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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science] 동물이 보는 세상, 들쥐 소변이 형광색으로 빛나네?





개의 세상엔 빨간색이 없다
‘개는 흑백으로 본다’는 말은 개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다. 하얀 눈이 쏟아지면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보여 팔짝팔짝 뛴다고 하지만 이는 단지 발바닥이 차가워서다. 실제로는 빨간색만 못 본다. 사람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는 종류에 따라 파란색(파장은 440nm)과 초록색(505nm), 빨간색(570nm)에 반응하는 반면, 개의 원추세포는 보라색(429~435nm)과 노란색(555nm)을 감지한다. 그래서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주황색 오렌지는 개의 눈에는 노란색으로 보인다.


오래된 영화처럼 끊어져 보이는 텔레비젼
지난해 미국에서 개를 위한 방송이 등장했다. 주인이 출근한 뒤 혼자 남겨진 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 방송은 개 심리학자가 개의 취향을 고려해 만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시청견’ 100만을 돌파했다.

그러나 개가 TV를 보면 프레임 수가 적은 옛날 영화를 보듯 계속 끊어져 보인다. 개의 원추세포는 80Hz까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초에 80장의 프레임이 바뀌는 걸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TV 화면은 초당 60번 화면이 바뀌는데(60Hz), 사람의 원추세포는 초당 60번 이상의 화면 전환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끊김없이 TV를 본다.

만약 어두운 곳에서 흑백 TV를 보면 개도 끊기지 않는 화면을 볼 수 있다. 명암만 구분하는 ‘막대세포’는 사람은 60Hz, 개는 20Hz까지 구분한다.


사람보다 넓게 보지만 입체감 덜 느낀다

개는 사람보다 시야가 넓다. 사람이 양쪽 눈을 모두 사용해 볼 수 있는 전체 시야는 180°, 개는 240°다. 하지만 입체감을 느끼는 데 중요한 ‘두 눈시야’는 사람이 140°고 개는 60°다. 한 쪽 눈을 감고 손가락을 마주치면 손톱 끝을 맞추기 어렵듯이 두 눈 시야가 좁을수록 입체감을 잘 느끼지 못 한다.

수정체 두께를 사람만큼 자유롭게 조절하지 못해 가까이 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람은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거리가 7cm인 반면 개는 30cm가 한계다. 기르는 강아지가 귀엽다고 코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봤자 개는 희뿌연 얼굴만 본다는 얘기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수정체를 조절해 초점을 맞추는 능력 때문에 사람이 책을 읽고 쓰는 동물로 진화했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운동 경기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텔레비전으로 확대한 영상을 보는 것이다. 막상 경기장에서는 너무 멀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력이 10배 더 좋은 매에게는 경기장 꼭대기 하늘이 VIP석이나 다름없다.


사람보다 시력 10배 좋은 매

새들은 아주 높은 곳에서 먼 거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매나 독수리처럼 높은 곳에서 사냥감을 찾는 새들은 수정체가 크고 안구가 관처럼 길어서 볼 수 있는 거리 범위가 넓다. 시세포도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사람보다 시력이 8~10배 좋다.


비둘기가 머리 갸웃거리는 이유는 ‘입체감’ 느끼려고

새들은 멀리 보지만 좁게 본다. 대부분은 옆을 보기 위해 주로 머리와 목을 돌린다. 올빼미는 머리를 회전할 수 있는 각도가 270°다. 집비둘기는 전체시야는 340°지만 두 눈 시야가 24°다. 먹이를 추격할 때 입체적으로 보면서 거리를 측정해야 하는 매가 그나마 두 눈 시야가 50°~70°로 넓은 편이다.

대신 새들은 두 눈 시야를 보완하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집비둘기는 걸을 때 머리를 앞으로 밀었다가 다시 뒤로 끌어당기며 연속적으로 초점을 맞춰 입체감을 느낀다. 닭이 먹이를 쪼아 먹으려 할 때도 먹이 위치와 크기를 알아보려고 여러 각도로 머리를 기울이거나 세운다. 황보연 국립공원관리공단 박사는 “사냥하는 새들은 두 눈 시야를, 그렇지 않은 새들은 전체 시야를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해 생존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새 앞에서는 보호색도 무용지물

새는 원추세포가 네 종류 이상이다. 3원색을 보는 것은 물론 자외선을 감지한다. 새 행동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보호색을 띠고 있는 애벌레도 자외선을 보는 새에게는 두드러져 보인다고 설명한다. 황조롱이의 눈에는 들쥐 소변이 형광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부근에서 들쥐를 쉽게 사냥한다.




적외선으로 굴 안에 숨은 먹이를 투시한다

뱀은 머리에 적외선 탐지기가 있다. 적외선에 예민한 감각털세포들이 분포해 있다. 어떤 뱀은 1~1.5m 거리에서 0.0001℃ 이하의 온도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 생쥐나 작은 새 같은 항온동물은 체온이 주변 환경보다 높기 때문에 땅속이나 새집에 숨어도 뱀에게 발각된다. 그래서 뱀은 어둠 속에서도 먹이를 정확히 공격할 수 있다.





