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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의 중심에 서있는 원료 ‘석유’. 자동차 연료에서 화학 섬유까지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찾기 어렵다. 현대 문명만이 아니다. 노아의 방주에도 방수용 재료로 원유를 뜻하는 ‘역청’을 썼다는 성경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석유를 얼마나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실히 말하지 못한다. 석유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유 매장량의 비밀

‘검은 황금’이라는 별명처럼 석유는 소유한 나라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안겼다. 지금은 산유국으로서의 명성이 떨어졌지만 쿠웨이트는 한 때 석유를 수출해 국민의 생활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해결해 주기도 했다.

석유가 산업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59년 미국 세네카석유회사가 지하 21m를 굴착해 원유를 생산한 이후부터다. 그 뒤 가솔린, 디젤 기관 같은 석유 엔진과 PVC(폴리염화비닐)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 발명돼 현대인이 생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료가 됐다.

그러나 석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전체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단지 석유가 주로 발견되는 지층이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 층인 것으로 미루어 중생대에 살았던 생물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추정할 뿐이다. 그러니 석유가 지하에 얼마나 묻혀 있는지는 더욱 알기 어렵다. 게다가 산유국에서는 관련 자료를 기밀로 취급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석유 매장량은 영국 석유 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석유·가스 매장량에 관한 연간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전문가들은 ‘앞으로 n년 쓸 만큼 석유가 남아있다’고 발표하곤 한다. 이쯤 되면 매장량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약 20년 전 기자가 초등학교 때 남아있는 석유가 짧아야 20년 길어야 50년이라고 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도 수 년이 지난 지금도 ‘40년 쓸 정도 밖에 안되는 석유가 남았다’는 뉴스를 듣는다.

석유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매장량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석유 매장량은 크게 추정 매장량과 확정 매장량(가채 매장량)으로 구분한다. 추정 매장량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매장량이다. 지구 전체에 묻혀있는 매장량으로, 아직 유전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지질 자료 등에 의해 석유가 있는 곳이나 아직 생산하진 않지만 곧 생산이 가능한 곳을 포함한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고려하는 매장량이기 때문에 이 매장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확한 석유 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확정 매장량을 따져야 한다. 확정 매장량은 유전에서 양을 확실히 확인했으며 정부 규제 하에서 일반적인 기술을 이용해 상업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매장량을 말한다. 더 이상 새로운 유전을 발견하지 않고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이 확정 매장량을 전년도 생산량으로 나눠 현재 소비 수준으로 몇 년 동안 쓸 수 있는지 계산한 값이 바로 ‘가채년수’다. 올해는 42년으로 발표됐다.






가채년수 변동은 석유 생산 기술 때문

1985년 석유 가채년수는 확정 매장량 7704억 배럴(1배럴은 189.9L)로 당시 소비 수준으로 30년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러나 그 뒤 발표한 확정 매장량을 보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1995년에 1조 270억 배럴을 기록했으며 2011년 확정 매장량은 1조 6530억 배럴로 발표됐다. 28년이 지난 현재 석유가 고갈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일일 원유 생산량에 따르면 좀더 확실해진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2004년에 8290만 배럴, 2008년에는 8660만 배럴이 생산됐다. 지난해에는 8848만 배럴로 이를 1년 생산으로 환산하면 약 323억 배럴에 달한다.

이토록 석유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우선 채굴 기술이 발82.9전했기 때문이다. 원유가 있는 유전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만 발견해도 모든 유전을 개발하지는 않는다. 산업의 기본인 만큼 경제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유전에서 채굴할 수 있는 양은 매장되어 있는 원유량의 50%도 채 안됐다. 유전을 발견해도 빨대로 음료를 빨아 마시듯 바닥까지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석유는 지하에 있는 지층 사이에 고압상태로 밀봉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가 생기면 통로 쪽으로 흘러 나온다. 풍선을 불다가 입을 때면 주둥이 부분으로 바람이 빠져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때 석유가 얼마나 많이 흘러 나오게 만드느냐가 바로 채굴 기술의 핵심이다. 50%도 안되던 생산 비율은 현재 평균 55~60%에 달한다. 과거 기술로는 더 이상 석유를 채굴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유전에서 다시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는 언젠가 동이 나기 마련이다. 가채년수가 42년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석유를 얼마나 쓸 수 있느냐는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석유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석유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바로 ‘석유 정점(Oil peak)’ 때문이다.

