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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국'설립 시급하다

무궁화 1호 실패원인과 차세대위성계획

무궁화 1호가 실패로 결론지어졌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또 차세대 2호와 3호, 위성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지난 15일 무궁화위성 발사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로버트 트라이스 부사장이 내한, "무궁화위성이 실패로 돌아간데 대해 한국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국통신측도 "지구정지궤도에 진입하는데, 10년 동안 사용될 자세제어용 추력기의 연료를 많이 소모해 무궁화 1호의 수명이 4년4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보험사에 전손처리한 후 필요에 따라 싼 가격으로 무궁화 1호를 임대해 사용하겠다"는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이로써 40여일을 끈 '실패 논쟁'은 일단락됐다.

8월5일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통신위성 무궁화1호는 온 국민의 관심속에 케이프캐너베럴 발사기지를 힘차게 출발했으나, 보조로켓 하나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천이궤도에 진입하는데 실패했다. 발사 2분11초 후 로켓에서 분리돼야 할 3개의 보조로켓 중 1개가 떨어지지 않고 1단 로켓과 함께 상승해 전체 로켓의 추진력이 모자랐던 것.

천이궤도란 지구정지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도는 타원궤도(장지름 3만5천7백㎞, 단지름 1천3백53㎞). 이 궤도의 장지름은 정지궤도의 지름과 같아 이 지점에서(천이궤도와 지구정지궤도가 만나는 점) 어포지모터를 발사해 정지궤도에 진입한다(과학동아 95년 8월호 참조).

그러나 무궁화위성은 예정된 천이궤도의 장지름보다 6천㎞나 낮은 궤도에 머물렀다. 따라서 정지궤도에 바로 이르지 못하고 2만9천㎞ 상공의 임시원형궤도를 돌았고, 이 원형궤도에서 자세제어용 추력모터를 사용해 조금씩 궤도를 높여 정지궤도로 진입하는 비상수단을 취했다.

자세제어용 추력모터란 무궁화위성이 정지궤도에서 10년 동안 방송통신 업무를 추진하면서 자리를 이탈하거나 자세가 비뚤어졌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 무궁화위성에는 총 24개의 추력모터가 달려 있는데, 이들은 서로 방향이 조금씩 다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를 이용해 임시원형궤도에 정지궤도까지 올리는 일 또한 쉽지 않았으나, 무궁화1호는 지난 8월31일 무사히 정지궤도에 안착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세제어용 추력모터의 액체연료 1백85.5㎏ 가운데 1백30㎏에 가까운 양을 소모해버려 수명이 4년4개월이라는, 방송통신위성으로는 최악에 가까운 진단을 받고 말았다. 4년4개월은 시험서비스라면 몰라도 실질적인 위성방송·통신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너무 짧은 기간.

무궁화 2, 3호 계획

문제는 앞으로의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방송통신위성은 두대의 백업(back-up)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방송 통신 업무는 중간에 서비스가 중단되면 안되는 실용위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궁화위성도 1호의 짝으로 2호를 발사한다. 무궁화2호는 이미 제작이 1백% 완료돼 오는 12월 20일 발사할 예정이다. 제작사나 발사체 업체도 1호와 같고 모든 성능이 1호와 똑같은 쌍둥이다. 문제는 1호를 보험사로부터 임대해 사용한다 할지라도 수명이 4년 4개월 밖에 되지 않아, 1999년부터는 2호가 '짝 잃은 외기러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통신측은 원래 2005년에 예정돼 있는 3호발사를 99년으로 앞당기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궁화 1, 2호가 현세대위성이라면 3호는 차세대일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지금 쏘아올리는 위성과 10년 후에 쏘아올리는 위성이 동급일 수 없다.

실제로 무궁화위성 1, 2호는 국내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국제전화나 해외에서 송출해오는 위성방송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신호를 보내는 앙각이 적어 일본이나 중국 일부, 연변 정도의 범위밖에 커버하지 못한다. 이러한 국지적인 지역위성을 가지고는 국제위성 서비스 경쟁에서 배겨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3호는 당연히 국제위성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위성전문가들에 따르면 차세대위성은 위성체의 중량에 제한이 없어진다. 전력도 증가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부가 서비스를 위한 탑재물도 늘어난다. 현재 무궁화 1, 2호에는 중계기 15개(방송용 3개, 통신용 12개)가 실려 있으나 차세대위성은 이 수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한 중계기로 가능한 방송채널도 데이터 압축기술의 발전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무궁화 1, 2호의 경우는 현재로서는 최첨단기술을 채용해 한 중계기당 4개 채널까지 가능하나, 앞으로는 8개 채널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높다. 위성의 수명도 현재의 위성이 10년 내외인데 비해 차세대 위성은 12-18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차세대위성은 고정통신을 탈피하여 영상통신이라든가, 이동통신서비스가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단적인 예로 무궁화위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구국 안테나의 크기는 지름이 45㎝(이전의 위성은 안테나의 지름이 더 커야 했음)는 되어야 하지만, 2000년대의 안테나는 손목시계 정도로도 가능할 것이다.

사용하는 주파수도 종래의 C대역 위주에서 C, Ku, Ka, L대역으로 (무궁화 1호는 Ku대역만 사용) 다 변화하는 추세.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C대역에서의 통신장애를 피하기 위해 고주파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차세대 방송통신위성은 현세대의 위성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3호위성을, 시장 수요와 이에따른 충분한 기술적 검토없이 시일을 당겨 발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위성체 개발 계획


2015년까지 인공위성 19기 발사

지난 9월 19일 발표된 과학기술처의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안)'에 따르면 오는 2015년까지 방송통신위성5기(무궁화 2-6호), 다목적 실용위성 7기, 과학위성 7기(우리별 3-9호) 등을 발사할 계획이다(그림).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발사체는 2000년까지 2단과 3단형 고체과학 로켓을 개발하고, 2010년까지 추력 80-1백t급 발사체를 개발해 저궤도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한다는 계획.

5기를 쏘아올릴 방송통신위성은 2000년 3호까지 위성부품을 비롯해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무궁화 4, 5호의 부품을 국산화한 뒤 2011년 이후 무궁화6호부터는 국내 주도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한반도 및 동북아 관측, 기상정보 및 환경감시 등에 사용될 다목적 실용위성은 2010년까지 4기를 개발하여, 국산화율 85%를 달성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과학위성은 2000년까지 우리별 3, 4호를, 2010년까지 5-8호를 발사해 우주과학실험과 지구관측을 실시하고, 2011년부터는 우리별9호를 통해 지구궤도 밖의 우주환경연구(달탐사 포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드는 비용은 총 4조8천억원(위성체 2조원, 발사체 1조3천억원, 위성의 이용과 우주과학분야에 1조5천억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우주개발 연구 인력이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려면 국가 우주개발 전문연구기관, 가칭 '한국항공우주국'과 같은 기구가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 위성 제작에 참여해본 경험있는 사람이 십수명에 불과한 실정에서 다목적위성은 항공우주연구소에서, 방송통신위성은 한국통신에서, 방송통신위성은 한국통신에서, 우리별은 과학기술원 인공위성센터에서 각자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날 발표된 중장기 계획안에서도 관계 부처간 역할 분담 및 협조체제 구축을 위해 '우주개발통괄 조정기구'를 설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우주개발은 항상 실패를 딛고 한단계씩 진전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단 치른 대가는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돈이 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해 민간기업이 위성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발사체 등 기초분야는 정부가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항공우주연구소의 채연석 박사의 말처럼 이번 사건이 우리의 인공위성 연구 역량을 냉철하게 따져보고 새도약의 계기로 삼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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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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