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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겨울 경치가 조금씩 변해 가는 계절이다. 햇빛도 서서히 강해지면서, 나무에선 초록 잎새가 나오고 남쪽에서는 개화 전선이 북상해 올라온다. 3월 21일은 태양이 하늘의 적도에 위치하는 춘분이다. 점점 밤 시간이 짧아지고, 낮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밤하늘도 1등성이 많은 겨울 별자리들이 서쪽하늘로 기울고, 봄 별자리들이 주인공이 된다. 저녁 남동쪽 하늘에서는 사자자리가 기세 좋게 높이 올라와 있고 북두칠성도 북동쪽 하늘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그래도 밤은 아직 춥다. 따뜻하게 옷을 껴입고 밤하늘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자.


3월 하늘의 북두칠성 시계


하늘의 시계 북극성과 북두칠성

호주나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는 우리가 북극성을 항상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남반구의 하늘에는 북극성처럼 방향을 알려줄 만한 남극성이 없어 광대한 대지위에서 동서남북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하지만 카메라를 북극성으로 향해놓고 일주운동을 하는 사진을 찍으면 북극성도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이때 북극성이 그리는 원은 대략1.4도로 태양이나 보름달이 거의 3개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이처럼 북극성도 실제 천구 북극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하늘의 북극은 주기가 2만5천8백년인 지구의 세차 운동으로 매년 15초씩 움직이고 있다. 세차운동은 팽이의 축이 기우뚱거리며 회전하는 모습과 같이 지축이 기울어져 돌기 때문에 생겨난다. 하늘의 북극은 앞으로 1백년 간은 계속 북극성에 가까워지다 2102년이 지나면 북극성을 스쳐 지나가 점차 멀어져 가게 된다.

예로부터 북극성과 함께 북두칠성도 계절과 시간, 방위를 알려주는 별로 종종 이용됐다. 고대 중국에서는 계절을 정하는 별을 신(辰)이라고 했는데, 북두칠성의 손잡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절을 정했다고 한다. 북쪽 하늘에서 북두칠성이 만드는 거대한 ‘하늘의 시계’를 보는 법을 배워 두려면 3월이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이달 중순 북두칠성은 자정에 정확히 북극성을 가리키면서 남중하기 때문에 단번에 정확한 시간을 알아낼 수 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이 시계의 바늘이 되어 1시간에 15도씩, 12시간이면 1백80도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초저녁 6시에는 북동쪽 지평선 위에서 지평선과 평행하게 북극성을 가리키고, 새벽에는 북서쪽 지평선 위에서 시각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 별시계는 오래된 전자시계처럼 약간 빠르게 가는 단점이 있다. 별들이 하늘에서 1회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3시간 56분 4초로 하루보다 약 4분이 짧아서, 별들이 매일 약 1도씩 일찍 떠오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3개월 뒤인 6월 중순에는 90도를 더 움직여서 현재의 새벽 6시 위치가 자정이 된다.

봄의 대곡선

한편 봄철의 밤하늘에서 북두칠성은 다른 별자리를 찾아가는 기본적인 지침 역할도 한다. 국자의 휘어진 손잡이가 목동자리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 스피카로 이어지며 ‘봄의 대곡선’으로 불리는 봄철 별자리를 찾아가는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베타(β)별과 알파(α)별을 잇는 선을 약 5배 늘리면 하늘의 북극을 나타내는 북극성과 만나게 되므로, 이 두 별을 북극성을 찾는 지표로 이용해 왔다.

무속에서는 북두칠성이 인간의 길흉화복을 맡았다고 해서 신앙의 대상으로 받들어왔다.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칠성각이 북두칠성 신앙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새해 초 그릇에 물을 담아 간절한 기도를 빌던 정화수는 자시(子時)에 북두칠성의 국자부분이 땅을 향해 기울 때 국자 속의 ‘하늘의 물’이 지상에 떨어져 생긴 하늘의 정기가 서린 물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6개의 2등성과 3등성 하나로 이루어진 이 별들이 사실 특별한 점은 별로 없다. 그리고 지금의 모양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일곱 개의 별 가운데 5개는 ‘큰곰자리 운동성단’으로 불리는 지구에서 약 70광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서 새로 태어난 젊은 별들이다. 그러나 양쪽 끝의 두 별은 이들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별개의 별들일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단지 우리가 보는 하늘의 비슷한 방향에 놓여있어 우연히 국자 모양을 함께 이루고 있을 따름이다. 석기시대 인류들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북두칠성을 보았고, 미래의 인간들도 국자부분이 더 늘어나고 손잡이 끝은 더욱 꺾인 찌그러져 볼품 없는 국자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헤라클레스에게 당한 용

