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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5색 아빠,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가정의 달 특별기획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필요한 세 가지는 무엇일까?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경제력, 그리고 으잉? 아빠의 무관심이라굽쇼?!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지금은 친구 같은 아빠 ‘프렌디(Friendy: Friend+Daddy)’의 시대.
아빠의 사랑이 아이를 얼마나 변하게 하는지 유행하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한눈에 척!
양육의 보조자가 아닌 주체로 등장한 각양각색 아빠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아빠와 아이가 함께 1박 2일 여행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보면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정겹게 볼 수 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아빠는 사회를 보는 눈이고, 판단의 잣대가 된다.
그럼, 아이가 커서 중·고등학생이 되면 어떨까. 아이가 클수록 아빠의 중요성은 줄어들겠다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이재림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교수의 연구결과,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아빠의 영향력이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초·중·고등학생 모두 자아존중감, 학교생활적응, 학업성취 등에서 아빠의 역할이 큰 영향을 미친다. 중·고등학생에게 아빠가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어려도 커도 아빠는 중요한 존재다. 아빠는 우리에게 도대체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심하게 낯가리는 아이, 엄마 탓일까요?’, ‘아이 성격은 엄마하기 나름인가요?’ 육아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엄마가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지금 내 성격은 엄마에게서 더 큰 영향을 받았나? 기자는 오히려 아빠의 성격에 훨씬 가깝다. 김정신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박사의 2000년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서로 다른 영향을 받는다. 엄마는 주로 아이를 먹이거나 옷을 입히는 등의 신체적인 요구나, 말로 하는 교육에 몰두하기 때문에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사용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그래서 엄마에게서는 주로 언어와 인지 발달에 관한 자극을 받는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신체활동이나 놀이를 하는 데 쓴다.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를 보자. 성동일-준 부자의 경우, 처음에는 아빠와 사이가 멀어서 서먹하고 사교성도 떨어졌던 준이가 여행을 하면서 점차 아빠와 관계가 좋아졌고 친구들과도 더 적극적으로 어울리게 됐다.

성동일 씨가 조금 더 젊었더라면 준이의 사회성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나이, 학력, 양육태도에 따라 자녀의 사회성 발달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정옥 대구가톨릭대 교수팀은 2009년 한국가족관계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빠가 젊을수록 사교성과 근면성이 강한데다가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높았다”고 밝혔다.

친구관계와 학업성적도 아빠가 젊을수록 발달결과가 좋았다. 또한 아빠의 학력이 높을수록 자녀의 사회성도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대구지역 초등학생 4, 5, 6학년 52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무엇보다 양육태도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아빠의 성취적 양육태도가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성취적 태도는 아빠가 자녀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끈기 있게 해내도록 기대하고 격려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 다음으로 아빠가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정하게 자주 이야기 할 때(애정적 태도), 벌을 줄 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자녀와의 약속을 꼭 지킬 때(합리적 태도), 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할 때(자율적 태도)순으로 효과가 높았다.

그래도 가슴 한편에는 아이들은 엄마랑 더 친한 것 같은데, 엄마의 영향이 더 큰 것 아닐까하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미국 코네티컷대에서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놨다. 아이들의 성격형성은 부모의 거부적 태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부모로부터의 거부 경험은 좌절, 무력감, 분노, 타인에 대한 적개심을 낳는다. 특히 아이들은 엄마보다는 아빠의 거부적 태도에 민감하다. 아빠의 대인영향력이나 권위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성격형성에는 아빠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김정옥 교수의 연구를 생각하면, 아빠가 젊을수록 좋을 것 같다. 그런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1년 한국 남성이 결혼(초혼)을 하는 평균 나이가 31.9세다. 10년 전에 비해 2.4년 늦어졌다. 출산 시기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나이 많은 아빠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아빠 회춘 프로젝트라도 가동해야 할까.

