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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길 의도가 전혀 없는 진지함이 더 웃길 때가 있다(정작 웃음을 제공한 주인공은 심각하다). 암소가 들판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행동을 관찰한 영국 스코틀랜드 농업대 부설 동물보건연구소의 버트 톨캄프 박사팀이 그렇다.
연구팀은 16일 간 암소 73마리가 총 5만 9308번에 걸쳐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는 행동을 관찰했다. 할 일 없고 심심해서 이런 연구를 한 것은 아니다. 암소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거나 발정기를 알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비디오 녹화를 하고 암소 다리에 센서까지 달아 연구한 결과 연구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오래 누워있던 암소일수록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고? 잠을 오래 잔 사람일수록 깰 확률이 높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하여튼 연구팀이 세운 가설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였다.
하지만 연구팀의 또 다른 가설은 빗나갔다. 첫 번째 가설과 정반대로 오래서 있던 암소일수록 누울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예측했지만 의외로(?) 상관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웃기자고 한 연구가 아니다. ‘응용동물행동과학’이라는 학술지에 10페이지에 걸쳐 투고한 정식 논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황당한 연구의 진가를 알아차린 이들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황당무계 연구 연보’를 만드는 편집진과 과학자들은 이 진지한 연구자들에게 2013년 이그노벨 확률상을 수여했다. 이그노벨상은 ‘진짜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뜻의 ‘이그’를 붙인 괴짜 과학상이다. 매년 노벨상이 발표되기 한 달 전 10개 분야에서 이그노벨상을 선정한다.
오페라 듣는 쥐가 오래 산다?
초지가 펼쳐진 스코틀랜드 구릉에서 평화로이 누워있는 암소를 끈기 있게 관찰한 ‘21세기 파브르’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황당한 연구성과가 나왔다. 일본 테이쿄대 마사테루 우치야마 교수팀은 심장이식 수술을 한 쥐에게 오페라를 들려주면 생존기간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이그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똑같이 심장의식 수술을 받고도 음악을 듣지 않은 쥐들은 평균 1주일을 산 반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들은 쥐들은 3주를 살았다. 연구팀은 오페라가 면역계를 강화시켜 염증반응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술을 마시면 나르시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프랑스 그레노블대 로렌트 베규 연구팀은 심리학상을 받았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맨정신일 때보다 술에 취했을 때 자신이 더 매력적이고 독창적이며 웃기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하지만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만 할 뿐 실제로 더웃기지는 않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 연구는 2012년 ‘영국심리학저널’에 실렸다.
황당하고 웃긴 연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소 살 떨리는 섬뜩한 연구도 있다. 공중보건상을 받은 태국 방콕의 의료진은 당시 성기 절단이 유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외과수술을 해야 할지 다른 의료진에게 알리기 위해 논문을 썼다. 1973년부터 1980년까지 방콕에서만 100건의 성기 절단 사고가 일어났다.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복수심에 불탄 아내가 잠잘 때 몰래 부엌칼로 남편의 성기를 잘라버리는 사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믿기 힘든 설명이 논문에 들어있다.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의료진은 18건의 “폭풍 같은” 성기접합수술을 치르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수술 중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환자가 회복 후에 발기 불능 같은 여러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그림과 사진을 예로 들며 접합수술 방법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논문은 1983년 ‘미국외과저널’에 실렸다.
죽은 사람도 받을 수 있는 이그노벨상
진짜 노벨상이 산 사람에게만 상을 주는 반면 이그노벨상은 죽은 사람이라도 업적이 우수하면 상을 준다. 1972년 비행기 납치범을 퇴치하는 전자기계 시스템을 발명한 공로로 미국의 발명가 고(故) 구스타노 피조가 안전공학상을 받았다. 비행기 납치범을 특수장치로 보쌈한 다음 비행기 밖으로 내동댕이치면 경찰이 전파신호를 받고 기다리다가 무사히 범인을 받아서 안전하게 경찰서로 이송하는 시스템이다. 피조는 2006년 사망했지만 그 참신한 발상은 여전히 기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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