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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메트로폴리탄은 지금 '태양의 도시'로 변신 중

오전 8시, 투명한 태양전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깬다. 
오후 2시, 실내조명으로 충전되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꺼내 마신다. 
오후 9시, 태양전지 조명이 밝히는 자전거도로를 안전하게 달린다. 

먼 미래의 하루가 아니다. 수년 뒤 서울의 모습이다. 도시는 이미 빠른 속도로 ‘태양광 발전소’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가 태양에너지에 주목하는 이유와, 도시를 위한 다양한 태양전지 기술을 살펴봤다.

<;사진>;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밖에 구름이 좀 많은가 봐요?”
전국에 아주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찾아왔던 10월 15일 오후 2시, 도시의 태양광 발전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를 찾았다. 김희동 관리소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날씨를 알아맞혔다. 
“하늘이 흐려서 그런지 발전량이 평소의 80% 수준이네요.”
알고 보니 그의 스마트폰에는 아파트 내 태양전지의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켜져 있었다. 앱에는 일일생산량, 출력전력, 총 생산량, 월 생산량 등의 수치가 상세하게 나왔다. 
또 동별로 인버터(태양전지에서 생산한 직류 전기를 가정용 교류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총 몇 킬로와트(kW)의 전기를 변환했는지도 표시됐다. 아파트가 아니라 ‘미니 발전소’를 보는 듯했다.  

 

옥상, 베란다, 화단, 경비실… 곳곳이 발전소

그제서야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태양전지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각 동의 옥상마다, 베란다 난간마다 태양전지가 있었다. 김 소장은 “전체 세대의 71%인 292세대에 태양전지가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약 4000개의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150세대 이상 기준) 이중 태양전지를 설치한 곳은 약 40여 곳이다.  
태양전지의 효과는 주민들도 실감하는 듯 했다. 이 아파트에 7년 동안 살았다는 권미정 씨는 “한 달에 1만 원 이상 꼬박꼬박 나가던 공용전기료 부담이 줄어든 것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승강기, 복도나 계단 등에서 24시간 전기를 사용한다. 이런 공용전기 사용량은 아파트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전체 전기 사용량의 20%를 차지한다. 세대별 전기료는 개인의 노력으로 줄인다고 해도, 공용전기료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9월 공용전기료는 0원이었다.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태양전지로 공용전기료를 충당한 덕분이었다. 9월 한 달 동안 옥상 태양전지로 시간당 1만7408kW의 전기를 생산해 총 521만7150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했다. 
김 소장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태양전지 셀이 수십 개가 연결된 거대한 태양전지가 있었다. 아파트가 향한 방향에 따라 설치하다보니 모든 태양전지의 방향이 정남향은 아니었다(동서 방향으로 경사진 태양전지는 정남향 대비 약 85%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옥상 태양전지는 커다란 설치대 위에 놓였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은 25도 안팎에서 가장 높다. 한여름 지붕의 온도는 80도까지 상승하는데, 태양전지의 온도가 1도 오를수록 발전량은 0.5%씩 떨어진다. 태양광 발전이 중동이나 적도 지역에서 오히려 불리한 이유다. 
김 소장은 “먼지는 비가 오면 자동으로 씻겨 나가 별도의 세척이나 관리는 필요 없다”며 “노인정, 경비실 지붕 위에도 태양전지를 설치해 기록적으로 더웠던 올여름에도 에어컨을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 1GW, 온실가스 54만4000t 감소 

도심 속 ‘미니 발전소’는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한 예로 서울시는 2022년까지 100만 가구에 ‘미니 발전소’를 보급해 총 551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매년 16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그러기 위해 서울시는 연면적(각 층 바닥면적의 합계)이 10m² 이상인 대형 건축물을 신축하기 위해서는 총 에너지사용량의 16%를 친환경에너지로 공급하고, 이중 일부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도록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개정했다. 또한 2018년 이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신축하는 모든 아파트에 태양전지 설치를 의무화했다. 
도심 곳곳의 공공부지도 활용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서남물재생센터, 성동구의 서울교통공사 군자차량사업소에는 이미 각각 4295kW, 998.28kW급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올해 11월에는 동부간선도로 방음터널에 994kW급 태양광 설비를, 월드컵공원과 잠실한강공원에 태양광으로 빛을 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자전거도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원금 제도도 있다. 2018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라도, 서울 지역의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거치식 태양전지를 베란다에 설치할 경우 비용의 일부를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선착순 지원받을 수 있다. 
이처럼 도시가 태양광 발전에 힘을 쏟는 이유는 태양광이 대도시에 가장 적합한 재생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0월 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할 과학적 근거와 방안 마련을 위한 내용의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전 세계 도시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늘리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50%로, 프랑스는 32%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도 2015년 56G기가와트(GW)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20년 100GW까지 두 배로 키우려 한다. 
그러나 도시는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도입하기에 환경적 제약이 많다. 풍력 터빈을 세우거나 수력발전소를 짓는 건 불가능하고, 폐기물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 설비를 건설하기도 조심스럽다. 
반면 태양광 발전 설비는 건물 옥상, 벽면, 공원, 도로 등 햇빛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1GW 전력을 만들어내면, 온실가스는 연간 54만4000톤(t)이 감축된다. 이는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2%다. 