모두 젊은 아빠가 좋고 나이든 아빠는 나쁘다고 생각한다. 늙은 아빠, 나이 많은 아빠로 검색을 해도 그리 좋은 이야기는 쉽게 나오진 않는다. 나이 많은 아빠의 아이가 조울증에 잘 걸리는 경향이 있다거나 돌연변이 유전자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 아니다. 조금 더 찾아보자. 분명, 나이 많은 아빠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 뭔가가 있을 거다. 있다!

아빠와 할아버지가 늦은 나이에 자녀를 얻었다면 자녀는 수명이 더 길어질 수 있단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의 2012년 연구결과인데, 나이가 많은 아빠의 아이는 긴 텔로미어를 물려받아서 수명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을 말하는데, 정자나 암세포를 제외한 조직에서는 세포분열이 일어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텔로미어는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부분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이 길수록 세포가 오래 살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남성일수록 정자의 텔로미어가 길다. 이 정자를 물려받은 아이들은 긴 텔로미어를 물려받는다. 그러니 노화가 느려진다. 게다가 텔로미어 길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된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늦게 아빠를 낳고, 아빠가 아이를 늦게 낳았다면 더 긴 텔로미어를 물려받아 장수할 수 있다.

연구팀의 댄 아이젠버그 박사는 “문화적 이유나 환경적 요인으로 아이를 늦게 낳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 더 오래 사는 아이를 낳는다”고 말한다. 물론 살다가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는 있지만, 어쨌든 장수 가능성을 물려준 나이 많은 아빠에게 감사의 포옹이라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지.





‘아빠! 어디가?’에서 송종국 씨는 홍일점인 딸 지아가 행여 불면 날아갈까 노심초사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그라운드의 야생마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는 그저 ‘딸바보(!)’다.

아빠와의 좋은 관계 때문에 지아는 사춘기가 늦어질 수도 있겠다. 조금 오래된 연구지만 1999년 브루스 엘리스 밴더빌트대 박사팀은 심리학 전문지 ‘성격 및 사회 심리학’에 아빠와 사이가 좋고 가깝게 지내는 딸일수록 사춘기가 늦어진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173명의 여자아이들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중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조사했다. 그랬더니 초기 5년 동안 아빠와 사이가 좋고 친하게 지내는 여자아이일수록 사춘기가 늦었다. 반면 아빠가 없거나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가정의 여자아이는 사춘기가 빨랐다. 이런 가정의 여자아이는 상대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관계가 없는 남성의 페로몬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지는데 이런 환경이 사춘기를 빠르게 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단지 사춘기가 빨라진다는 말이지, 아이의 인지능력이나 행동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아니다). 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아빠의 페로몬은 근친상간 방지 메커니즘에 따라 딸의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줄리아나 데어도르프 UC버클리 교수도 2010년 발표한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여자아이 444명을 매년 추적 조사했는데 집에 아빠가 없는 여자아이가 초경 시기를 비롯한 2차 성징이 빨랐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아빠의 부재는 불안정한 환경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빨리 사춘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아빠가 딸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른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이재림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교수가 201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의 적극적인 양육태도는 여학생의 학교생활적응, 학업성취와 관계가 깊다. 알파걸의 탄생을 이야기한 킨들런 하버드대 교수도 여러 명의 엘리트 여학생을 인터뷰한 뒤, “알파걸들은 양육에 적극적인 아빠에게서 중요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빠의 영향으로 사회성과 성취동기가 높아진 딸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송종국 씨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겠다.



아빠만 둘이면 어떨까? 게이 부모 말이다. 좋은 아빠가 둘이니 사회성도 갑절이 되고 더 좋지 않을까? 요즘 프랑스와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동성결혼 문제가 한창 떠들썩하다.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측도 있고, 그들도 사랑하고 결혼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한발 더 나가서 만일 이들이 법적인 부부로서 아이를 입양해 키우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막연한 우려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종교나 정치적 고려는 일단 고이 접어두자. 먼저 정말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지난 3월 25일 미국 빙햄턴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게이 부부가 아이에게 훨씬 엄하다고 한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양육 스트레스가 더해져 아이를 훨씬 엄하게 키우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버지니아대 연구팀이 2004년 아동 발달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엄마, 아빠가 모두 있는 가정과 동성부부 가정에 각각 입양된 청소년들의 사회성 발달이나 학업성취, 인지발달을 조사했더니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12세에서 18세까지 청소년 88명을 조사했다. 이 중 44명은 동성부부가정에 입양됐다.

