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4/02/667342191530d6e5924cd8.jpg)
올해 6월 준공 예정인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에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폐기물이 아닌 원전 내에서 사용된 부품, 작업복 등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한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핵종들의 반감기를 고려해 최소 300년에서 최대 1000년까지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고 지켜본 경험은 100여 년밖에 되지 않으며 300년 이상 내구성을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와 같은 인공 방벽 외에 자연 방벽이 필요하다. 그래서 방폐장은 암반이 단단하고 지하수 침투의 우려가 없는 지반을 선정해서 동굴처분 방식으로 핵폐기물을 보관한다.
그런데 경주 방폐장은 300년은커녕 건설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 2005년 주민투표로 방폐장 부지를 결정하기 전, 당시 산업자원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지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부지선정위원회’는 이 부지조사 보고서를 검토하되 비공개로 하고 ‘부지안전성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활성단층이 없어서 지진발생가능성이 낮고, 양호한 암반지대이며 투수성과 지하수 유속이 낮아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로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지로 결정된 지 4년 만에 공개된 부지조사 보고서의 내용은 정부 발표와 달랐다. 양호한 암반의 근거가 된 암질지수(RQD·Rock Quality Designation) 값이 전혀 달랐다. RQD값이 높으면 해당 시추공의 암반 회수율이 높다는 의미로 뚫은 암반이 양호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부지선정위원회 평가 결과서에는 “기반암의 RQD는 일부구간에서 50% 이하로 관찰되나, 대체로 60~80%의 범위를 보인다”면서 “양호한 기반암 내에 처분동굴을 위치시키거나 공학적 보강을 통해 동굴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돼 있다.
그렇지만 실제 부지조사 보고서에서는 4개 시추공의 평균 RQD값이 21~31%의 낮은 값을 보이고 있다. 부지선정위원회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지조사보고서에서 불량한 기반암이라고 나온 결과를 가지고 틀린 숫자까지 인용해서 양호한 기반암으로 잘못 결론 내렸다.
지하수도 마찬가지다. 부지조사 보고서 이후 추가 시추공을 뚫어서 좀 더 상세한 조사를 할수록 지반에 흐르는 지하수는 풍부하고 유속이 빠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부지선정위원회 평가결과에는 “기반암의 수리전도도는 초속 2.84×10-9~1.77×10-6m 범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기술됐다. 아무리 빨라도 하루에 8cm밖에 이동하지 않아 지하수 속도가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후 평가된 지하수 속도는 가장 강한 암반에서조차 초속 2~7×10-4m로 평가돼 하루 평균 40m 이동할 정도로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방폐장 지역 암반층이 방사성폐기물을 가두어 둘 수 있는 방벽 역할을 하지 못해 방사성 물질이 한 달 이내에 표층수나 지표면까지 빠르게 이동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사기간이 애초 30개월에서 84개월로 늘어난 이유가 하루 최고 3000t까지 쏟아지는 지하수와 무너지는 지반 때문이었다는 것도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방폐장을 지으려면 지진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을 피해야 한다. ‘지진의 발생에 의하여 방사성핵종의 이동속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지역’인지 여부를 판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부지평가위원회는 평가결과서에 “단층활동의 시기는 적어도 300만 년 전으로 판정됨”이라고 했다. 활성단층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미 2003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월성원전 부지에서 각각 5km와 1.8km 떨어져 있는 수렴단층과 읍천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확인했다. 단층 활동시기는 짧게는 3만 2000년에서 길게는 약 8만 년 전과 12만 5000년 전으로 추정됐다.
────────────────────────────────────────────────────────────────
경주 방폐장은 벌써부터 지하수 누수가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면 빠른 속도로 주변으로 확산될 것이 명확해 보이는 경주 방폐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이 문제부터 풀지 않으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경주 방폐장 선정 당시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이 현재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핵쓰레기 더이상 버릴 곳이 없다
PART1. 핵 쓰레기통이 넘친다
BRIDGE. 경주 방폐장 부지, 과연 ‘안녕’한가?
PART2. 지하 500m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