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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내린 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내 집 앞마당에 쌓인 눈으로도 느껴지는 감정인데 하물며 가장 처음 발을 딛었던 탐험가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 살지 않는 하얀 대륙, 남극에 말이다.
미지의 대륙을 찾는 탐험가들
‘남극’이란 단어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 1820~1821년 미국의 너새니얼 파머와 러시아의 파비안 폰 벨링스호우젠, 영국의 에드워드 브랜스필드가 처음으로 남극 대륙에 발을 내딛었다. 인류가 당시 남극에 간 이유는 바다표범 모피를 얻기 위해서였는데, 남셔틀랜드 군도를 중심으로 무려 60척이 넘는 배들이 활동했다. 1840년에는 미 해군인 찰스 와이크스가 호주에서 남극 해안을 따라 2400km를 항해해 남극이 섬이 아니라 거대한 대륙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남극점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20세기 들어서야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도달한 탐험가는 노르웨이의 로널드 아문센으로 영국의 로버트 스콧보다 한 달가량 빨랐다. 스콧은 안타깝게도 남극점에서 되돌아오지 못했다.
남극 대륙의 거대함이 알려지고, 어마어마한 자원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957~1958년에는 전세계 과학자 50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탐사가 실시됐다. 1959년 12월 1일, 남극 조약이 체결되며 ‘남극은 어떤 국가의 영토도 아니며, 오로지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연구만이 가능하다’고 선언됐다.
그 이후 남극에는 수많은 기지들이 들어섰다. 세계 29개국이 하계 기지를 포함해 80개(상주 기지는 39개)를 운영하고 있다. 유명한 기지들도 많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에 위치했다는 러시아의 보스토크 기지, 남극 기지 중에 가장 큰 미국의 맥머도 기지, 남극점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아문센-스콧 기지 등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각각 5개(상주 4개)와 7개(상주 6개)의 기지를 운영한다. 심지어 칠레에서는 기지 옆에 마을을 건설해 민간인까지 거주시키고 있다.
대륙에 내딛는 첫 번째 발걸음, 장보고과학기지
우리나라는 1978년 크릴을 시험적으로 잡는 사업으로 처음 남극에 진출했다. 1986년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 조약에 가입한 뒤 1988년 서남극 남셔틀랜드 군도의 킹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를 세웠다. 그리고 2014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남극에서 기지를 두 개 이상 운영하는 국가가 된다. 바로 동남극 테라노바 만케이프 뫼비우스 곶에 두 번째 남극 기지이자, 남극 대륙에 세우는 첫 번째 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의 장보고과학기지는 2006년 6월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남극은 1년에 공사할 수 있는 기간이 약 65일 뿐이다. 8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14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으며 2월 14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다. 4458m2 넓이 부지에서 하계연구대 6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영하 수십℃에 이르는 남극의 겨울(우리나라는 여름)에도 월동연구대 16명이 상주할 예정이다. 이미 진동민 대장을 필두로 하는 제1차 월동연구대가 조직됐다. 진 대장은 “첫 번째 목표는 무엇보다 안전하게 겨울을 보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지 운영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수년 내장보고기지에서 이룬 연구 성과가 국제적으로 평가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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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학자들은 그동안 세종과학기지를 발판 삼아 많은 연구 성과를 냈지만 남극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활동 범위가 필요했다. 남극보다 작은 우리나라도 서해와 동해가 서로 다른데 동남극과 서남극은 훨씬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연구자들은 세종과학기지 반대편인 동남극에서 활동하기 위해 다른 나라 기지의 도움을 받거나 간이 베이스캠프를 차려야했다. 장보고과학기지가 생기면서 연구자들이 좀더 쉽고, 그리고 복합적으로 남극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장보고과학기지는 비행장까지 있는 미국의 맥머도 기지나, 남극점 근처에 있는 아문센-스콧 기지처럼 거대한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연구만큼은 세계 정상급이다. 대기 구성물질 관측에서는 독일 노이마이어Ⅲ 기지(서남극)나 미국 아문센-스콧 기지(남극점) 정도만이 지구급 규모의 관측소를 운영했다. 여기에 장보고과학기지가 동남극에서 지구급 관측소를 운영해 남극의 대기구성물질에 대한 종합관측망을 완성한다. 그 외에도 지구 생성의 비밀을 쥐고 있는 남극 운석 탐사, 빙하학, 고기후 및 지질연대학, 생물다양성 및 장기 모니터링 등 미지의 대륙 남극을 이해하기 위한 탐사와 연구가 장보고과학기지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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