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를 꿈꾸는 박하현 양은 이화글로벌리더전형(자연계열, 2013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인 ‘이화사정관 전형’으로 통합)로 자연대 생명과학과에 입학했다. 과학고 조기졸업 후 이공계 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온 학생답게 똑부러지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는 생각보다 훨씬 유쾌한 학생이었다.
올림피아드 참가로 찾은 꿈
하현 양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외국어고를 생각했다. 때문에 수학과 영어 공부에 집중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진로가 완전히 달라졌다.
박 양은 “어느 순간 과학을 하고 있더라”며 “과학고에 가려고 과학을 공부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과학고를 꿈꾸면서 생물올림피아드를 준비했다.
“올림피아드를 준비할 때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생물학자를 꿈꾸게 됐죠. 그런데 요즘 후배들은 재미가 없는데도 남들이 시키니까 하거나 학교 이름을 보고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학과가 중요해요. 좋아하는 것을 해야죠.”
막연히 생물학자를 꿈꾸던 하현 양의 꿈은 또 한 번의 올림피아드로 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혹시라도 상을 타면 도움이 될까봐 참여했던 뇌과학 올림피아드에서 들은 강연이 계기였다. 머릿속에서 상상한 이미지를 스크린에 나타내는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제가 상상한 모습과 영화 속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상상한 것을 이미지로 나타내는 프로젝트를 한다니 신기했죠. 아마 미래에 저는 뇌과학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무엇이든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해요. 저도 뇌과학 올림피아드에 나가지 않았다면 이런 꿈을 꾸지 않았을 수도 있죠. 공부도 중요하지만 경험도 중요해요.”
올림피아드 준비에는 하현 양의 승부욕이 한몫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저랑 비슷한 성적의 친구가 있었어요. 함께 공부하면서 ‘저 친구를 꼭 이겨야지’하면서 공부해서 결국 이기고 반 1등이 됐죠. 생물 올림피아드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친한 친구와 함께 준비하면서 ‘저 친구보다 좀 더 빨리 풀어야지, 좀 더 많이 해야지’하면서 공부했어요. 그랬더니 금상을 받았어요.”
그는 이 때 처음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현 양은 라이벌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자신보다 너무 뛰어난 아이를 라이벌로 삼아서 계속 이기지 못하면 자존심만 상하고 포기하게 돼요.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잘 하는 정도의 대상을 라이벌로 삼는 것이 좋아요.”
지옥처럼 뜨거웠던 과학고 생활, 멘토가 필요해
중학교 3학년 때 과학고 준비를 시작해 생물올림피아드 금상을 받고 고등학교 1, 2학년 연속으로 고등부 올림피아드 겨울학교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그에게도 과학고 생활은 녹녹치 않았다. 하현 양은 “지옥 같은 2년”이라는 말로 과학고 생활을 표현했다. 공부 분위기도 좋고 본받을만한 친구들이 많아서 행복했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곳이다 보니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신에서 손해도 많이 봤다. 2학년 마지막 기말고사 즈음에는 다들 쉬는 시간에도 앉아서 독하게 공부했다.
“정말 독해요. 독하게 하지 않아도 머리가 정말 좋아서 전교권 등수에 드는 애들도 있고요. 성적받기 정말 쉽지 않죠.”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어릴 적부터 공부를 못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공부를 더 많이 했을 정도로 승부욕이 있던 그이기에 받은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했다. 설상가상으로 2학년 때는 슬럼프가 오면서 성적이 뚝 떨어졌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이 많아서 안 깨우면 10시간도 자는 편인데, 그 때는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어요. 커피를 1리터씩 마셨어요. 속이 다 망가졌죠. 새벽에 다섯 시간 동안 토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숨을 못 쉬어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어요. 스트레스 때문이었죠. 그렇게 공부하니 성적은 확 올라갔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걸 알게 해준 경험 자체가 행운이에요.”
슬럼프가 오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 혼자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하현 양은 ‘멘토’를 추천했다. 흔히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을 추천하지만 하현 양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멘토로 삼으라고 한다.
“그리고 지치거나 흔들릴 때 붙들어 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해요. 너무 멀리 있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친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줄 수 있는 사람을 멘토로 하세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좋아요. 저에게 가장 좋은 멘토는 선생님이었어요. 중학교 때 집안문제로 힘들어 할 때도 제 사정을 다 알아서 합리적인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고등학교 때도 생물선생님과 친하게 지냈어요. 그 덕분에 과제연구도 즐겁게 했죠.”
“솔직하게 말할게요. 처음부터 여대를 꿈꾼 건 아니었어요.”
왜 이화여대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하현 양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는 처음부터 여대를 꿈꾼 건 아니지만 입학 후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여대를 꺼리는 게 주로 학점 따기가 힘들 것 같고, 개인주의도 있을 것 같아서예요. 그리고 가장 큰 이유가 남자가 없다는 것 같아요. 남녀공학 다니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많이 놀더라고요. 근데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학점을 따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돼요. 게다가 여자애들끼리 생활하니 더 편하고 서로 끈끈해져요.”
