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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 송어 방출에 비상령 내려

기존의 자연질서 교란

 

양식장을 자연과 같게 만들면 양식송어의 상태가 바뀔지도 모른다.


낚시꾼과 미식가에게 인기높은 송어. 그러나 야생송어는 법도를 모르는 양식장 출신 동족들과의 충돌로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동물들 중에서 송어나 그의 사촌격인 연어만큼 우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도 드물다. 몸 전체를 뒤덮은 반짝이는 반점, 분홍색 배, 단순하지만 귀족적인 멋을 풍기는 은색의 몸통이 빚어내는 조화 때문에 한번 송어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우아함과 원초적인 힘을 상징하는 전형으로 송어를 기억하게 된다.

관상용으로나 혹은 미식가에게 인기높은 고급생선으로 송어나 연어가 남획되자 지난 반세기동안 어류생물학자들은 수십 억마리를 양어장에서 길러 미국내의 주요 하천과 강 호수 등에 방생했다. 적어도 지난 수십년간 이 인공적인 번식이 기존의 생태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실태조사는 이 인공번식 프로그램이 기존의 자연적인 송어나 연어 개체수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야생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심각한 결과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양식된 송어는 마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갱들 같다. 어디를 가든 문제를 일으킨다." 미국 매릴랜드대학 민물어류과 학과장인 배크만 박사의 말이다.

기존질서 무시하는 무법자

양식 송어는 완전히 성숙한 상태에서 자연으로 방생되는데, 이들은 원주민인 야생송어가 만들어 놓은 사회질서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행동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분쟁과 혼란은 결국 양식송어와 야생송어의 어느 쪽에서든 숫자의 격감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유전자 교란의 위험성이다. 야생송어의 유전적인 완전성이 잡종교배에 의해 흐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양식 송어나 연어의 유전적인 차이성은 야생종에 비해 그리 높지않아 번식에 별 어려움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 양식어들이 자연적인 유전자풀(pool)을 훼손할 뿐 아니라 야생어들이 유전자를 변화시켜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생태계교란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내려지자 곧 기존의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실시되고 있다. 우선은 송어의 남획을 금지하고 그대신 송어낚시꾼들을 위해 강이나 호수에 풀어야했던 양식송어의 수도 줄였다. 미국에서는 1천2백만명 정도의 낚시인구가 연간 2백억달러 정도를 써가며 송어나 연어를 잡는데 골몰해있다.

송어는 종류도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역에 분포돼 있다. 원래 갈색 송어는 유럽에서만 발견됐고, 무지개 송어와 시내송어는 각각 미국의 북서와 북동지역이 원산지다. 그러나 지금은 북미지역의 수온이 낮은 강 어디에서든 여러 종류의 송어들을 낚을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순전히 인공부화와 양식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인공사육방식때문에 자연상태의 송어와 양식장의 것이 생태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양식장의 송어들은 크기별로 나뉘어진 채로 빛의 양이나 수온이 실제와는 다른 콘크리트탱크 속에 우글거리며 몰려산다. 날때부터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살았기 때문에 야생송어가 가지고 있는 조심성이나 경계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양식장의 송어는 사람이 던져준 먹이에 가장 빠르게 달려갈 수 있는 것만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잘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의 행동이 요구된다. 낚시꾼의 미끼와 천적을 피해가며 가장 적은 에너지를 써서 목표로 하는 곤충이나 갑각류를 잡아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이상으로 에너지를 쓰면 영양실조에 걸려 죽게된다.

배크만 박사는 양식장에서 기른 갈색 송어를 야생 갈색송어가 많이 사는 펜실베이니어의 어떤 강에 풀어놓고 행동양식을 살펴보았다. 먼저 미끼를 던져놓고 바람을 통해 위험신호를 보냈지만 양식장에서 자란 송어는 전혀 조심성없이 먹이에 달려들었다. 그나마도 필요이상으로 에너지를 소비해 곧 죽고 말았다.

그 반면에 살아남은 것들은 그것대로 문제를 일으켰다. 야생송어들은 자신들이 먹이를 잡고 쉴수 있는 구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텃세를 부리는데 양식장에서 자란 송어들은 자연산 송어가 보내는 경고메시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국 자연산끼리라면 없을 충돌이 양자간에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원래 주인이 쫓겨나는 일도 빈번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양식장 송어가 죽든 살아남든간에 결국엔 자연산이든 양식어이든 다 숫자가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됐다.

최대한 '자연과 같게'

최근 북서태평양 연안 어류전문가들이 미국의회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패널토론회에서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네가지 정도로 압축해 진단했다.

그 첫째는 지역토착의 야생송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네소타 대학의 카프친스키박사는 "현재처럼 야생송어 본연의 양육방식을 보호하기 보다는 편의상 그들의 알을 구해다 인공부화해 기르는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면 양어장 자체가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유전적 다양성이 손실되는 것이다. 만약 양어장에서 극히 한정된 수컷의 정자만 이용한다거나 한정된 종류의 알만을 부화시킨다면 몇개의 중요한 유전자들은 완전히 유실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유전자 수준의 다양성 외에 종족의 멸종도 두드러진다. 이런 경향은 한 지역의 송어를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놓았을 때 흔히 볼 수있는데 이식종은 토착종과 교배해 새끼를 낳지만 그 새끼는 제대로 번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양식장이 실제 자연환경과는 동떨어진데서 오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양식장에서 인공부화를 하기 위해 자연상태의 송어알을 채집할 때, 거의 1주일은 걸리는 산란기 중에서 앞의 시기에만 채집을 하면 날씨가 나쁘거나 파도가 높아 알을 낳지못한 송어들은 번식이 어렵게 된다. 이런 것들은 야생의 유전자풀(pool)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국립수산연구개발실의 컨케이트박사는 이러한 유전자수준의 변화가 "양식송어가 계속 증가하고 그들이 재생산을 지속하는한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의 이런 경고가 거세지자 각 주(州)에서도 즉각적으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있다. 우선 가능한 방법은 송어의 남획을 금지하는 것. 일례로 매릴랜드에서는 낚시꾼들이 하루에 잡을 수 있는 송어의 수를 한두마리 정도로 제한했다. 이렇게해서 자연산 송어를 보호하고 양식장송어의 방출을 줄인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양식장의 환경을 자연상태와 유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롱아일랜드의 코네쿼트강(江)국립공원이 모범을 보였다.

이 곳의 관리인들은 송어들이 사람과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기른다. 따라서 이 곳의 송어들은 비록 양식된다고는 해도 다른 양식장의 송어들처럼 사람을 보고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앞다투어 몰려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연에서만 자란 동료들처럼 사람을 조심스레 피해가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얼마나 실용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앞으로 '모자라는 송어는 양식으로 대량생산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점차 설득력을 잃을 것 같다. 우선은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고 그러고도 안될 때 양식을 하더라도 최대한 '자연과 같게'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경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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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윌리엄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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