게이 부모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아이의 성 행동에도 동성 부모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연구팀의 제니퍼 웨인라이트 박사는 성 행동 역시 가정 유형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게이 부모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녀와 부모가 얼마나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느냐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에 따라 학업성취 등이 결정됐다.

질 워터맨 UCLA 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연구팀이 엄마-아빠 가정과 동성부부가정에 각각 입양(또는 위탁양육)된 아이 82명을 지속적으로 조사했더니(이 중 60명은 엄마-아빠 가정에, 15명은 게이 가정, 7명은 레즈비언 가정에 입양됐다), 아이들의 인지발달 정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워터맨 교수팀은 생후 4개월에서 8살 사이의 이 아이들을 2년 동안 조사했다. 아이들은 각 가정에서 상당한 인지발달을 했다. 지능지수(IQ)도 평균 10점 올랐다. 이는 세 가지 유형의 가정에서 모두 같았다. 분명 게이 가정에 입양된 아이들은 일반 엄마-아빠 가정에 입양된 아이들에 비해 넘어야 할 벽이 하나쯤은 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슷한 발달을 보여줬다.

왠지 워터맨 교수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이들은 그저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부모의 성별에 상관없이 말이죠.”



아빠의 가슴을 가장 후벼 파는 질문은 바로 “아빠. 언제 와?”라고 한다.
여성가족부가 2007년 아빠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1.5%의 아빠가 이 말을 아이가 한 말 중 가장 미안하게 느낀 말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의 51%가 평일 정시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와중에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일수록 지능지수(IQ)도 높고 사회적으로 출세할 가능성이 크다는 뉴스도 눈에 들어온다. “내 머리 나쁨은 아빠 탓이오”라고 하기에는 아빠가 좀 안돼 보인다. 대다수의 아빠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지만 현실은 야근과 주말근무다.

이쯤해서 아빠들의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줄만한 이야기를 해볼까.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다고 아빠와 관계가 좋아지던가? 각자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친밀한 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더라도 아이와 싸우거나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차라리 함께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극단적으로 아빠와 함께 살지 않아서 함께하는 시간이 짧더라도 아빠와 자녀의 관계가 가까우면 자녀는 더 높은 학업성취도와 좋은 행동발달을 얻는다. 밸라리 킹 펜스테이트대 교수의 2007년 연구결과다. 아빠와 떨어져 살자는 말이 아니라, 절대적인 시간보다 친밀한 관계와 아빠의 적극적인 양육 참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양보다는 질이다.

전문가들은 아빠가 꾸준히 자녀와 함께 뭔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목욕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힐 때 함께 하는 정도의 노력이면 된다. 하워드 스틸 미국 뉴스쿨대 교수팀은 아빠와 목욕을 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친구도 잘 사귀고 사회 적응력이 좋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주일에 3~4번 아빠와 함께 목욕을 한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데 심각한 문제를 겪는 비율은 3%에 불과했다. 그저 1주일에 3~4번 목욕하는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덧붙이자면, 꼭 생물학적 아빠가 좋은 것은 또 아니란다. 사회적 아빠도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킹 교수도 함께 살지 않고 관계도 소원한 친아빠보다는 함께 사는 양아빠의 영향이 더 크다고 말하고 있다. 양아빠와 친아빠 중 누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자는 건 아니다. 시간의 길이나 생물학적 연관성 여부를 떠나 아빠와 자녀 관계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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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5색 아빠,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PART 2. 남자에서 아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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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기획·진행 이정훈 기자,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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