석유 정점은 1956년 미국의 지구과학자 마리온 킹 허버트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석유 생산량이 올라가지만, 매장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산이 정점에 이른 뒤에 점점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허버트는 미국을 예시로 들면서 1965년에서 1970년 사이에 미국 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한 뒤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버트의 주장보다는 약간 늦지만 실제로 미국은 1970년대에 하루에 960만 배럴을 생산하며 정점을 찍고 현재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다시 생산량이 조금 늘어났지만 600~700만 배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 석유 정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 중에 있다. 독일 에너지워치그룹(EWG)은 2006년에 석유 정점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하지만 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2060년은 돼야 정점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석유가 언젠가 완전히 바닥난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이 때문에 가솔린 기관이나 디젤 기관, 혹은 발전소 연료 등 1차 에너지 산업에 석유를 대신할 연구를 점차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석유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원료가 있다. 셰일 가스다.
 



석유의 대안 ‘셰일 가스’

그동안 석유를 대신할 자원으로 수많은 후보가 물망에 올랐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석유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엔진을 개발하고 있고 태양 에너지, 풍력, 수력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기술도 개발해왔다. 석유를 대신할 새로운 자원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동안 경제적인 면에서 효율이 부족했던 다른 화석 연료가 새 채굴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사용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는 메탄(CH4)을 주 구성 성분으로 하는 기체다. 원유가 저장된 유전에서 시추하면 가장 먼저 빠져나온다. 이 가스를 영하 162℃까지 냉각한 뒤 액체로 만들어 정제한 것이 바로 LNG(액화천연가스)다. 탄소가 들어있는 간단한 분자 형태이기 때문에 활용도가 넓지만 석유 가스를 제외하고는 채굴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채굴할 수 있는 형태가 타이트샌드 가스라고 부르는 가스다. 알갱이가 큰 모래로 된 사암층에 있어 알갱이 사이에 들어 있는 가스를 추출했다.

셰일 가스는 사암보다 알갱이가 작은 셰일 안에 들어 있는 천연가스다. 점토가 퇴적된 암석이기 때문에 알갱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셰일 가스는 ‘수압파쇄법’이라는 채굴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양은 많지만 사용할 수 없는 자원으로 취급받았다.

수압파쇄법은 가스가 저장된 셰일 층에 강한 압력으로 물을 넣어 지층을 산산조각 깨뜨리는 기술이다. 미세한 공극 안에 갇혀있던 가스가 이 과정을 통해 빠져 나온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 가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확정 매장량만 187조 5000억m3에 달한다. 이는 현재 추출하고 있는 석유 가스 확인 매장량과 비슷한 수치로 가채년수 59년에 해당하는 양이다.

현재 셰일 가스 추출 비율은 20%도 안되며, 미국을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 거의 개발이 안 돼있다. 석유 가스 추출 비율이 80~85%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새로운 매장 장소를 확보하지 않아도 확정 매장량을 네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한 러시아가 셰일 가스를 전혀 발굴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셰일 가스가 차지할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 가스는 전세계에 고루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외 셰일가스 개발에 참여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셰일가스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에 총 8700억 원을 출자해 북미 셰일가스 개발을 지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오래 전부터 화석 연료의 대안으로 생각해 왔던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여전히 가능성만을 열어둔 상태다. 전력 생산만 놓고 봐도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지식경제부가 6월에 신재생에너지 부문 R&D에 총 3737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지만 화석연료를 대신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석유 매장량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셰일 가스 매장량이 많아서 수십 년을 버틸 수 있더라도 결국에 바닥이 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로서의 석유는 물론 그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셰일 가스는 화석 연료를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줄 뿐이다. 생각보다는 유예기간이 꽤 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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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오가희 기자 | 도움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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