 

염료 감응 태양전지에 센서 결합 
“태양광 발전은 전기를 생산한 곳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건물에서 생산한 전기로 건물 주차장의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등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세계적인 하이브리드태양전지(페로브스카이트) 연구자인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특훈교수는 앞으로는 태양광 발전을 도시에 맞게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태양광 발전은 들판이나 산림, 저수지 등 넓은 면적에서 이뤄지는 대용량 발전이었다. 도시에서는 이런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건물일체형 태양광시스템(BIPV·Building-integrated photovoltaics)이 각광받고 있다. BIPV는 태양전지 패널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붕, 벽, 창문 같은 건축자재를 처음부터 태양전지로 제작한다. 
BIPV는 가격 경쟁력만 중요한 게 아니다. 태양전지로 만든 건축자재가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유연하며 가벼워야 한다. 또 좁은 면적으로도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집광형으로 설계해야 한다. 
BIPV 기술은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2013년 말 신축된 200m 높이의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서울 여의도 소재)은 벽, 발코니, 창문 등 외장재를 BIPV 모듈로 제작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이 시간당 최고 728kW다(40쪽 사진 1). 
앞으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불투명한 군청색 태양전지가 아닌, 투명하면서 다양한 색을 가진 태양전지로 BIPV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염료로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 감응 태양전지(DSSC)’가 대표적이다.
국내 염료 감응 태양전지 기술은 준양산 단계에 와 있다. 10월 17일 오전, 서울 성남시에 위치한 차세대 태양전지 제조기업 동진쎄미켐 판교연구소에 찾아가 직접 제품을 살펴봤다. 연구소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주황, 파랑, 초록 등 오색찬란한 태양전지 창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창은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처럼 투명해 밖이 훤히 보인다. 
김종복 동진쎄미켐 종합연구소 팀장은 “창은 건물 외부에서 빛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역할도 하지만, 내부의 에너지를 빠져나가게 하는 창구도 된다”며 “발전 기능과 단열 또는 냉방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는 태양전지 창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를 연구소 2층에 있는 제조공장(fab)으로 안내했다. 카메라, 노트북 등 저장매체는 반입할 수 없게끔 엄격한 보안 검색이 이뤄졌다. 내부는 완전히 자동화 돼 있었다. 유리 기판 위에 금속산화물을 인쇄한 뒤 염료를 화학적으로 흡착하고, 전해질을 넣는 전 과정을 로봇이 수행했다. 완성된 염료 감응 태양전지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송됐다. 김 팀장은 “유리기판 위에 인쇄하는 기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공정이 간단하다”며 “처리 공정을 표준화한 것이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제작한 염료 감응 태양전지는 약한 실내조명 빛으로도 작동했다. 연구소 벽에 걸린 시계와 창틀에서 빛나는 LED가 형광등 빛으로 작동한다니 신기했다. 김 팀장은 “염료 감응 태양전지의 실내 빛 변환 효율은 20%에 이른다”며 “태양전지를 센서와 결합하면 사물인터넷(IoT)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수백 가지 센서들에 일일이 전력을 공급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시형 태양전지 개발 필요 
태양전지의 종류는 염료 감응 태양전지 외에도 수십 가지다. 국내 기업 중에는 플라스틱 기판으로 만든 유연한 태양전지 기술을 연구하는 곳도 있고, 효율을 40%까지 올리는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팀도 있다(일반적인 실리콘 결정질 태양전지는 효율이 약 20%다). 
학계도 활발히 움직인다. 최근 UNIST 연구팀이 100번 접었다 펴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유연성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했는가 하면,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개발을 국내 연구진이 선도하고 있다.
김 팀장은 “차세대 태양전지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실증사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양전지가 가진 여러 가지 한계점, 가령 날씨에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지, 보수비용이 과도하게 들지는 않는지, 에너지 저장장치와 연동해 잘 작동하는지 등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석 특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되고 있다”며 “도시형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일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석 연료가 점차 고갈되고, 원자력 발전을 줄여나가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태양광 발전이 미래 세대의 대안이 될지 모두가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각양각색 태양전지 총정리

태양전지의 종류는 현재 개발 중인 것까지 포함해 수십 가지가 넘는다. 각각은 ‘변환효율’ ‘투명성’ ‘유연성’ ‘제조원가’ 등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전기 변환 효율은 미국 국립재생가능에너지연구소(NREL)가 집계한 2018년 7월 기준 연구용으로 달성한 최고 효율을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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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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