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포장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만을 고려해 포장을 아예 안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포장이 안 된 선물을 한 번 상상해보자. 포장 빠진 선물을 두고 과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선물포장에 이리도 유난을 떠는 걸까.

1992년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의 심리학자 다니엘 하워드 교수는 선물포장이 받는 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 결과 포장한 선물은 그렇지 않은 선물에 비해 받는 이의 기분과 선물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워드 교수는 “선물포장이 개인의 삶에서 행복과 관련한 시각적 신호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포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능한 포장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기존의 포장지를 재활용하거나 쓰레기가 되지 않는 포장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서 포장을 뜯어도 이미 사용한 포장지를 다시 쓰기는 어렵다. 보자기 같은 포장도 다시 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포장지로 포장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소 포장지 공식

2007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초, 영국 래스터대 응용수학과의 대학원생이자 녹색운동가인 워릭 듀마는 선물포장지 쓰레기를 줄여줄 것이란 희망을 갖고 다음의 수학공식을 발표했다.

A = 2(ab + ac + bc + c²)

이 공식은 네모 반듯한 박스 모양의 선물을 포장하는데 필요한 포장지의 최소 면적(A)을 구하는 것이다. a, b, c는 박스의 가로, 세로, 높이에 해당한다. 가장 긴 변이 a고 가장 짧은 변이 c다.

공식이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박스 모양의 선물을 포장하려면 포장지의 가로는 박스를 감쌀 수 있게 박스의 한쪽 단면(b와 c가 있는 면)의 둘레여야 한다. 즉 2(b+c)라는 얘기다. 포장지의 세로는 a와 c를 덮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세로는 a+c다. 따라서 가로와 세로를 곱하면 앞에 나온 최소한의 포장지의 필요면적이 나온다. 이 경우는 여분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포장지의 가로, 세로에 2cm 정도씩 더해주면 된다.

박스 모양의 선물을 포장할 때 포장지를 사선으로 싸는 경우가 있다. 듀마는 이 경우가 전통적인 박스 포장보다 종이를 더 많이 쓴다고 했다. 박스의 바닥이 정사각형인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하지만 여분의 포장지가 작은 크기만 남아 있을 경우에는 사선 방식으로 포장하는 것도 유용하다. 이때 사선의 각도는 45°가 최적이다.

듀마는 원통형 선물은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양말을 선물하거나 집에서 손수 만든 쿠키를 선물할 경우 이런 원통형 포장용기가 유용한데 이때는 다음의 공식이 필요하다.









h는 원통의 높이다. 높이를 원주율에서 2를 뺀 값으로 나눈 값을 원통형의 반지름과 비교해보자. 만약 반지름이 위의 값보다 작다면 원통을 길게 감싸는 방식으로 포장하는 게 가장 포장지를 적게 사용한다. 그러나 반대로 반지름이 위 값보다 클 경우, 즉 반지름이 높이의 88% 이
상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듀마는 원통형을 고집하지 말고 그냥 육각형의 박스로 포장하는 게 포장지를 덜 사용한다고 했다.

산타의 고민 해결

포장지를 아끼는 방법은 특히 산타에게 유용할 것이다. 여기에 포장의 부피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 가능한 짐을 많이 실어야 하니까 말이다.

영국 워릭대 수학과의 이안 스튜어트 교수를 비롯해 대중과학에 관심이 많은 수학자들이 모여 산타의 포장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짐작해봤다.

그들은 간단한 모양, 즉 원 또는 구형인 물건들을 여러 개 포장하는 경우를 생각했다. 흥미롭게도 이 경우 어느 개수까지는 소시지처럼 길쭉하게 포장하는 게 최고라고 한다.

동전처럼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의 초콜릿을 2차원 평면에 채우고 바깥쪽을 리본으로 두르는 경우 어떻게 초콜릿을 배치해야 리본 안쪽의 면적이 가장 작을까. 수학자들은 6개까지는 한 줄로 늘어세우는 게 가장 면적이 적다고 한다. 길쭉한 소시지 모양처럼 말이다.

하지만 7개일 경우는 다르다. 가운데 하나 있고 그 주변으로 6개를 배치하는 6각형 벌집 구조가 가장 면적을 적게 차지한다. 그러니까 6개까지는 한줄로 늘어서도록 포장하는 게 최고고 7개부터는 서로 가까이 붙여 가능한 둥글게 배치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구슬처럼 둥근 초콜릿은 어떨까. 이 경우 3차원이니까 바깥쪽을 포장지로 싸서 그 안의 부피가 가장 작은 경우를 따져보는 문제가 된다. 이때도 6개까지는 일렬로 나열하고 7개부터는 뭉치듯이 배치하면 될까. 놀랍게도 56개까지는 한 줄로 죽 나열하는 경우가 가장 포장의 부피가 적다. 그리
고 57개부터는 3차원적으로 빽빽하게 배치하는 게 좋다.



4차원 이상 초공간이라면?

그러나 진짜 산타에게 도움을 주려면 포장의 부피를 줄이는 문제를 3차원 공간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를 돌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는 최소한 4차원 이상의 초공간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질을 입자 덩어리가 아니라 아주 작은 진동하는 끈이라고 생각하는 물리학의 끈이론에서는 우리 세상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4차원 정도가 아니라 11차원이 필요하다.

심지어 모든 것을 설명해내려는 초끈이론은 26차원을 요구한다. 하룻밤의 기적을 일으키는 산타는 이렇게 다차원의 초공간을 이
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도 어느 범위까지는 소시지처럼 한 줄로 늘어세우는 게 좋은 방법일까. 불행히도 수학자들은 아직까지도 4차원부터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다만 수학적 추측을 제시했을 뿐이다.

4차원의 경우, 수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소시지와 같은 배열이 최고다. 단 5만 개 이하일 때다. 선물이 10만 개 이상이면 좀 더 빽빽하게 배열하는 게 더 낫다. 그러니까 4차원 문제의 경우 소시지 방식과 벌집 방식을 구분하는 경계가 5만 개에서 10만 개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얘기다.

5차원부터는 어떨까. 여기서도 어느 범위까지만 소시지 포장법이 최고일까. 기하학에 능통한 헝가리의 수학자 라슬로 페에스토트는 1975년 이런 통념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는 5차원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개수에 상관없이 소시지 포장법이 최고라는 것이다.

과연 그의 주장은 옳을까.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1998년 페에스토트의 추측이 옳을 수도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나왔다. 독일 지겐대의 울리히 베트케 교수팀은 소시지 포장법이 42차원 이상에서는 늘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하지만 5차원부터 41차원 까지는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유클리드 공간에서만 통용되는 것이다. 유클리드 공간은 나란한 선이 결코 만나지 않고,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인,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평범한 공간을 말한다. 유클리드 공간을 뛰어넘어 구부러진 시공간을 고려하면 훨씬 복잡해진다.

만약 산타가 비유클리드 공간을 이용한다면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복잡한 문제가 된다. 간단해 보이는 포장의 문제는 여전히 수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 진로 추천

  • 수학
  • 물리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