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화보] 회색 도시를 빛으로 물들이다

'미니멀 아트'의 대가 다니엘 뷔렌

인간의 눈은 여러 종류의 빛 중 가시광선만 인지할 수 있다. 파장이 400~7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인 가시광선은 빛 중에서도 일부 영역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이것만으로도 총천연색을 볼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다채로운 감정을 느낀다. 프랑스 출신의 다니엘 뷔렌은 이런 풍부한 색을 줄무늬라는 가장 단순한 시각적 도구로 표현하는 현대 미술계의 거장이다. 특히 모든 작품을 전시될 공간에 맞춰 제작하는 ‘인 시튀(In Situ·장소 특정적)’ 방식으로 완성한다. 공간을 캔버스 삼아, 빛을 물감 삼아 대상의 정체성을 더욱 부각하는 그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미니멀아트.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나타난 미술 사조로 작가의 감정과 주관이 크게 개입되는 추상표현주의에 반해 점, 선, 면 등 최소한의 조형 수단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한다.)

한국의 색(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 )

2020년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가 ‘한국의 색’이라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7월 한국을 직접 방문한 뷔렌은 동아미디어센터를 둘러보며 빛과 공기, 바람 같은 자연적 요소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과 도로, 그리고 건물의 역할과 유래까지 고려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동아미디어센터 16개 층에 총 8가지 색을 입혀 동아미디어그룹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조형미를 부여했다.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 )
뷔렌을 대표하는 시각적 도구는 줄무늬다. 특별한 의미를 담지 않은 줄무늬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86년 프랑스 파리 팔레 루아얄(Palais-Royal)에 설치한 260개의 줄무늬 기둥이다. 궁전이라는 고풍스럽고 엄숙한 공간에 짧고 긴 줄무늬 기둥을 규칙적으로 배열했다. 당시에는 궁전에 흑백 줄무늬 원기둥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논란이 일었지만, 현재는 시민들이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빛의 관측소 (L’Observatoire de la lumière, travail in situ)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이비통재단미술관은 돛 모양의 구조물 12개가 겹쳐진 굉장히 복잡한 건물이다. 2016년 5월 뷔렌은 여기에 격자무늬 형태로 13종류에 이르는 색 필름을 부착해 새롭게 장식했다. 판유리 3528개 중 1472개에 색을 입혔고, 줄마다 6번째 칸에는 뷔렌 특유의 흰 줄무늬가 땅과 수직을 이루도록 붙였다. 이로써 관람객들은 구역에 따라, 또 내외부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공간을 감상할 수 있고, 동일한 공간에서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채를 경험할 수 있다.

 

투명한 파사드(La Façade translucide, travail in situ)

해마다 6월과 7월에 독일 레클링하우젠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 종합 문화축제인 ‘루르페스트슈필레’를 맞아, 공연 극장 입구 위의 유리에 컬러 필름을 붙여 입구를 돋보이게 했다. 뷔렌은 작품을 구상할 때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낮에는 햇빛을 받은 컬러 필름이 건물 전체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고, 밤에는 건물의 실루엣 없이 내부 조명을 이용해 컬러 필름만 빛나게 한다. 이를 통해 한 작품에서도 여러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의 놀이처럼(Comme un jeu d’enfant, travail in situ)
뷔렌은 201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의 외관을 장식하고 설치작품을 놓았다. 숭고하고 근엄한 미술관에 총천연색을 입혀 색다른 모습을 선사했고, 여기에도 어김없이 곳곳에 줄무늬 패턴을 배치했다(위, 왼쪽). 미술관 내부에 따로 전시된 설치작품 ‘아이의 놀이처럼’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블록 장난감을 실제보다 크게 만들어 사용했다. 총 104개의 블록을 두 구역으로 나눠 탑처럼 쌓았는데, 한 구역은 무채색이고 다른 한 구역은 알록달록하게 만들어 색의 대비 효과를 노렸다. 또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 것처럼 배치해 재미를 더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진로 추천

  • 미술사학
  • 미술·디자인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