당장 캠퍼스의 낭만을 쫓아 노는 것 보다는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 요즘과 같은 경기 불황, 청년 실업 시대를 이기는 힘이 될 수 있다. 이화여대는 여대로서는 세계 최초로 공대를 세운 학교다. 게다가 이화여대 김선욱 총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분야로 ‘과학’을 꼽으며 생명과학과 신재생에너지·환경, 나노 화학 분야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퀴리 부인 등 노벨상 수상자를 지원해 온 세계적 화학종합 기업 솔베이(Solvay)사와 산학 협력을 맺고 공동 연구를 한다. 솔베이사가 대학 캠퍼스 안에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한 것은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특수화학 분야에서 연간 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 기업이 이화여대의 연구성과와 전세계적 학술 연구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로써 우수한 여성 이공계 인력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화여대로 가는 길
일반고에 비해 과학고 졸업생은 올림피아드 실적이나 과제연구 내용처럼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낼 것이 많다. 하현 양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쓰고 무엇을 빼야할지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럴 때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하현 양은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 자신의 서류를 봤다. 이미 진학한 선배들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해도 좋다.
우수성을 입증할 자료도 과학고 과제연구와 R&E(Research&Education, 대학이나 연구소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연구)내용을 썼다. 하현 양은 친구와 함께 주제를 찾고 연구방법을 찾아서 결론을 낸 과학고 과제연구를 더 뿌듯해했다. 2학년 때 ‘향기에 대한 고등학생의 성적 향상’에 대한 연구로 교내대회 동상도 받았다. 연구한 것은 자기소개서에도 썼다.
“1학년 때는 과제연구가 뭔지도 잘 모르고 선생님께 주제를 받아서 ‘수질오염과 조류’에 관한 연구를 했죠. 그런데 2학년 때는 뇌과학에 관한 연구를 친구와 함께 정말 열심히 했어요. 평소에 커피 향을 맡으면서 공부했다면 같은 냄새를 맡았을 때 공부했던 것이 더 잘 기억난다는 거였죠. 뇌파측정기를 이용해서 50명이 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어요.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뿌듯했어요.”
과제연구 때 쓴 보고서 초록은 우수성 입증자료로도 제출했다. 과정에서 느낀 점은 자기소개서에 상세히 썼다. 교사추천서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추천서를 쓰는 기간에는 선생님들도 바쁜데다가 쓰는 추천서도 많기 때문에 미리 부탁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과학고 같은 곳은 추천서 쓰는 기간이 되면 선생님 한 분이 쓰는 추천서가 150개 정도 되기 때문에 빨리 찾아가서 확답을 받아야 해요.”
면접 때도 크게 떨지 않았다. 긴장하면 면접에서 임기응변이 힘들기 때문에 되도록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떨어지면 1년 더 한다는 심정으로 편하게 임했다. 그는 마음이 조급해질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를 읽어보기를 권했다.
“입시가 다가올수록 뭐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원하는 곳에 지금 당장 가지 못해 재수한다고 해도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잖아요. 조급하게 달리다가도 한번쯤 여유를 가져야 해요. 이 책을 읽으면 마음에 위로가 돼요.”
일반고에 비해 과학고 졸업생은 올림피아드 실적이나 과제연구 내용처럼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낼 것이 많다. 하현 양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쓰고 무엇을 빼야할지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럴 때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하현 양은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 자신의 서류를 봤다. 이미 진학한 선배들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해도 좋다.
우수성을 입증할 자료도 과학고 과제연구와 R&E(Research&Education, 대학이나 연구소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연구)내용을 썼다. 하현 양은 친구와 함께 주제를 찾고 연구방법을 찾아서 결론을 낸 과학고 과제연구를 더 뿌듯해했다. 2학년 때 ‘향기에 대한 고등학생의 성적 향상’에 대한 연구로 교내대회 동상도 받았다. 연구한 것은 자기소개서에도 썼다.
“1학년 때는 과제연구가 뭔지도 잘 모르고 선생님께 주제를 받아서 ‘수질오염과 조류’에 관한 연구를 했죠. 그런데 2학년 때는 뇌과학에 관한 연구를 친구와 함께 정말 열심히 했어요. 평소에 커피 향을 맡으면서 공부했다면 같은 냄새를 맡았을 때 공부했던 것이 더 잘 기억난다는 거였죠. 뇌파측정기를 이용해서 50명이 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어요.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뿌듯했어요.”
과제연구 때 쓴 보고서 초록은 우수성 입증자료로도 제출했다. 과정에서 느낀 점은 자기소개서에 상세히 썼다. 교사추천서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추천서를 쓰는 기간에는 선생님들도 바쁜데다가 쓰는 추천서도 많기 때문에 미리 부탁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과학고 같은 곳은 추천서 쓰는 기간이 되면 선생님 한 분이 쓰는 추천서가 150개 정도 되기 때문에 빨리 찾아가서 확답을 받아야 해요.”
면접 때도 크게 떨지 않았다. 긴장하면 면접에서 임기응변이 힘들기 때문에 되도록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떨어지면 1년 더 한다는 심정으로 편하게 임했다. 그는 마음이 조급해질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를 읽어보기를 권했다.
“입시가 다가올수록 뭐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원하는 곳에 지금 당장 가지 못해 재수한다고 해도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잖아요. 조급하게 달리다가도 한번쯤 여유를 가져야 해요. 이 책을 읽으면 마음에 위로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