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출발 신호가 터지기 무섭게 수영선수들이 물로 뛰어든다. 물속에서 귀에 들리는 것은 웅웅거리는 소리뿐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파란 타일 밖에 없다. 올림픽 수영국가대표팀의 체력 훈련과 컨디션 관리를 맡은 체육과학연구원 정진욱 연구원은 수영을 “올림픽 종목 중 가장 고독한 경기”라고 말했다.
물속에서 시작하는 배영을 제외한 모든 수영 경기는 물로 뛰어드는 것(입수)으로 시작한다. 이상적인 입수 각도는 30~40°다. 더 깊은 각도로 물에 들어가면 앞으로 나가기 위한 힘을 잃게 되고, 얕은 각도로 떨어지면 몸 전체가 물 표면에 닿는 ‘배치기’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좋은 각도로 입수할수록 물의 저항이 적어, 튀는 물의 양도 줄어든다.
잠영 실력이 싸움 승패 가른다
출발 지점부터 15m까지는 잠영 구간이다. 잠영이란 스타트 후나 반환점에서 턴을 한 뒤, 두 발을 모아 동시에 차는 돌핀킥을 하며 잠수한 상태로 헤엄치는 영법이다. 잠영을 하면 표면보다 물속의 저항이 더 적어 더 빠르게 헤엄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15m의 구간을 모두 잠영으로만 헤엄쳐 나가는 선수는 없다. 세계적인 수영 선수, 미국 마이클 펠프스의 잠영 거리도 12~13m다. 잠영의 단점은 숨을 쉴 수 없다는 것. 숨을 쉬지 못하면 자연히 근육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최대 힘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수영 선수들은 빠른 속도의 잠영과, 큰 힘을 유지하기 위한 산소 중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폐활량과 체력이 좋은 선수들은 아무래도 더 오래 잠영을 할 수 있고, 기록도 좋아진다. 우리나라의 박태환 선수도 2011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7~8m에 그쳤던 잠영 거리를 올해 들어 최소 10m 이상으로 늘렸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자유형 200m 금메달의 꿈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박태환 선수가 잠영 거리를 10m까지 늘렸다지만 마이클 펠프스 선수나 신예 라이언 록티 선수(미국)의 잠영 거리인 12~13m에는 여전히 조금 못 미친다. 이 선수들에겐 어떤 비밀이 있을까.
“펠프스 선수의 돌핀킥은 완벽합니다. 공기방울이 안 생길 만큼 불필요한 저항이 없어요.”
정 연구원이 분석한 펠프스 선수의 잠영의 비밀은 완벽한 돌핀킥이었다. 그렇다면 펠프스의 돌핀킥만 따라한다면 다른 선수들도 돌핀킥의 대가가 될 수 있을까.
“사실 펠프스 선수는 타고난 수영 선수에요. 부력도 좋고, 체력, 유연성 모두 최상입니다. 사실 수영하는 데 유리한 신체가 따로 있습니다.”
0.01초를 다투는 세계무대이니만큼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신체조건도 빼놓을 수 없다. 박태환 선수 역시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바로 ‘부력’이 좋은 신체다. 수영 선수에게 부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몸이 물에 잘 뜨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쓸 힘을 몸을 띄우는 데도 함께 써야하기 때문에 힘이 분산된다. 속도도 더 느려진다.
부력은 폐활량과 관계가 크다. 폐활량이 클수록 몸에 담는 공기량이 많아져 몸이 물에 잘 뜬다. 박태환 선수의 폐활량은 일반 성인 남성의 2배인 7000ml다. 지방과 근육의 비율도 부력에 영향을 준다. 지방 대비 근육량이 많아질수록 근력과 추진력이 향상되지만 밀도가 높아져 부력은 반대로 떨어진다. 반대로 지방이 많으면 부력은 좋아지지만 근력과 지구력은 줄어든다. 따라서 수영선수에게는 근육과 지방의 절묘한 비율이 중요하다.
특정 영법에서 유리한 선수의 다리 모양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평영은 개구리의 수영법을 닮은 영법이다. 개구리는 수영을 할 때 잘 발달한 뒷다리를 이용한다. 다리 근육, 특히 허벅지가 잘 발달한 선수가 평영을 하면 유리하다. 또 돌핀킥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고 나가야하는 접영은 다리가 가지런하고 허벅지와 무릎이 약간 안쪽으로 모인 선수가 유리하다. 정 연구원은 “선천적으로 이런 다리를 가진 선수들의 킥이 다른 선수보다 좋다”고 설명했다.
