결합하면서 수소화합물이 되는 것이다. 수소화합물이 수소를 방출하기 위해서는 수소와 금속원자간의 강한 결합을 끊어야 한다. 따라서 결합을 끊으려면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해 주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금속들은 한번 수소를 흡수하면 잘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갖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금속들은 수소를 잘 흡수하지 않는다. 이는 수소와 이들 금속원자간의 결합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철 크롬 니켈 망간 등 천이 금속들이 이러한 성질을 갖는다.
수소와의 친화력이 큰 금속(희토류금속)과 그 정도가 작은 금속(천이금속)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합금을 만든 후에 수소와 반응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때도 수소는 금속원자들 사이의 작은 공간에 위치하면서 주위의 '친(親)수소파' 원자와 결합한다. 그러나 이때의 결합력은 크게 저하된다. 수소와의 친화력이 큰 원자와 작은 원자들에게 동시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과 같은 강한 결합을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매우 느슨한 결합상태를 형성, 분해되기 쉬운 수소화합물이 된다. 이것이 가역적으로 수소를 흡수 또는 방출할 수 있게 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수소저장합금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갖는 2개의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컨대 M${g}_{2}$Ni은 대표적인 수소저장합금인데 마그네슘(Mg)과 니켈(Ni)은 수소와의친화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원소이다. ZrC${r}_{2}$ ZrM${n}_{2}$의 경우도 마찬가지.
수소저장합금은 구성원소의 종류에 따라서 수소와의 결합력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요구되는 조건에 알맞는 수소저장합금을 간단히 만들수 있다. 이들 합금 원소 자체나 조성의 변화로 수요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LaN${i}_{5}$를 예로 들어 보자. 란탄(La) 대신에 다른 희토류원소를 소량 사용하거나 니켈(Ni) 대신에 다른 천이원소를 사용하면 금속과 수소와의 결합력이 매우 다양하게 변화한다.
더 많이 저장할 수도
현재까지 개발된 합금들은 LaN${i}_{5}$${H}_{6}$ FeTi${H}_{2}$ M${g}_{2}$Ni${H}_{4}$, ZrC${r}_{2}$${H}_{4}$ 등에서 보는바와 같이 금속원자 1개당 1~1.3개의 수소원자를 저장할 수 있다.
저장성이 큰 이유는 이렇다. 금속내부에 흡수된 수소가 주위의 금속원자와 결합하면 수소원자들 사이의 거리가 금속내에 존재하는 작은 공간들의 거리 정도로 줄어든다. 따라서 액체수소상태보다 밀집된 형태로 되는 것이다. 수소저장합금내의 수소를 고체수소라 부르는 이유도 이러한 치밀한 수소배열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가 금속내부의 작은 공간에 모두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극히 일부분만 채울 수 있다. ZrC${r}_{2}$가 최대한으로 수소를 흡수할 경우 ZrC${r}_{2}$${H}_{17}$이 되므로 현재보다 약 5배의 저장능력을 갖추게 된다.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러한 합금이 개발돼 실제 응용분야에 사용된다면 효율과 경제성을 크게 증가시킬 게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저장능력의 한계를 지적한다. 합금 내에 수소가 가득 채워질 수는 없으며 현재보다 약 2배 정도 저장능력을 높이면 목표달성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구관이 명관
수소저장합금이 응용분야에 멋지게 사용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구비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적절한 열역학적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수소저장용량이 커야 한다. 또 수소의 흡수·방출이 빠른 시간내에 이루어져야 하며 불순가스에 대한 저항성이 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해도 합금의 고유 특성을 계속 유지해야 하며 제조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위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수소저장합금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그래서 현재에는 그 조건에 근접한 합금을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다소 예외적인 일이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수많은 수소저장합금들 중에서 '구관'을 앞서는 합금은 찾기 어렵다. 처음으로 개발된 LaN${i}_{5}$계 합금보다 우수한 특성의 합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합금은 가격(1g에 1달러)이 비싼 흠외에는 여러 성질이 모두 우수하다. 최근에는 값이 싼 MmN${i}_{5}$계(Mm은 희토류금속의 혼합물) 합금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열역학적 특성은 다소 뒤떨어진다.
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 값이 저렴하면서 특성도 괜찮은 '양수겸장'을 선보였다. 특성이 LaN${i}_{5}$계에 거의 가까운 지르코늄(Zr) 티타늄(Ti) 크롬(Cr) 철(Fe) 다(多)성분계의 새로운 수소저장합금을 개발한 것이다. 물론 이 합금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단계의 시험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소로 가는 자동차
지금까지 언급한 수소저장합금의 특성을 어디에 응용할 수 있을까? 우선 수소저장시스팀에의 응용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압수소나 액체수소 상태로 저장할 때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이를 이용하여 주변의 저급에너지나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활용할 수도 있다.
