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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이나 커피 광고에 쓰인 감미로운 팝송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음악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나 1~2년 뒤에는 컴퓨터에 노래의 일부를 들려주거나 선율을 따라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곡명을 알아낼 수 있다.
미지의 음악과 영상 알아내는 프로그램
KAIST 멀티미디어 신호처리 연구실 유창동 교수팀은 음악과 동영상을 인식하는 ‘카메로’란 프로그램을 지난해 개발했다. 만약 이 프로그램에 가수 윤하가 부른 ‘텔레파시’란 곡을 3~5초간 입력하면 가수 이름과 곡명뿐 아니라 입력한 소절의 위치까지 정확히 찾아준다. 카메로는 캠코더로 찍어 화질이 좋지 않은 영화의 일부분을 입력해도 영화명과 위치를 알아낸다.
카메로는 어떻게 음악과 영화를 인식할까. 연구팀은 모든 음악이 진동수 분포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음악을 구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사람마다 지문이 모두 다르듯 멀티미디어 콘텐츠도 각기 다른 ‘지문’을 갖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음이 낮은 헤비메탈 음악은 낮은 진동수의 신호들이 대부분이지만 성악처럼 음이 1~2 옥타브 높은 음악은 진동수도 상대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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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팀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쓰이는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워터마크도 개발한다. 원래 워터마크는 지폐의 위조를 막기 위해 빛에 비췄을 때 나타나는 숨겨진 그림이다. 디지털 워터마크는 불법복제를 방지할 뿐 아니라 전자제품의 일련번호처럼 ‘진품’을 보증하고 저작권자의 정보와 출처에 대한 정보도 담을 수 있다. 콘텐츠마다 고유한 신호를 넣기 때문에 불법 복제물이 발견되면 유포한 사람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디지털 워터마크는 눈에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다. 워터마크가 쉽게 제거되거나 콘텐츠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유 교수는 “음악에 들어가는 워터마크는 큰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도록 숨겨 넣고 사진이나 동영상에는 화려한 색의 배경이나 복잡한 움직임이 있는 곳에 워터마크를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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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유 교수의 교육방침 덕분이다. 유 교수는 “장난감 블록으로 자동차를 만들 때 설계도를 주고 만들게 하면 천편일률적인 자동차가 나온다”며 “블록의 기능만 설명한 뒤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신호처리와 기계학습이란 ‘블록’의 활용방안을 찾는 일에 제약을 두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연구실 박사과정 진민호 씨는 “지금까지는 휴대전화 같은 하드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조만간 신호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그 중심에 설 멀티미디어 신호처리 연구실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