360° 보지만 모자이크처럼 흐리다

벌이나 잠자리는 수많은 낱눈이 모여 만들어진 겹눈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360° 가까이 볼 수 있다.

이런 원리를 모방해 광각 카메라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곤충이 광각 카메라만큼 선명하게 본다는 뜻은 아니다. 곤충이 보는 세상은 모자이크 같은 엉성한 형태다. 문명진 단국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겹눈으로 광각을 볼 수 있을 뿐, 시력이 좋은 것은 아니라서 형체만 판별할 수 있다”며 “곤충도 물론 막대세포와 원추 세포가 있지만 사람처럼 색상을 감지하는지, 다른 형태로 보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두 눈이 너무 가까이 있고 선명하게 보는 것도 아니라서 두 눈 시야로 입체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사마귀는 먹이의 위치를 알려고 두 눈 시야를 이용하는 유일한 곤충이다.

꿀 있는 꽃이 진하게 보인다 자외선 감지 카메라로 꽃을 찍어보면 꿀이 있는 중앙으로 갈수록 더 진하게 보인다. 벌은 낱눈 각각에 자외선을 감지하는 시세포가 있다. 나비와 벌이 보는 세상에서 더 많은 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꿀이 가득 들어 더 맛있는 꽃을 한 눈에 알아보는 벌과 나비는 곤충계의 ‘장인’이다.



어두운 바다속 밝혀주는 ‘반사판ʼ

바다는 시각이 발달하기에 제약이 너무 많은 환경이다. 가시광선이 닿는 깊이는 수심 200m가 한계다. 게다가 파란 빛만 이 깊이까지 침투할 수 있어서 해양생물의 원추세포는 파란색(525nm)에만 반응한다. 따라서 물고기는 물밖으로 나와도 파란 세상을 보게 된다.

시력도 매우 나빠 바로 눈앞을 겨우 보는 수준이다.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를 항상 근처에서 찾을 수 있어 어느 깊이에서나 근시면 충분하다. 대신 시세포의 98% 이상이 막대세포다. 또한 고양이 같은 야행성 동물에 있는 ‘타페텀’이라는 반사판이 있어서, 망막 안에 들어온 약한 빛을 반사시 켜 재이용한다. 항상 빛을 최대로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동공을 최대한 열고 거의 바꾸지 않는다.


진주알 같은 안구가 가장자리 왜곡한다

물고기 눈은 진주알처럼 동그랗다. 수정체가 빛을 최대한 많이 굴절시켜 작은 안구에서도 망막에 상이 맺히게 한다. 각막은 굴절률이 1.36으로 물의 굴절률(1.34)과 비슷해 빛을 거의 굴절시키지 않는다.

물고기의 시야를 보고 싶다면 이들의 눈 모양을 본 따 만든 ‘어안렌즈’를 이용해 보자. 어안 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가장자리가 왜곡된 동그란 상이 찍힌다. 물고기가 보는 세상도 비슷하다. 눈이 돌출해 있는 만큼 시야도 사방으로 넓어서 수평으로 160°~180°, 수직으로 150°를 볼 수 있다.



고래는 생각보다 시력이 좋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고래가 눈으로 거의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예를들어, 귀신고래의 몸길이는 건물 5층 높이인데 눈은 당구공만큼 작아서 눈이 퇴화되는 증거라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의 눈보다 훨씬 크고 최근의 연구 결과도 고래가 시력이 좋다는 사실을 뒷받침 한다.


동물원 고래가 공연을 할 수 있는 이유

고래는 사람처럼 수정체 두께를 바꾸는 대신 눈 안의 압력을 조절해 수정체의 위치를 바꾼다. 공기의 굴절률은 물보다 작아서 고래가 물 밖으로 나오면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근시가 되는데, 수정체와 망막 사이 거리를 줄여 초점을 맞춘다. 이 때문에 공연 돌고래는 물 밖에서 사육사의 손짓을 정확하게 보면서 동작을 할 수 있고 물속으로 던져준 물고기도 곧잘 찾아 먹는다.

고래의 수정체도 물고기처럼 거의 구형이지만 각막의 중앙은 얇고 가장 자리는 두꺼워서 왜곡 없이 볼 수 있다.


목을 돌리지 못해 시야가 좁다

고래는 전체 시야가 120°~130°, 두 눈 시야는 20°~30°다. 하지만 고래는 목을 돌리지 못해 다른 동물들처럼 시야를 넓히지 못한다. 안용락 국립수산 과학원 고래연구소 박사는 “고래는 목뼈가 모두 붙어 있기 때문에 목을 좌우로 돌리거나 위아래를 쳐다볼 수 없다”며 “수면으로 올라오다가 큰 배를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쳐 죽는 사고가 많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이 기사에 제시된 사진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상상도’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동물이 되어볼 수 없기 때문에 단지 추측할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201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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