수영 선수가 1번 레인을 싫어하는 이유
2011년 7월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대회 예선을 턱걸이로 통과한 박태환 선수는 많은 선수들이 기피하는 1번 레인에서 결승전을 치러야만 했다. 선수들이 1번 레인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예선을 가장 좋은 기록으로 통과한 4번 레인 선수를 견제하기가 힘들어서다. 1번 레인은 중앙인 4번 레인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조파저항’이다.
“가장 선두에서 헤엄치는 4번 레인 선수가 만든 파도가 3번, 2번 선수를 거치며 중첩돼 다른 레인 선수에게 장애물이 됩니다. 그런데 박태환 선수는 특유의 빠른 스타트로 중첩된 파도보다 아예 앞서서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정 연구원은 1번 레인을 배정 받아 레이스를 펼친 것이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당초 멀리 떨어져 레이스를 함으로써 다른 선수들이 만드는 파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또 다른 선수들이 멀리 있는 박태환 선수를 견제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 결과, 박태환 선수는 4번 레인의 쑨양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박태환 선수가 만약 스타트와 초반 속도가 빠른 선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중앙의 4번 레인 선수가 만든 조파 저항은 그 옆 레인에서 헤엄치는 선수를 지날수록 중첩돼 점점 더 커진다. 박태환은 빠른 초반 스피드로 조파저항보다 앞서서 레이스를 펼쳤다.]
대한민국 최강의 남녀 궁사 6명이 런던 올림픽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양궁 경기에서 대한민국 궁사들의 금 사냥을 방해할 요소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날씨다. 양궁 경기는 과녁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 한 기상악화로 경기가 취소되는 법이 없다. 양팀 모두에게 똑같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비와 바람은 화살이 날아가는 궤적을 바꾼다. 비는 활시위를 놓는 궁사의 손을 미끄럽게 만들고, 바람은 선수의 자세와 무게중심을 변화시킨다.
다행히 런던 올림픽의 양궁 경기 때 큰 비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가 런던의 우기를 피했기 때문이다. 남은 장애 요소는 바람. 양궁 국가대표팀은 런던으로 출전하기 전 국내의 진천선수촌 연습장과 원주 군부대에서 훈련을 마쳤다. 이곳 환경이 실전을 펼칠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경기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바람에 미리 적응하는 훈련은 궁사에게 필수다. 바람에 저항하기 위한 오조준은 순전히 감과 경험에만 의존해야 한다. 이 훈련은 궁사에게 실전에서 꼭 필요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비와 바람을 해결한다 해도 쏘는 모든 화살을 퍼펙트 골드에 꽂긴 어렵다. 방아쇠만 당기면 화약의 힘으로 발사되는 총과 달리 활은 매번 사람이 직접 시위를 당겨야 하기 때문에 오차의 여지가 더 많다. 뿐만 아니라 화살은 활시위를 떠나는 순간부터 물고기처럼 허공을 구불구불 헤엄쳐 날아간다.
화살은 직진하지 않는다, 궁사의 패러독스
화살이 똑바로 날아가지 못하고 구불구불 헤엄치듯 날아가는 건 활시위가 화살을 똑바로 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활시위가 똑바로 움직이지 않는 건 활시위를 손가락으로 놓는 과정에서 활시위의 탄성 때문에 커다란 요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궁사의 패러독스’라 한다. 퍼펙트 골드를 꿰뚫기 위해선 궁사의 패러독스를 반드시 잡아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튜닝이다.
국내 양궁여자국가대표팀 코치와 대만양궁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형탁 감독은 “경기 결과에서 튜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라고 튜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궁사의 패러독스는 화살의 휘어짐 정도(스파인)와 관계가 크다. 화살의 두께나 강도를 조절하거나 활의 세기를 최적화하는 방법으로 이 패러독스를 해결할 수 있다.
