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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없이 수술한다

절대강자 다빈치 위협하는 토종 수술로봇



현재 전 세계 병원에서 사용 중인 수술로봇 ‘다빈치’는 대당 30억 원이 넘는다. 이외에도 로보닥, 마코플래시티 등 몇 종류의 수술로봇이 판매되고 있지만 정형외과 관절 수술용 로봇으로, 수술 보조도구 성격이 강하다.

다빈치는 로봇 가격이 비싸고, 사용하는 소모품 가격도 만만치 않아 수술비도 상당히 높다. 한 번 수술에 대략 1000만~2000만 원이 든다. 완치율도 일반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해 6월 다빈치 수술에 대해 “비싼 비용에 비해 효과가 썩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로봇수술을 선택한다. 완치율과 ‘좋은 수술’은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은 무엇보다 흉터가 적고, 그래서 회복도 빠르다. 수술로봇은 칼로 사람 피부를 자르지 않는다. 몸에 구멍을 낸 뒤 코가 긴 수술도구를 집어넣고 환부를 치료한다. 구멍을 뚫고 환부를 치료하는 복강경 수술을 의사 대신 해 주는 것이다.

물론 다빈치 로봇이 없어도 의사가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로봇만큼 수술을 잘 하는 의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빈치는 3차원 카메라로 사람의 몸속을 2~3배 확대해서, 원근감까지 그대로 살려서 보여준다. 또 로봇을 조작하는 의사를 위해 손 떨림 방지장치까지 들어 있다. 사람이 복강경 수술을 하려면 조악한 소형 카메라의 화면을 바라보며 손재주에 의존해 가위 같은 장비로 더듬더듬 수술할 수밖에 없다. 다빈치가 세계 수술로봇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결과 다빈치는 전 세계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다빈치 제작사인 인투이티브 서지컬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다빈치 수술로봇은 전 세계에 1700대 이상 팔렸다. 1300대가 미국에, 300여 대가 유럽에 있다. 아시아에는 100여 대 있고, 대부분 우리나라에 있다(일본은 수술로봇 사용을 의료보험법 제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빈치의 국내 공급을 맡고 있는 ‘바이오로보틱스’의 이범교 사장은 “로봇수술은 흉터가 적고, 회복도 빠르기 때문에 다소 비용을 지불해도 꼭 하고 싶어 하는 방법”이라면서 “암 같은 복잡한 수술도 해야 하니 앞으로 로봇수술 의존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빈치 능가할 수술 기법 어떤 게 있나… “흉터를 없애라”

지금 와서 다빈치와 비슷한 수술로봇을 개발해 봐야 두각을 나타내긴 어렵다. 더구나 다빈치를 만든 회사가 특허를 독점하고 있어 다른 기업들의 진출을 막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수술 로봇을 개발해야 할까. 수술로봇 전문가인 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다빈치의 성공 원인을 잘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모두들 다빈치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한 발 앞서 ‘더 흉터가 적고, 그래서 회복도 더 빠른’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그렇다면 복강경보다 수술 흉터가 더 적은 방법이 있을까. 물론 있다. 현재 꼭 두 종류의 수술법이 존재한다. 배꼽 바로 아래에 구멍을 한 개만 뚫고 환부를 치료하는 ‘싱글 포트 수술’과 ‘무흉터 내시경 수술(노트 수술)’이다.

두 수술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싱글포트 수술은 실력 있는 의사만 만난다면 몸속 장기를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수술이 까다로운 것이 문제다. 싱글포트 수술 경험이 많은 노영훈 부산 동아대 외과 교수는 “복강경 수술보다도 흉터가 적고, 경우에 따라선 거의 눈에 띄지 않아 특히 여성환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다만 수술 방식이 복강경 수술에 비해 번거롭기 때문에 시도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노트 수술은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사람 손으로 수술하기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 수술을 시도하는 자체를 ‘실험’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리 문제 때문에 지금은 몇몇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신개념 수술법이라 의사들 사이에서 의견도 격렬하게 나뉜다. 위나 대장, 자궁 등 내시경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환부라면 내시경 수술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간이나 췌장처럼 내시경으로 바로 접근할 수 없는 장기라면 문제가 커진다. 치료를 하려면 위나 대장의 벽에 또 한번 구멍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췌장을 치료하기 위해 다시 위벽에 상처를 내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과 “몸 바깥에서 상처를 내느냐, 안 쪽에서 상처를 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회복은 노트 수술 쪽이 더 빠르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세계 최초 노트 수술 로봇 개발

권동수 교수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노트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노트 수술을 손쉽게 할 수 있다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안전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사용하는 의사들도 점점 많아질 거라는 분석에서다. 이미 로봇의 팔, 영상 인식 시스템 등 대부분의 기술을 개발했다.

기자가 이 로봇을 처음 봤을 때는 ‘꼭 뱀 같다’는 생각을 했다.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구부러졌고, 굽이굽이 복잡한 장애물이 있어도 뱀처럼 휘감아 들어가며 목적지(환부)까지 도달했다. 굵기는 엄지손가락의 서너 배 정도로 충분히 내시경으로 쓸 수 있다.

연구팀 직원이 조종대에 앉아 몇 개의 스위치를 누르자 수술도구가 순서대로 튀어 나왔다. 환부를 잘라내고, 꿰매는 것이 가능하고, 암세포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외선 진단장치까지 붙어 있다. 연구팀은 올해 안에 동물 및 카대버(시신) 수술을 해 로봇의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수술 조종대를 따로 둘 수 있어 원격치료도 가능하다.

노트 수술이 의료계의 승인을 얻지 못해 퇴출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 교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강경 수술법도 처음 시도될 때는 학계의 반발이 컸고, 싱글포트도 아직까지 안전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면서 “수술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으니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팀은 싱글포트 수술을 도울 수 있는, ‘다관절 로봇’도 연구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술로봇은 아니지만 사람의 몸속에서 여러 차례 관절이 구부러지는 특수한 로봇 팔이라 싱글포트 시술 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래에는 결국 흉터가 적은 싱글포트와 노트 수술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두 수술의 최대 단점인 ‘수술이 너무 어렵다’는 점을 로봇으로 보조한다면, 수술이 끝나도 흉터 없이 퇴원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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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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