전기는 모든 면에서 편리하지만 쓰고 남으면 저장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잉여전력을 사용, 물을 분해하면 수소를 제조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수소저장합금이 들어 있는 저장용기에 담아서 보관한다. 그러다가 필요할 때 시에 수소를 방출, 연료전지에 연결하면 발전까지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편 하천하구에서는 식염농도의 차이에 의한 담해수발전이 가능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일 때 2백31m(중력포텐셜로 환산할 때)라는 놀라울 정도의 화학포텐셜이 발생하는 점을 이용, 전기를 일으켜 바닷물을 분해한다. 이때 발생된 수소를 저장용기에 담아 두었다가 필요시에 꺼내어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연료로 가솔린이 아닌 수소를 사용할 경우 수소저장합금은 훌륭하게 역할을 해 낸다.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독일 등지에서는 수소자동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수소는 현재의 휘발유 엔진을 조금만 보완해주면 단독 또는 휘발유와 혼합상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휘발유만을 사용할 경우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시속 1백85㎞의 최고속도를 낼수도 있다. 충분한 양의 수소연료를 수소 저장용기에 담아주면 자동차의 연료공급시스팀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야외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수소가스버너도 이미 만들어졌다.
난방과 냉방을 동시에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히트펌프(Heat Pump)도 등장하고 있다. 수소저장합금을 에너지원이 아닌 에너지 전달매개체로 사용하면 경제성 높은 응용이 가능해지는데 히트펌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현재 실제적 응용을 위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열저장기술의 응용인 셈인데 수소저장합금이 수소를 흡수하거나 방출할 때 수소 1몰당 약 35KJ의 높은 반응열을 방출 또는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난방을 목적으로 할 때는 방출되는 반응열을, 냉방을 목적으로 할 때는 흡수되는 반응열을 이용한다. 따라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장치로 냉방 및 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프레온가스를 압축 또는 팽창시켜 발생한 기화열을 이용하는 에어콘, 즉 기계적 히트펌프에 비교되기도 한다. 수소히트펌프는 금속과 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한 열이동을 응용한 것이기 때문에 화학히트펌프(Chemical Heat Pump)라고도 불리우는 것이다. 화학히트펌프는 압축기가 불필요하므로 소음이 없고 경제성이 매우 우수하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 현재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히트펌프의 제작이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하였다.
지하수를 끌어 올리기도
수소저장합금은 압축기에도 사용된다. 저온에서는 낮은 압력의 수소도 수소저장합금에 쉽게 흡수된다. 하지만 온수나 수증기 등을 이용, 온도를 올리면 합금의 평형수소압력이 커진다. 그에 따라 흡수된 수소가 방출되므로 쉽게 고압상태를 얻을 수 있다. 80기압정도는 간단한 조작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수소식 압축기는 기계식 압축기에 비해 소음이 적고 움직이는 부분이 극소화된다. 아울러 높은 효율을 갖추고 있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국의 어제닉스(ERGENICS)사에서는 최고 60기압의 압력을 내는 압축기를 개발한 바 있다.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응용분야중에 특이한 것이 있다. 바로 순도(純度)가 높은, 즉 고순도수소의 정제분야이다. 수소저장합금이 99%이하의 저순도 수소와 반응할 때 다른 불순물은 흡수하지 않고 수소만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몇 번의 수소 흡수―방출 과정을 거치면 99.9999% 이상의 고순도수소를 쉽게 제조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필수적으로 많은 양이 사용되고 있는 고순도수소는 현재 다른 방법으로 제조된 것이다.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하여 고순도수소를 제조하면 아마도 수소의 제조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수소저장합금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물펌프에도 사용된다. 이 물펌프는 고무풍선을 이용한 압축기의 원리를 약간 응용한 것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이렇다. 합금에 수소가 흡수되는 과정이 저압에서 이루어지게 되면 지하에 설치한 고무풍선이 수축, 주위의 물을 모으게 된다. 그 후에 태양열을 이용, 합금의 온도를 올리면 흡수된 수소가 모두 방출되면서 압력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고무풍선이 팽창하게 된다. 팽창된 풍선은 끌어모은 물을 위로 올리는 펌프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다.
저온핵융합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요즈음 들어 선진국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저온핵융합실험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매채를 통하여 보도되면서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저온핵융합 성공사례에서 보면 수소를 흡수할 수 있는 팔라듐(Pd)금속을 전극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로 이 전극내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고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저온핵융합실험에서도 수소저장재료를 전극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수소를 더욱 쉽게 저장할 수 있는 란탄니켈계(LaNis)와 같은 수소저장합금을 전극재료로 사용한다면 전극내의 핵융합반응이 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