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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세계도 ‘저출산 고령화’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삶을 살다 가는 우리가 보기에 별은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별 또한 이 우주에서 영원한 것이 아니다. 별들은 언제 어떻게 태어났을까.
어떻게 이 우주는 암흑천지에서 반짝이는 별로 가득 차게 됐을까.







우주에 암흑시대가 있었다.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나자 우주는 마침내 원자와 전자가 결합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로 식었다. 우주에 있는 물질이 대부분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로 이뤄지자, 빛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부터 우주가 밝았던 건 아니다. 당시에는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 외에는 우주를 밝힐 빛이 없었다.

마침내 암흑시대를 밝혀 준 건 ‘최초의 별’이다. 우주를 밝혀주는 빛이 처음으로 나온 셈이다. 최초의 별이 언제 태어났는지는 수수께끼다. 천문학자들은 빅뱅 이후 1억~4억 년 뒤에 처음으로 별이 탄생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별이 탄생하는 원리는 지금과 다를 바 없다. 분자운에서 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스와 먼지가 뭉치다가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하면 별이 된다.

이때 만들어진 최초의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먼 은하까지의 거리는 지구에서 약 134억 광년. 즉,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고 하면 빅뱅 이후 약 4억 년 뒤에 생겼다는 뜻이다. 빅뱅 이후 수백만 년 뒤에 생긴 첫 별을 관측하려면 지금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을 봐야 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의 후계자로 2018년 발사될 예정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이 최초의 별을 관측하는 것이다.









최초의 별을 찾아서

인간이 우주를 관측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별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별이다. 먼저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원반에 있는 별을 시작으로 팽대부(중심)와 헤일로(은하 외곽을 둘러싼 구 형태의 구조)에 있는 별을 관측했다. 그런데 별 사이에도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반에 있는 별과 팽대부·헤일로에 있는 별은 구성 성분의 비율이 달랐다. 움직임도 달랐다. 원반에 있는 별은 은하 중심을 일정하게 돌았지만, 헤일로에 있는 별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중심 둘레를 제멋대로 돌고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먼저 관측하기 시작한 별부터 ‘종족’(Population)을 나눴다. 원반에 있는 별을 종족I, 팽대부와 헤일로에 있는 별을 종족II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별이 태어난 순서는 오히려 반대로, 종족II가 먼저였다. 순서를 알기 위해서는 별의 구성 성분을 봐야 한다. 빅뱅 이후 우주에는 원소가 수소, 헬륨,

그리고 아주 약간의 리튬 정도밖에 없었다. 이보다 무거운 원소(중원소)는 별 내부의 핵융합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것도 철(Fe)이 한계다. 철까지는 핵융합 반응을 할 때 에너지가 나와 별이 유지될 수 있지만,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가해줘야 한다. 철까지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 모두 끝나면 별은 에너지를 만들지 못해 중력에 의해 안쪽으로 무너지며 급속하게 붕괴한다. 중심부는 압축돼 중성자성이나 블랙홀이 되며, 바깥쪽에서 무너지던 물질은 다시 튕겨 나가면서 폭발한다. 이게 초신성이다. 이때 다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초신성은 별 내부에 있던 중원소를 우주에 퍼뜨린다. 이들은 훗날 다시 별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즉, 나중에 생긴 별일수록 중원소의 함량이 높다. 종족I과 종족II를 비교하면 종족I이 중원소 함량이 높다. 우리은하 기준으로 종족I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별은 90억~100억 살이다. 종족II는 100억~130억 살이다. 종족II는 우주의 역사에서 초기에 태어난 별인 셈이다.

그런데 종족II가 비록 적긴 해도 중원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수수께끼였다. 처음 태어난 별이라면 수소와 헬륨만 있는 상태에서 태어났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종족II보다 먼저 태어난 별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중원소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 최초의 별을 종족III라고 부른다.







최초의 별은 어떻게 생겼을까

문제는 종족III가 현재 우주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별은 다양한 질량으로 만들어지며 현재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별은 태양보다 질량이 작은 별이다. 별은 질량이 작을수록 수명이 길다. 우주 초기에도 그랬다면 종족III에 속한 별 중 질량이 작은 별들은 아직도 남아 있어야 한다. 성환경 세종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종족III의 별은 모두 질량이 커서 오래 전에 소멸했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말했다.

질량이 태양의 100배 정도 되는 별은 수백만 년밖에 살지 못한다. 만약 종족III의 별이 모두 이 정도로 컸다면 현재 우주에서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작은 별이 생기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우주 초기에는 중원소가 거의 없고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이라 먼지가 만들어지기 어려웠다. 먼지는 분자운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중원소가 많은 먼지일수록 냉각 효과가 더 뛰어나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중원소가 들어 있는 먼지가 많아 분자운의 온도가 낮은 반면, 우주 초기에는 분자운의 온도가 훨씬 높았다. 분자운의 온도가 높으면 내부 압력이 크기 때문에 중력에 의해 수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질량이 필요하다. 그 결과 우주 초기에는 질량이 매우 큰 별이 태어났고, 차가워진 지금은 작은 별이 많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이 이론 외에 우주 초기에 작은 별도 함께 태어났지만 큰 별들이 먼저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작은 별 표면을 덮어 버렸다는 가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짧은 삶을 살았던 최초의 별들은 암흑시대를 끝내고 우주를 지금처럼 투명하게 만들어준 에너지원으로도 꼽힌다. 빅뱅 이후 38만 년 뒤 원자와 전자가 결합하면서 빛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우주는 아직 암흑시대였다. 중성 수소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우주는 아직 상대적으로 불투명했다. 우주가 지금처럼 투명해진 건 빅뱅 이후 1억 5000만~10억 년에 중성 수소가 양성자와 전자로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가 되면서부터였다. 이때를 ‘재이온화’ 시기라고 부른다.

