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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통해 창의력 배양

대전과학고 SEE-KAIST 준비팀

 

교과서 실험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변형하고 창조해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고 있는 학생들
 

대전과학고등학교의 한 실험실. 밖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영하의 날씨. 이곳은 난상토론의 열기로 뜨겁다.
"코일을 다시 감아보면 어떨까요?"

"자기력의 힘을 달리 해보는 것은요?"
"제 생각엔… 코일을 통 옆에만 감을 게 아니라 밑바닥 중간부분에도 설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
"좋아, 그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하자."

겨울방학인데도 학생들은 실험에 여념이 없다. 주인공들은 올해 고교 2년생인 이진, 송현지, 박진주. 생물과목의 이순용 교사가 이들을 지휘하고 있다. 겨울방학도 반납한 채 이토록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5월로 다가온 '과학전시회'때문이다. 과학전시회는 KAIST의 영재교육연구소가 올해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전국의 과학고등학교 가운데 8개교 10팀을 선정해서 연구비를 지원했으며, 과제 작품은 5월에 열린 SEE-KAIST 행사 때 전시됐다.

이순용 교사팀의 연구제목은 '물질구조 설명을 위한 시각화 모형 개발'이다. 제목 그대로 물질의 구조나 성질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원자와 이온, 분자구조 현상을 자기장을 이용해 재현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세 종류의 모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첫번째는 '전자배치 실험장치'로 원소의 전자들이 어떻게 배열되는지 그 현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시각자료다. 먼저 동전 크기의 코르크에 원형자석을 극이 일정하게 붙여 자기모형을 만들고, 원통형 플라스틱 수조에 코일을 감은 뒤 물을 채운다. 그리고 자기모형을 그 위에 띄운 다음 직류를 걸어주면 자기 모형은 자기 전위에 의한 구심력과 원심력의 평형이 되는 위치에서 머무르게 된다. 이를 통해서 He, F, Ne 등과 같은 원소의 K궤도와 L궤도의 전자배열을 알 수 있다.

두번째는 원소들의 결합각을 보여주는 자료다. 엄지손톱 크기의 자석을 서너개 모아두면 이들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일정한 모양을 형성하는데, 이 모양에서 결합각을 파악해볼 수 있다.

세번째는 '쌍극자 모델'로 충격이 물질 내부에 전달되는 현상을 시각화하는 모형이다. 길이 1.5cm의 가는 플라스틱봉 양끝에 원형자석을 붙이고, 정사각형의 격자구조판에 이들을 끼워 여러 모양의 격자구조를 만든다. 그리고 열이나 압력 등의 충격을 가하면 격자구조를 형성한 분자들은 연쇄적으로 진동하게 된다. 이러한 연쇄반응을 통해서 외부충격이 물체내에 전달되는 현상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세가지에 걸친 이순용 교사팀의 과제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다만 쌍극자 모델의 검증 작업이 남아있는데, 모델을 만들어 놓고 나서 다른 형태도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KAIST의 담당지도교수를 만나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연구비와 연구교수를 지원해주는 이 지원사업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과학고 학생들의 실험의욕을 고취시키고 경험을 통한 창의력을 길러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그룹 과학모임을 지원함으로써 협동심을 배양하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과학교육을 걱정하는 영재교육연구소의 깊은 뜻이 들어 있다.

과학기술력이 한 국가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오늘날, 우리나라도 과학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전국에 15개 과학고등학교를 설립했다. 하지만 과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실습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있는 형편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실험실습비의 절대 부족 때문에 뒷전으로 물러앉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한 과학고의 경우, 총 1백16개 실험중 97개를 수행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수행된 실험들도 내실있게 진행됐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과학고의 1년간 실험실습비는 5백70만원으로 실험당 평균 5만원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이것을 실험건당 한 학생이 소모하는 비용으로 따져보면 1백80원이라는 턱없이 빈약한 실험비가 산출된다. 이 사업의 의의는 이순용 교사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연구하고 실험하길 좋아하는 학생들인데, 이런 동기가 주어져서 다행입니다. 교과서를 확인하는 실험에 그치지 않고, 변형시키고 창조해서 뭔가를 만들어 보려는 실험이었죠. 창의력도 기르고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결하는 능력도 키워 가더군요. 그러면서 과학에 더욱 흥미를 갖게되고 말이죠. 저도 학생들하고 함께 실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연구과제에 참여한 세 학생은 2학년을 마치면 과기대에 특차전형을 치룰 예정이다. 내실있는 과학기술자로 커나갈 그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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