북두칠성 좌우에는 헤라클레스와 싸우다 죽은 두 동물인 용과 사자가 하늘에 걸려있다. 용자리는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있는 작은곰자리 사이를 휘감아 돌며 부모와 자식간인 두 별자리를 갈라놓고 있다. 북극성 주위에 있으므로 당연히 일년 내내 밤하늘에 보이는 별자리지만 흥미로운 전설이나 밝은 별들이 드물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밤하늘에 걸린 용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상상되는 신령하고도 강력한 힘을 가진 동물이 아니다. 신화에 따르면 이 용은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모험담에 나오는 헤스페리데스라는 세 님프 자매들과 같이 황금사과를 지키는 라돈이라는 잠들지 않는 용이라고 한다. 옛날 성도에서는 거대한 뱀과 용의 중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헤라클레스는 황금사과를 따기 위해 아틀라스 대신에 천구를 지탱해주고, 황금사과를 지키는 님프들의 삼촌인 아틀라스에게 몰래 따오게 했다. 한편 용은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나중에 아테네에 의해 하늘로 올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용의 머리는 아직도 헤라클레스의 발 아래 눌린 자세로 그려져 있다.

용자리의 전체 모습은 꼬리가 엄청나게 긴 ‘가오리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긴 별자리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은 북두의 손잡이와 서로 마주 보는 작은곰의 베타, 감마별의 한가운데에 있는 3등성 알파별 투반이다. 5천년 전에는 이별이 지금 보다 더 밝게 빛났고 북극성 역할을 했다. 지금 남아있는 당시의 피라미드에는 내부에서 이 별을 관찰할 수 있는 통로가 발견된다고 한다. 지난 1996년 3월 하순 초저녁에 대혜성 햐쿠다케가 투반 바로 옆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워져 밝고 긴 꼬리를 보여주었던 대사건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황도에 위치한 사자


한편 북두칠성 국자 손잡이가 시작되는 부분에 있는 델타(δ)별과 감마(r)별을 연결해 계속 천정 쪽으로 이어가면 사자자리의 감마별인 알기에바를 지나 알파별인 레굴루스를 찾을 수 있다. 사자자리는 별자리의 모습에서 그 동물을 연상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한 형태를 보여준다. 커다란 물음표처럼 생긴 앞부분은 사자의 머리와 목, 앞발을, 직각삼각형을 이루는 세별은 사자의 엉덩이와 뒷자리이다. ‘?’ 모양은 옛소련의 국기에 그려져 있던 서양 낫과 닮았는데, 이 때문에 서양에서는 옛날부터 이 별무리를 ‘사자의 큰 낫’으로 불러왔다.

제일 밝은 별은 사자의 심장에 자리잡은 레굴루스다. 레굴루스를 중국에서는 사자의 머리를 이루는 밝은 별들과 그 북쪽의 별들을 용 모양으로 이어서 헌원(軒轅)자리로 불렀다. 헌원은 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다섯 왕 중 첫 번째 왕이다. 환단고기에 등장하는 동이족의 전쟁영웅 치우를 격파하고 황제(黃帝)라 칭해지게 된다. 전설에 의하면 황제는 용을 타고 승천하였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이 별들을 용의 모습으로 생각해 서양의 용자리와 비슷하게 길게 구부러진 별자리로 그리고 있다.

황도는 레굴르스와 스피카를 잇는 곡선과 거의 비슷하다.태양도 매년 8월23일 이 별을 스쳐 지나간다.사자의 엉덩이에 위치함 베타별 2등성 데네볼라는 아크투루스,스피카와 함께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는데,이것을 봄의 대곡선에 견주어 '봄의삼각형'으로 부른다.


사자자리.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이다.


이달의 천문현상


3월8일-10일 저녁 화성,목성,토성을 스치는 초승달


이달 초순 저녁 서쪽 하늘을 주목해보자.서쪽 지평선에서 차례로,화성(1.3등급),목성(-2.1등급),토성(0.1등급)등 3개의 행성이 거의 직선상으로 나란히 서있고,8일부터 10일까지 초승달이 이 행성들 사이에 더해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이 시기 3일간 일몰 40분 뒤인 오후 7시20분 무렵에 관찰하면,초승달이 매일 조금씩 차오르면서 이들 세 행성과 차례로 만난다.서쪽의 하늘이 지평선 부근까지 틔어있는 장소에서 지상 배경과 함께 촬영해 사진으로 남겨보자.한편 다음 달 4월6-7일 저녁에는 목성과 화성이 더욱 가까이 접근한다.


(그림2)초승달과 행성의 만남^일몰 약 40분후의 모습이다.달의 고도가 매일 오르면서 행성들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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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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