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제발 담배 좀 끊어요. 5월이 가정의 달인데 가족들 건강을 위해 당신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머니의 짜증 섞인 불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들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담배 연기가 건강에 해롭지만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는 놀이다.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도넛 모양의 연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국립서울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과학놀이체험전’에서 ‘안개 도넛’의 판을 살짝 눌러보자. 지름 40cm의 큰 구멍에서 도넛 모양의 연기가 피어 오르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구멍이 뚫린 판을 누르면 통속에 갇혀있던 연기(기체 드라이아이스)는 구멍 밖으로 솟아 오른다. 이때 구멍의 가장자리를 통과하는 연기는 판과의 마찰 때문에 구멍 가운데를 지나는 연기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그 결과 가운데를 통과하는 빠른 연기가 바깥쪽으로 휘면서 도넛 모양을 만들어낸다. 아버지가 만든 담배 연기 도넛뿐 아니라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되는 가스로 만들어진 고리 모양의 구름도 같은 원리다.
미국에서 디즈니랜드와 함께 가장 재미있는 곳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의 엑스플로러토리움은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재미있는 전시물로 보여준다. 촘촘히 박혀 있는 수많은 플라스틱 핀들이 관람객의 표정을 3차원 입체 예술로 나타내는 ‘핀스크린’과 멀리 떨어져 앉은 친구와도 소곤소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리를 담는 그릇’은 인기 만점이다. 걸리버가 거인국과 소인국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혼돈의 방’과, 그림자를 컴퓨터로 조작해 다양한 색깔과 형태로 연출하는 ‘기억의 그림자’도 놓쳐서는 안 될 전시물이다. 홈페이지(www.scinori.co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