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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이미 식이요법 있었다

한글로 번역된 식료찬요

‘스트레스로 잠을 자지 못하면 멧대추씨를 잘게 빻아 죽을 쒀 먹어라.’ ‘술을 마신 뒤에는 생굴에 생강과 식초를 넣어 먹어라’ ‘생선뼈가 목에 걸리면 사탕을 입에 넣고 천천히 녹여먹어라’…

임금(세조)의 명을 받아 1460년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서 ‘식료찬요’에 나온 내용 중 일부분이다. 저자 전순의는 세종부터 문종, 세조까지 3대에 걸쳐 활약한 어의로 이보다 먼저 간행된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의 집필에 참여한 인물. 식료찬요는 이들 의서와 명나라에서 건너온 ‘보제방’의 내용 중 ‘식의’ 부분을 추려내 정리했다. 가난한 백성들이 스스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문헌목록으로만 전해졌을 뿐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까맣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이 책이 한 서지학자에게 발굴된 것은 지난 2003년. 역자인 김종덕 사당한의원장의 1년이 넘는 한글 번역작업 끝에 지난 1월 완역됐다.

김 원장은 “당시 백성들은 약초를 구하거나 변변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로 병을 다스리는 법이 일찍부터 발달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중풍·감기·천식·종양·임신병독·소아병 등 45종의 병증을 오곡(五穀), 오육(五肉), 오과(五果), 오채(五菜) 등 175개의 식재료로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책에는 우리 음식의 주재료인 무와 배추, 파, 된장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제가 많이 함유된 무는 고유의 톡쏘는 맛 덕에 소화불량에 효험이 있다. 오늘날 날고기나 회를 먹을 때 무를 곁들여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시사철 푸른 배추는 항상성을 유지한다고 해 숙취해소에 효험이 있다. ‘술에 취해 깨어나지 않을 때 배추씨 2홉을 잘게 간 다음 정화수 1잔에 타서 2번 나눠 먹는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또 다른 내용 중에는 불면증이나 숙취, 설사, 소화불량 같은 현대인에게도 요긴한 처방이 눈에 띈다. ‘음식을 먹었는데 소화가 되지 않으면 남은 음식을 불에 태운 후 약숟가락 정도의 남은 재를 술에 타 먹으면 차도가 있다’ ‘위가 막혀 명치 밑이 그득하고 답답한 증상이 있으면 생강즙 반 홉에 꿀 한 숟가락을 넣고 달여 끓여 3번 복용한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최고 식품으로 꼽히는 우유의 효험에 대한 언급도 보인다. ‘병을 앓은 후에 허약해진 체력을 회복하려면 소젖 1되와 물을 넣고 끓여 졸여 마신다.’

물론 요즘 현실과는 맞지 않거나 다소 허황된 듯한 처방도 곳곳에 나타난다. ‘호랑이에게 물리면 염교(달래)즙을 마셔라’ ‘몸이 허한 것을 보충하려면 여우고기를 끓여 먹어라’ 등이 그런 예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오늘날 당뇨로 일컬어지는 소갈증이나 전립선비대증인 소변불통, 대변불통에 관한 대목은 현재 영양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은 농촌진흥청 도서관 홈페이지(http://lib.rda.go.kr)에서 볼 수 있다.
 

임금의 수라상. 질벼으이 원인은 몸의 부조화에 근본을 두기 때문에 음식이 절도가 없을 때 시작된다.

 

200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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