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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ience.dongascience.com/articleviews/article-view?acIdx=11324&acCode=7&year=2012&page=7
“한 끼의 양식을 위해/ 집채만한 파도를 넘고/ 죽음을 넘고/ 섬으로 섬으로 무인도로” - 이세기 시인의 시, ‘굴업도’ 중
쾌속정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부두가 멀어져 가고 갈매기들이 돛대 옆으로 따라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했다. 한참 따라오던 갈매기가 사라지자 주변의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배는 한 시간이 채 못 돼 한 섬에 마련된 간이 부두에 닿았다. 지난해 9월 24일과 25일,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 굴업도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굴업도의 개머리능선 일대 및 연평산, 덕물산 일대는 법인 사유재산으로서 출입을 금지합니다.”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레저 개발업체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이 붙인 경고문이었다. 이 업체는 2006년부터 이 일대 땅을 매입해 지금까지 섬 면적의 98.2%를 사들였다. 목적은 골프장 개발이었다. 가을이면 억새와 수크령이 아름다운 이 섬의 능선 일대에 18홀 골프장을 짓기로 하고 2007년 인천 옹진군에 관광단지 조성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인천시 환경성검토협의회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등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시민들이 반발하자 골프장을 14홀로 줄인 수정안을 냈다. 골프장 건설을 계속 추진한다는 뜻이었다. 시민들의 반대 역시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도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서 흉흉해요.”
동행한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의 박민영 실행위원이 말했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었다. 쾌속정이 출발하는 덕적도에서부터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배를 단속해 일행을 태우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방해가 심했다. 섬에 들어와서도 개머리능선을 다닐 때는 아예 일부 주민들이 일행을 감시하며 따라다니기도 했다.
굴업도가 처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1994년. 이곳에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인천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10여 년뒤 이번에는 골프장 건설 계획 때문에 다시금 갈등에 휩싸였다. 갈등은 새해 들어서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굴업도는 육지에서 덕적도로 온 뒤 다시 배를 갈아타며 3시간이나 걸려 와야 하는 인구 20명의 작은 섬이다. 무엇이 이 작은 섬에까지 개발의 발길을 들인 것일까.
70억 인구가 차지하는 땅
지난 2011년 10월 말, 지구는 70억 인구 시대를 맞이했다. 70억은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 인류가 손에 손잡고 한 줄로 늘어서면 적도 기준으로 지구를 131바퀴 돌 수 있다. 지구와 달 사이는 13.7번 왕복할 수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다. 적어도 지구에는 그보다 훨씬 넓은 땅이 준비돼 있어 보인다. 인구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늘어도 되지 않을까.
생태지리학자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는 수만 년 전, 오세아니아 대륙과 폴리네시아 작은 섬으로 인류의 조상들이 확산해 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인류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자연을 향해 서서히 퍼져간다. 태평양 망망대해 너머에 새로운 섬을 발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음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떠났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서서히 늘어가는 다른 인류의 자취를 피해 새로운 땅으로 향했다. 이런 과정은 태평양 섬 구석구석에 발자국을 남기며 1500년 전까지 이어졌다. 이들이 목숨을 건 항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인구 증가에 따른 부담이 컸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이 시기 전세계 인구는 수백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오늘날, 지구가 새롭게 맞이한 70억 인구를 지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200년 전에 활동한 영국의 멜더스는 인구 증가 추세가 식량과 같은 자원 생산 추세를 일찌감치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자원이 인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문제가 오리라는 예상이었다. 오늘날 이 예측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인구가 지구 자원의 한계를 언제든 넘을 수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 에너지 양을 토지면적으로 환산한 ‘생태발자국’은 2010년 2.7gha(글로벌헥타르, 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소모하는 지구 자원의 양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단위)로, 지구의 생태계가 지닌 부담 능력(1.8gha)을 1.5배 넘고 있다. 지금 인류의 삶을 지탱하려면 지구가 반 개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는 인류를 3분의 1 줄여야 한다(실제로 생태발자국은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인구를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생태발자국이 생태계의 부담 범위를 넘었다는 것은 현재 인류가 이미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모두 소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오늘날 인류는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만 지구 자원을 이용하지 않는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쓰레기를 묻기 위해서도 빈 땅을 찾는다. 작은 굴업도에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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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지구, 70억
Part 1. 70억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인구
Part 2. 시간 1000명에서 70억으로
Part 3. 공간 섬, 도시, 극한