현대로 올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양궁 활의 구조는 궁사가 화살을 발사할 때 매번 달라지는 오차를 최소로 줄인다. 양궁 앞으로 길게 뻗어나온 막대는 ‘롱 스태빌라이저(long stabilizer)’다. 무게추 역할을 해 궁사가 활시위를 놓았을 때 활이 앞뒤로 휘청이지 않게 해준다.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현재 양궁 규정에는 롱 스태빌라이저에 길이 제한이 없다. 길수록 반동은 줄어들지만 무게가 늘어나 궁사의 어깨에 부담을 준다.
활의 가운데에는 ‘크리커(clicker)’라고 부르는 장치가 있다. 크리커는 궁사가 어느 정도 시위를 당기거나 화살을 후퇴시키면 ‘짤깍’ 소리를 내는 장치다. 항상 일정한 길이만큼 시위를 당길 수 있게 해준다. 시위를 덜 당기면 평소보다 화살이 약하게 발사돼 사거리가 짧아지고, 평소보다 많이 당기면 자세가 흐트러져 정확도가 떨어진다.
10점 과녁의 지름은 12.2cm. 궁사가 위치한 70m 거리에서 보면 노란색 점에 불과하다. 잘 보는 것만큼이나, 오차 없이 쏘는 테크닉이 승패를 가른다. 6명의 궁사들은 남녀 개인 및 단체전 싹쓸이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부터 태권도에 전자호구가 도입됐다. 전자호구는 2005년부터 퇴출 위기에 시달려온 태권도 종목을 지키기 위해 국제태권도연맹(WTF)이 내놓은 응답이다. 태권도의 위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경기의 재미와 심판의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중 심판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안이 바로 전자호구다. 펜싱은 1916년부터 전자호구를 사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황종학 책임연구원은 “태권도 전자호구가 경기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도 되찾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호구를 입고 경기를 하면 득점을 할 때마다 전광판에 어떤 선수가 어떤 세기의 발차기로 득점했는지 표시되기 때문에 관중들도 더 경기에 몰입할 수 있다.
RFID를 닮은 태권도 전자호구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공식으로 사용하는 전자호구는 스페인 대도의 제품이다. 미국 라저스트의 호구에 이어 두 번째로 공인을 받았다. 새로 공인 받은 호구의 특징은 근접식 센서다. 발등에 맨 센서와 상체에 입은 보호구 내의 센서가 가까워지면 ‘발로 때렸다’고 인식한다. 황종학 연구원은 전자호구의 센서가 “IC칩을 이용해 근거리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RFID 기술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타격이 센지는 감압센서가 측정해 미리 설정해둔 0에서 100 사이의 값을 전광판에 표시한다. 체급에 따라 유효 득점이 되기 위한 충격량이 다르다.
황 연구원은 “태권도 전자호구가 펜싱 전자호구보다 한 수 위인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펜싱은 ‘피스트’라고 부르는 직선 경기장에서 1차원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유선 전자호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는 정방형의 경기장에서 2차원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자호구는 반드시 무선이어야만 한다. 태권도 전자호구는 ‘지그비(ZigBee)’라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사용하며 2.4GHz의 무선전파를 사용한다. 황 연구원은 “특별한 방해 전파 공작만 없다면 무선 통신 때문에 전자호구 사용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전자호구에 잘 적응해 싸울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르는 남자 58kg급 신예 이대훈 선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자호구 사용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대훈 선수는 주체급이었던 63kg급에서 58kg 급으로 체급을 낮춰, 약한 타격으로도 유효득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심리치료를 맡고 있는 체육과학원의 김용승 책임연구원은 “이번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심리상태가 매우 안정적이고 강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심리상태에 따라 경기 중 기량은 최대 15%까지도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다.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금빛 발차기를 기대해본다.
2011년 7월 도마 역사상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우리나라 경기 고양시에서 탄생했다. 양학선 선수가 코리아컵 국제체조 대회에서 펼친 기술, ‘양학선’이다. 이전까지 도마에서는 여홍철 선수의 ‘여2’ 기술이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최대 회전 기술이었다.
‘여2’의 기술 난이도는 7.0. 그런데 ‘양학선’ 기술의 난이도는 0.4점이 더 높은 7.4점이다. ‘여2’ 기술이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도는 반면, ‘양학선’ 기술은 연속 3회전을 돈다. 이 기술에 성공한 선수는 양 선수가 유일하다. 자신의 기술만 제대로 소화한다면 우리나라 올림픽 사상 첫 체조 금메달은 양 선수가 받을 것이다.