최초의 별은 오늘날 태어나는 별보다 표면 온도가 뜨거웠다. 수소와 헬륨밖에 없으면 핵융합 에너지 생성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밀도가 더 높고 뜨거워야 했다. 따라서 최초의 별에서 나온 빛은 주로 에너지가 강한 자외선이었다. 이 빛은 별 주위의 물질을 이온화시켜 우주의 재이온화를 일으켰다.

또한, 최초의 별 중에서도 질량이 아주 큰 것들은 초신성으로 폭발하지 않고 곧바로 블랙홀이 된다. 별은 물질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생기므로 블랙홀은 다른 천체를 흡수하면서 훗날 은하 중심의 거대블랙홀로 자라났을 수도 있다.















외부 은하는 과거를 보는 타임머신

최초의 별 이후 우주의 별 탄생은 꾸준하게 이뤄졌다. 이들이 폭발하면서 우주공간에 뿌린 중원소는 분자운의 온도를 낮춰 더 쉽게 뭉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중원소가 늘어날수록 분자운이 쉽게 뭉쳐 더 작은 별이 태어나기 쉬워진다. 윤성철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는 “아주 초기 은하에서 종족III가 태어났다가 소멸한 뒤 종족II가 생기는 과정과 함께 은하도 점점 커지며 발달해 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 탄생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정점을 맞이한 건 지금으로부터 100억~110억 년 전이었다. 그 뒤로는 별 탄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늘날 우리은하에서는 원반 지역에서 대부분의 별이 태어난다. 이곳은 중원소의 비율이 높은 영역으로 현재 태어나는 별은 종족I에 해당한다. 약 50억 년 전에 태어난 태양 역시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별의 성질은 저마다 서로 다르다. 별의 중원소 함량은 태어나는 영역의 구성물질에 의존하기 때문에 태어난 시간대에 따라서 일정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에 비해 중원소가 적기 때문에 그 안의 별은 같은 시기에 태어나도 우리은하에서 태어난 별보다 중원소 함량이 적다. 성 교수는 “별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별을 칼로 자르듯 종족I이나 종족II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며 “은하마다 환경이 다르고,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달라 연구 결과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동안 별 탄생의 양상은 어떻게 연구할까. 김기태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은 “별 탄생을 관측하는 데는 전파와 적외선을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갓 태어난 별의 강한 자외선으로 중성 수소가 이온화된 영역에서는 낮은 주파수의 전파가, 아직 전리되지 않는 않은 영역에서는 주파수가 높은 전파가 나온다.

적외선은 갓 태어난 별 주변의 물질에서 나온다. 갓 태어난 별은 보통 빽빽한 가스나 먼지구름 깊숙한 곳에 있기 때문에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다. 그 대신 주위의 물질이 별에서 나오는 빛을 흡수한 뒤 다시 적외선으로 방출한다. 이 적외선으로 별의 탄생 영역을 간접적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 역사에 걸친 별 탄생의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외부 은하를 연구한다. 다른 학문과 달리 천문학에서는 광속의 한계 덕분에 과거에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50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찰하면 50억 년 전 그 은하에서 별이 어떻게, 얼마나 태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은하가 우주에서 평범한 곳이라면 다른 은하의 과거를 보고 우리은하의 과거를 추측할 수 있다. 다양한 거리에 있는 은하를 관측해 자료를 종합하면 별 탄생의 양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 수 있다.


최후의 별은 언제까지 버틸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중 확실한 건 100억여 년 전 정점을 맞이한 뒤로 별 탄생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라이덴대 연구팀은 다양한 거리에 있는 은하 중에서 별이 태어나고 있는 곳을 폭넓게 관측해 오늘날 태어나는 별의 수는 과거 정점을 맞이했을 때의 30분의 1 수준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태어난 별의 절반이 정점을 전후한 20억 년 사이에 태어났으며, 앞으로 우주에서 태어날 수 있는 별은 현재 있는 별의 5% 수준이라는 내용이었다. 우주의 노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은하는 별 탄생이 활발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아주 먼 미래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 모든 별이 소멸하고 별이 더 태어나지 않는다면 우주는 아무 활력도 없는 어두운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가장 끝까지 살아남을 별은 질량이 아주 작은 별이다. 질량이 태양의 10% 아래인 별은 수명이 몇 조 년에 달한다.

현재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다. 물질의 밀도는 계속 희박해질 것이고 별을 보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아주 작은 별들이 최대한 버텨 보겠지만, 우주는 갈수록 어두워질 것이다. 우주는 그렇게 죽은 공간으로 끝이 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아주 먼 미래에 다시 빅뱅이 일어나 새로운 별로 가득 차게 될까. 살아서 그 모습을 볼 리는 없지만, 후자가 되기를 바라게 된다. 별 없는 우주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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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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