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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이 함께 사는 땅 티베트

3에베레스트 산 여행이라고 하면 흔히 전문 산악인이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전문 산악인과는 거리가 먼 필자 역시 에베레스트 산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경이 현실로 다가왔다. 티베트 겨울 여행을 계획하던 중 사진가로서 에베레스트 산의 웅장한 풍경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욕심이 들었다.

꼬박 7일 동안 해발 4000~5000m를 넘나드는 고산지대와 싸우며 티베트와 에베레스트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았다. 산악인이 아닌 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본 에베레스트의 모습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것처럼 신비로웠다.




[차를 타고 달려도 끝이 없는 그 황량한 길을 어머니와 아이, 그리고 나귀는 여유롭게 걸어갔다. 힘들지도 않은지 아이의 걸음이 무척이나 경쾌해 보였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팡라 고개 전망대를 향하던 중에 작은 마을에 들렀다. 하늘, 땅, 공기, 사람들의 표정까지 모두 순수해 보였다. 이곳에서 소면을 점심으로 먹었는데, 담백하니 참 맛있었다.]

신들의 하얀 언덕에서 노닐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숙소가 있던 작은 마을 팅그리로 귀환하던 중 아름다운 설원을 만났다. 라싸에서 에베레스트로 12시간을 넘게 달려가는 내내 흙먼지 날리는 황톳빛 세상밖에 보지 못했는데, 간밤에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눈의 나라로 바뀌었다. 자주 갈 수 없는 오지를 찾은 사진가에게 이런 풍경을 담을 기회가 생겼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일행 중 한 명은 지독한 고산병 증세로 그렇게 바라던 에베레스트를 앞에 두고도 카메라를 꺼내기는커녕 차에서조차 내리지 못했다. 깜깜한 새벽에 눈이 펑펑 내리는 고산 지대를 3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 험난한 순간에 계속 에베레스트로 향할지 말지를 일행 다섯 명이 투표했던 순간도 있었다. 3대 2가 나와 여행을 계속하기는 했지만, 당시 심정은 매우 절박했다. 그래서 이 설원의 아름다움이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 신의 세상 같았다.


[아무도 없을 것 같던 눈 내린 백색의 황무지 고원에 거짓말같이 멋진 피사체가 나타난다. 여유 있게 조랑말을 타고 나타난 그에게 담배 한 가치를 건네니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포즈까지 취해주고 다시 길을 떠났다.]


[티베트 곳곳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온 수행자들이 모이는 장소가 바로 이곳 조캉사원 앞이다. 이곳에서 이들은 행복한 내세를 위해 끊임 없이 수행을 한다.]

삶이 종교이고 종교가 삶이다

티베트인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뒤 티베트의 중심 라싸로 머나먼 고행의 길을 떠난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그곳에서 그들은 삼보를 걷고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엎드려 절을 하고 다시 일어나 삼보를 걷는 오체투지를 행하며 아름다운 내세를 기원한다. 겨울에 티베트를 가야 진정한 오체투지를 볼 수 있다고 해 일부러 겨울 티베트 여행을 택했는데, 실제로 어디를 가든 길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체투지는 이마, 양팔과 팔꿈치, 양발과 무릎 이렇게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하며 절을 하는 행위다. 신 앞에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자신의 전부를 신께 드리는 것이다. 그들은 고행하며 전생의 업에 대해 속죄하고 내세에 행복하게 환생하기를 끊임없이 기원한다. 그들의 삶은 곧 종교이고, 그들의 종교는 곧 삶이다.


[세계 3대 천장터로 꼽히는 티베트의 오래된 사원인 즐궁사에서 만난 한 젊은 승려. 천장은 시신을 독수리가 뜯어먹게 하는 티베트 전통 장례의식이다.]


[샤카사원은 티베트 최고의 사원 중 하나로 한때 엄청난 보물이 있는 영화로움의 상징이었다. 고려 충선왕의 유배지이기도 했던 이 사원은 현재 매우 초라하고 볼품없는 모습이다. 그 황량하고 외진 곳에서 한 티베트 모녀를 만났다. 오체투지하며 사원 주위를 도는 어머니와 그 곁을 지키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간절해 보인다.]


[티베트에서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오체투지하는 티베트인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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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글·사진 장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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