양학선 기술이 구현되는 데 걸리는 총 시간은 3초다. 3초 안에 도마를 향해 달리고, 도약하고, 공중에서 회전을 한 후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모든 동작이 정확하게 맞물려야 한다. 기술 ‘양학선’은 구름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양 선수가 전속력으로 달려 구름판을 밟을 때의 순간 속도는 초속 7.83m. 다른 선수들이 초속 6m인 것을 감안하면 무척 빠르다. 구름판을 밟는 순간의 빠른 속도는 손으로 도마를 짚은 후의 도약력으로 바뀐다. 도마에 손이 닿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도마를 오래 짚을수록 힘이 도마로 전달돼 도약력이 줄고 공중에서 기술을 쓸 시간도 줄어든다. 송주호 책임연구원은 “양 선수가 도마 짚는 시간을 0.18초에서 0.15초로 줄이면서 공중회전속도가 초당 136°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공중에 더 오래 뜨고 더 많이 회전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돌기 위해선 빠른 회전이 필수다. 빠른 회전을 위해선 팔을 최대한 오므려야 한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측정 결과에서도 양 선수의 오른팔과 몸이 이루는 각도가 22°일 때는 초당 632°로 회전했지만 각도가 66°로 늘어나자 회전속도가 초당 557°로 줄었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도 트리플 점프를 할 때 회전속도를 높이기 위해 순간적으로 손을 모은다.
모든 과정이 제대로 됐는지는 착지 순간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마의 전체 동작은 도미노와 같아서 달리기, 도약, 회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으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송 연구원은 “양 선수가 막판 훈련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어 착지 동작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 난이도의 도마 기술 ‘양학선’. 달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착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이 짧은 시간 안에 연속 3회전을 돌아야만 한다. 모든 동작은 도미노처럼 정확하게 맞물려있다.]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무기를 들고 상대와 싸우는 경기가 펜싱이다. 펜싱은 플뢰레, 에페, 사브르 3종목이 있다. 타격 부위는 종목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같다. 0.04초라는,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간보다 빠르게 상대를 먼저 찌르거나 베는 것. 그리고 이 마술은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에 의해 일어난다. 다른 손가락은 그저 ‘거들 뿐’이다.
펜싱에서 두 손가락의 역할이 큰 까닭은 힘보다 검의 유연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중시하는 현대 펜싱의 특징 때문이다. 등 뒤로 팔을 꺾어 찌르는 등 즉흥적인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은 물론 반사신경도 뛰어나야 한다. 펜싱 국가대표팀의 훈련을 돕고 있는 체육과학연구원 김태완 연구원은 뛰어난 반사신경의 비결을 “경기 중 모든 동작이 자동으로 나오도록 반복훈련하는 것”으로 꼽았다. 0.04초를 강조한 까닭은 두 선수가 서로를 찌르거나 벤 시간 차가 0.04초 이하라면 양쪽 모두의 득점을 인정하는 펜싱 규칙 때문이다.
펜싱 선수는 짝팔에 짝다리
펜싱에서 상대방을 0.04초보다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비결은 속도다. 속도가 빨라야 적을 찌르거나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피할 수 있다. 속도는 크게 신체의 두 군데에서 나온다. 한 곳은 바로 팔, 그 중에서도 손목과 팔꿈치 사이의 전완근이다. 다른 한 곳은 하체다.
전완근이 발달하는 까닭은 칼의 섬세한 움직임이 손가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 하체 힘이 좋아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위협적인 런지(쭉 뻗어서 찌르기)를 할 수 있다. 펜싱 선수들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과 속도를 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특정 신체 부위가 단련됐다.
펜싱 선수들은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 허벅지와 왼쪽 종아리가 발달한다. 더 빠르고 더 먼 거리의 런지를 하기 위해서다. 2012년 국제그랑프리대회 은메달리스트 구본길 선수는 양쪽 허벅지의 둘레 차가 5.5cm나 난다. 김 연구원은 “펜싱이 한쪽으로만 하는 편측운동이니만큼 신체 밸런스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연구원이 구본길 선수의 동작을 모션 캡처한 모습. 경기 속도가 빠른 펜싱인 만큼 기술을 쓴 시간, 경로 등을 분석하기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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