Part 4. 미래 100억 지구의 적들
http://science.dongascience.com/articleviews/article-view?acIdx=11324&acCode=7&year=2012&page=7
“한 끼의 양식을 위해/ 집채만한 파도를 넘고/ 죽음을 넘고/ 섬으로 섬으로 무인도로” - 이세기 시인의 시, ‘굴업도’ 중
쾌속정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부두가 멀어져 가고 갈매기들이 돛대 옆으로 따라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했다. 한참 따라오던 갈매기가 사라지자 주변의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배는 한 시간이 채 못 돼 한 섬에 마련된 간이 부두에 닿았다. 지난해 9월 24일과 25일,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 굴업도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굴업도의 개머리능선 일대 및 연평산, 덕물산 일대는 법인 사유재산으로서 출입을 금지합니다.”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레저 개발업체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이 붙인 경고문이었다. 이 업체는 2006년부터 이 일대 땅을 매입해 지금까지 섬 면적의 98.2%를 사들였다. 목적은 골프장 개발이었다. 가을이면 억새와 수크령이 아름다운 이 섬의 능선 일대에 18홀 골프장을 짓기로 하고 2007년 인천 옹진군에 관광단지 조성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인천시 환경성검토협의회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등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시민들이 반발하자 골프장을 14홀로 줄인 수정안을 냈다. 골프장 건설을 계속 추진한다는 뜻이었다. 시민들의 반대 역시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도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서 흉흉해요.”
동행한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의 박민영 실행위원이 말했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었다. 쾌속정이 출발하는 덕적도에서부터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배를 단속해 일행을 태우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방해가 심했다. 섬에 들어와서도 개머리능선을 다닐 때는 아예 일부 주민들이 일행을 감시하며 따라다니기도 했다.
굴업도가 처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1994년. 이곳에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인천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10여 년뒤 이번에는 골프장 건설 계획 때문에 다시금 갈등에 휩싸였다. 갈등은 새해 들어서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굴업도는 육지에서 덕적도로 온 뒤 다시 배를 갈아타며 3시간이나 걸려 와야 하는 인구 20명의 작은 섬이다. 무엇이 이 작은 섬에까지 개발의 발길을 들인 것일까.
70억 인구가 차지하는 땅
지난 2011년 10월 말, 지구는 70억 인구 시대를 맞이했다. 70억은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 인류가 손에 손잡고 한 줄로 늘어서면 적도 기준으로 지구를 131바퀴 돌 수 있다. 지구와 달 사이는 13.7번 왕복할 수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다. 적어도 지구에는 그보다 훨씬 넓은 땅이 준비돼 있어 보인다. 인구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늘어도 되지 않을까.
생태지리학자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는 수만 년 전, 오세아니아 대륙과 폴리네시아 작은 섬으로 인류의 조상들이 확산해 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인류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자연을 향해 서서히 퍼져간다. 태평양 망망대해 너머에 새로운 섬을 발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음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떠났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서서히 늘어가는 다른 인류의 자취를 피해 새로운 땅으로 향했다. 이런 과정은 태평양 섬 구석구석에 발자국을 남기며 1500년 전까지 이어졌다. 이들이 목숨을 건 항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인구 증가에 따른 부담이 컸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이 시기 전세계 인구는 수백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오늘날, 지구가 새롭게 맞이한 70억 인구를 지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200년 전에 활동한 영국의 멜더스는 인구 증가 추세가 식량과 같은 자원 생산 추세를 일찌감치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자원이 인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문제가 오리라는 예상이었다. 오늘날 이 예측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인구가 지구 자원의 한계를 언제든 넘을 수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 에너지 양을 토지면적으로 환산한 ‘생태발자국’은 2010년 2.7gha(글로벌헥타르, 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소모하는 지구 자원의 양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단위)로, 지구의 생태계가 지닌 부담 능력(1.8gha)을 1.5배 넘고 있다. 지금 인류의 삶을 지탱하려면 지구가 반 개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는 인류를 3분의 1 줄여야 한다(실제로 생태발자국은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인구를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생태발자국이 생태계의 부담 범위를 넘었다는 것은 현재 인류가 이미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모두 소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오늘날 인류는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만 지구 자원을 이용하지 않는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쓰레기를 묻기 위해서도 빈 땅을 찾는다. 작은 굴업도에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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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지구, 70억
Part 1. 70억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인구
Part 2. 시간 1000명에서 70억으로
Part 3. 공간 섬, 도시, 극한
Part 4. 미래 100억 지구의 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