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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자동차의 철새 따라잡기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

10월이면 볼 수 있는 철새의 이동. 그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경이롭기만 하다. 일정한 대형을 유지한 채 하늘길에 맞춰 좁아졌다 넓어졌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잠시 갈라졌다가 다시 모이기도 하고, 갑자기 속도를 늦추더라도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철새는 이동할 때 자기들끼리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기 때문에 결코 충돌하는 법이 없죠. 이렇게 새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자동차에 도입하면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의 서승우 교수는 철새의 군집이동 법칙을 자동차에서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앞차나 옆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지능형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눈 달린 자동차, 급제동도 알아서 척척

자동차가 거리를 측정할 때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초음파 같은 센서를 이용한다. 철새가 눈으로 앞을 보고 간격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센서는 앞차의 속도를 감지해 제어 장치에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앞차와 너무 가까워지면 엔진의 출력을 줄이거나 브레이크를 사용하여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앞차가 속도를 높이거나 다른 차선으로 이동하면 다시 가속한다. 도로가 막혀 앞차가 멈추면 뒤에서 따라오는 자동차의 속도를 정차상태로 줄일 수도 있다.

또 센서로 측정한 앞차의 속도나 도로 상황 같은 정보를 다른 차에게 전달해 줄 수도 있다. 이런 정보 교류를 ‘카투카(car to car) 통신’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앞차가 갑자기 끼어들거나 장애물이 생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빛을 발휘한다. 센서는 사람의 반응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이런 위기 상황에서 자동차를 더 빨리 정지시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에서 모형 자동차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실험이 한창이다.]

센서들은 나름의 특성을 갖고 있다. 센서마다 감지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는 낮에는 어떤 사물이든 잘 인식하지만 깜깜한 밤이나 짙은 안개 속에서는 앞차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교수는 카메라에 라이다 센서를 함께 달았다. 라이다 센서는 짧은 파장의 레이저를 쏜 다음 이 레이저가 앞차에 닿아 반사 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두 차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다. 레이저가 감지할 수 있는 파장과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둘을 합하면 빛의 양에 관계없이 언제든 정확히 거리를 잴 수 있는 것이다. 빛이 약할 때는 라이다 센서를 더 많이 이용하고 빛이 강한 상황에서는 카메라를 주로 쓴다. 이렇게 두 센서를 번갈아 쓰며 차를 운행하면 한 센서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2006년 서해대교 사고 기억나세요? 무려 29중 충돌사고가 났는데 이게 다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서 생긴 일입니다. 국내 교통사고 중에서 가장 피해가 컸지요.”

짙은 안개 뿐 아니라 폭우가 쏟아질 때, 앞차나 커브 길 때문에 앞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서 교수는 “다중 센서를 사용하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앞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인식할 수 있어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안전한 자동차 만들기

서 교수가 이끄는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에는 이렇게 센서를 달고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형 자동차를 여러 대 만들어 두었다. 이 자동차로 앞차의 속도에 따라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고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는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자동차의 실제 주행 속도에 가깝게 속도를 높여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일단 자동차의 속도보다 빠르게 정보를 처리해야만 하죠. 게다가 다룰 정보의 양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서 교수가 연구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교통사고 없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세계 6위. 이런 현실에서 안전한 자동차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서 교수는 “이 센서가 상용화되면 자동주행도 가능하다”며 “만약 운전 중에 잠깐 졸더라도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의 센터장도 겸하고 있는 서 교수가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지도 10년이 됐다. 통신네트워크가 전공인 서 교수는 다양한 응용 분야를 찾던 중 지난 2002년 국내의 한 자동차 회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을 계기로 통신기술을 이용해 자동차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엔지니어라면 항상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것을 줄까’를 생각해야 하죠.”

지능형자동차를 공부하려면 전기, 전자, 통신 분야는 물론 기계와 수학까지 학문적인 기초 지식을 탄탄하게 쌓아야 한다. 그러나 서 교수는 지식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혁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자’는 마인드와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은 독자라면 생명을 구하는 지능형자동차를 개발 중인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에 도전해보자.
 
[스캐니 등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서승우 교수의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 연구 풍경을 보자. 모형 자동차의 주행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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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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