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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동아사이언스에 입사한 기자가 처음 맡은 일은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이었다. 그때 단편 ‘스마트D’로 수상한 배명훈 작가를 처음 만났다. 당시에도 SF를 많이 접해 국내에 출간된 어지간한 작품은 섭렵하고 있던 기자도 스마트D를 읽고는 독특하고 참신하다고 느꼈다.

기자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다. 그 뒤로 그는 환상문학웹진 거울, 판타스틱, 크로스로드 등에 단편을 발표하며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2010년에는 제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도 받았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은 단편집 세 권과 동화 한 편, 장편 두 편. 그리고 얼마 전, 일곱 번째 책인 중편 ‘청혼’을 출간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8월 13일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배명훈 작가를 만났다.



2006년 썼던 단편을 중편으로 개작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던 건가요?

대학원 다니면서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그 과정에서 전략·전술을 읽는 방법을 공부했어요. 원래 단편에서 전쟁 얘기를 얼렁뚱땅 넘어간 게 보여서 기회가 있으면 제대로 쓸 생각이었지요. 그러다가 문예중앙이 복간되면서 중편 청탁이 들어와 제대로 쓰게 된 거예요.

과학계에서는 우주전쟁 이야기, 문학계에서는 연애 이야기로 보더라면서요?

전쟁, 우주, 연애 세 가지 축이 있어요. 제목은 제가 지었으니까 로맨스에 비중이 있는 건 맞는데, 하나만 고르라면 전쟁 이야기라고 하고 싶어요.


우주공간에서의 전술을 어떻게 구현했나요?

전쟁사의 보편적인 내용을 넣었어요. 지상에서는 대치할 때 한 줄로 늘어서는데, 길이가 짧으면 포위당할 수 있고 길면 밀도가 낮아져서 뚫릴 수 있지요. 이게 가장 기본이에요. 3차원인 우주공간에서는 길이 대신 원형의 면이 되겠지요. 잘 생각해보니까 4차원 버전도 쓸 수 있겠다 싶어요.

기자는 배명훈 작가 덕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단편집인 ‘타워’ 출간 시 출판사가 내걸었던 대만여행상품권에 당첨이 됐던 것. 감사한 마음에 그 뒤로 나오는 책도 꼬박꼬박 사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여러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가 보인다. 코스모마피아, 은경이, 디코이, 예언자 등등. 얼핏 보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그런 소재를 이야기에 어떻게 활용하나요?


레고블록처럼 소재를 써요. 소재가 떠오르면 앞뒤에 짤막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머리에 넣어 둬요. 딱히 일을 한다는 생각도 아니고 그냥 일상적으로 그래요. 그걸 붙이면 이야기 덩어리가 되는3800원데, 그 자체는 말이 안 되죠. 그걸 말이 되게 고치는 작업을 하는 식으로 써요.

작품을 쓸 때 천착하는 소재가 있나요?

있긴 있어요. 계속 잡고 있었던 건 폭발, 예언자예요. 초기에는 맨날 듣던 이야기가 “또 대폭발이냐”는 거였죠. 그런데 그건 누굴 죽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존재감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안녕, 인공존재’가 원형에 가깝지요. 존재의 증명을 폭발로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폭발적인 결말을 잘 쓰셨던 것 같아요.

SF의 갈등 구조가 기승전결에서 결말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확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문학계에서는 반대로 내면으로 갈무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SF독자들은 결말이 안 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SF가 세계를 바꾼다면, 문단은 내면의 충격으로 끝나고….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독법의 차이예요.

그는 올해부터 과학동아에 SF단편을 연재하고 있다. 박성환, 김보영, 김창규 작가와 돌아가면서 한 편씩 싣는다. 과학잡지에 SF 코너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다.

SF를 과학대중화의 수단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나요?

일단 쓰고 싶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오히려 과학문화는 SF작가에게는 인프라 같아요. 과학동아를 보면서 자주 하는 생각이, 독자가 과학적인 내용을 잘 알아들으면 SF쓰기가 편할 것 같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우주에 떠 있는 원통형 콜로니가 회전하면 바깥쪽으로 인공 중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설명해줘도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마지막으로, 꼭 받고 싶었는데 제가 하지 않은 질문이 있나요?

어떻게 그렇게 잘 쓰세요? 이런 질문을 받아보고 싶어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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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글 고호관 기자 | 사진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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