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교수님은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대뜸 등굣길을 지도에 표시해보라 하고, 자기가 사는 동네를 관찰하며 사진으로 남겨볼 것을 첫 과제로 내준다. 그리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갖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건축학개론의 시작”이라 말하며 첫 수업을 마친다. 아무래도 영화인 탓에 낭만적으로 표현한 걸까. 강현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을 “이과적 소양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도 두루 필요한 융합 학문”이라 소개하며 과학동아 독자들만을 위한 작은 건축학개론을 시작했다.
서울대 건축학과에는 건축학 전공과 건축공학 전공이 분리돼 있어요. 건축학은 5년제로 마치 디자인 스쿨과 같아요. 공학적인 요소는 배경지식으로 배우고 대신 예술과 심미적인 설계능력 및 계획능력을 교수와 1:1로 도제식으로 기르지요. 건축공학은 4년제로 건축설계에 필요한 물리, 재료, 공학 등을 배웁니다. 건축학과에서는 건축설계와 건축시공뿐만 아니라 건축역사, 환경, 도시 설계 등 다양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배워요.
우선 뭘 연구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봐요. 그리고 연구하고 싶은 게 떠오르면 관련한 모든 정보를 한 번 찾아봐요.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자료를 쉽게 많이 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연구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성 위주로 건축이 발전해왔기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고 봅니다. 여성만의 날카로운 분석력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어요. 또 남성적인 전통이 없는 해외 시장 또한 새로운 기회로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낙수장’을 꼽고 싶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지요. 외관도 멋지지만 세심한 디테일이 매력적인 건물이에요. 외부와는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건축가가 가구까지 직접 디자인해서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했어요. 심지어 창문을 열고 닫는 동선까지 고려해 가구를 설계했지요.
건축학 전공을 하려면 그림 실력이 좀 있어야 해요. 자신이 생각하는 걸 표현할 수단이 있어야 하거든요. 건축공학 전공은 수학· 과학 기초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엄밀함보다는 개념을 새롭게 응용할 수 있는 창의력과 용기를 강조하고 싶어요. 건축은 융합학문이니까요. 이 때문에 열린 마음이 중요하고, 또 한 과목에만 매몰되는 건 피해야 해요. 두루두루 공부해 쌓아올리지 않고 하나에만 몰두해 좁고 가느다랗게 지식을 쌓으면 무너지기 쉽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정과 성실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부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에요. 저도 실패를 많이 했어요. 공부는 하루 이틀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열정을 갖고 하는 성실한 사람이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