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연구자 심채경 박사](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5/16113509275382fe1281324.jpg)
“전화를 받고 그제서야 ‘내가 위성 전공자구나’하고 깨달았다니까요.”
위성 전문가를 찾아 물어 물어 연락이 닿은 심채경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연구원은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했다. 심 박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위성을 정통으로 공부한 전문가.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대기를 분석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위성을 따로 연구하는 학자는 거의 없거든요. 국내에서 태양을 제외하고 나머지 태양계 천체를 연구하는 분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거예요. 위성은 말할 것도 없죠.”
그가 타이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다. “막 대학원에 갔을 때 탐사선 카시니 호가 토성에 도착했어요. 새로운 자료가 쏟아지기 시작했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이후로 오직 타이탄 한 우물만 팠어요.”
어려움도 있었다. 카시니 호의 자료는 미국이 먼저 1년 동안 연구한 뒤에야 공개를 했고, 그나마 아주 낯선 형태의 자료였다. 수십 년 전부터 탐사선을 보낸 미국은 관측 자료도 자신들만의 오래되고 독특한 방식으로 저장했다. 디지털 세대인 심 박사는 파일을 여는 법부터 새로 배워야 했다. “하지만 타이탄은 그런 노력이 아깝지 않은 정말 특이하고 흥미로운 위성이에요. 측정과 연구가 가장 많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지도교수(김상준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와 함께 칼 세이건이 ‘솔린(tholin)’이라고 이름 붙인, 미지의 타이탄 먼지 입자의 성분을 추정하는 연구를 했다.
“타이탄은 위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짙은 대기가 있어요. 더 큰 목성의 가니메데도 대기는 없는데 특이하죠. 그런데 성분이 복잡해요. 메탄과 함께 두꺼운 입자로 된 ‘헤이즈(Haze)’라는 먼지가 가득한데, 정체를 모른답니다. 그저 솔린이라고만 불리고 있지요. 수십 년 동안 미스터리였는데, 저희가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성분을 추정해 냈어요. ‘알케인’이라는 고분자 탄화수소족이 주인공일 가능성이 높아요.”
심 박사는 최근에는 달과 관련한 연구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타이탄과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탐사선 자료를 다뤄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달이라면 한국에서 궤도선이라도 보낼 계획이 있고, 가볼 희망도 품어볼 수 있다. 하지만 타이탄은 멀고 멀다. 그런 타이탄에 어떤 매력이 있어 연구에 매진했을까.
“’모른다는 것’ 자체 아닐까요? 탐사선이 가도 여전히 몰라요. 대기를 가져올 수는 없잖아요.”
풀리지 않는 호기심이 언제나 남아 있다는 것. 갑갑할 법도 한데, 심 박사는 오히려 “그게 천문학의 매력”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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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것'이 천문학 연구의 매력 (타이탄 연구자 심채경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