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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속도 무제한의 비결은 첨단기술

수소연료, 자동차, 최고 시속 300km 돌파

독일의 아우토반은 원래 ‘속도 무제한’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도로 중간에서 속도 제한 표시를 만날 수 있지만 그런 표시가 없으면 자동차는 능력껏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자를 태운 BMW 7시리즈의 속도계가 시속 200km를 넘나들지만 차체의 흔들림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좋은 차일수록 고속에서 도로에 착 가라앉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BMW는 세계 고급 승용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통의 강호 메르세데스-벤츠를 누르고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전세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후발주자였던 BMW가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기술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부단한 노력 때문이다.

독일 뮌헨에 있는 BMW 그룹 본사 옆에는 총면적 2만7천2백평의 방대한 연구개발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BMW 그룹의 피츠(FIZ)연구개발센터에 도착하자 ‘이노베이션 데이 2004’를 알리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BMW 그룹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 11월 16일부터 2박 3일간 독일 뮌헨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이어졌다.


BMW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 경주차량. 지난해 9월 프랑스 미라마스 시험장에서 최고 시속 302.4km를 기록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7일 피츠연구개발센터에서 하루 종일 이어진 ‘이노베이션 데이 워크숍’이었다. 워크숍을 통해 BMW 그룹이 첨단 자동차를 연구개발하는데 적용하고 있는 최신 기술을 만날 수 있었다.

이 행사에 맞춰 새롭게 문을 연 ‘프로젝트 빌딩’은 가운데 원통형 5층짜리 건물과, 이 건물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주변을 감싸는 5층짜리 건물로 이뤄져 있다. 원통형 건물의 벽은 사방이 유리이고 마주보는 바깥쪽 건물의 벽도 투명한 유리로 돼 있다.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담긴 디자인이다.

프로젝트 빌딩을 설계한 군터 헨 박사는 “이 건물은 200명의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시간으로 차를 설계할 수 있도록 만든 최적의 공간”이라고 밝혔다. 안쪽의 원통형 건물에서 자동차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바깥쪽 건물에서 보다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달려가 얘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건물 구조는 조직간의 긴밀한 협력과 최고의 효율을 추구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건물에는 신차의 개념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중점적으로 활용되는 가상현실스튜디오가 있다. 특수 안경을 쓰자 화면에 있던 자동차가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처럼 보인다. 가상현실스튜디오의 책임자 휴만 라메자니는 “자동차를 가상으로 구현할 때는 밝기나 명암 대비뿐 아니라 해상도가 결정적”이라며 “가로 7m, 세로 2.4m의 ‘파워월’(Powerwall)이라는 스크린은 가죽 의자의 바느질 땀에서 앞 유리에 반사된 모습까지 정확하게 표현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 대형스크린에서는 BMW 7시리즈나 롤스로이스 같은 차량을 실제 크기로 묘사할 수 있다.

가상현실은 부품 개발에서부터 자동차를 제작하는 전 생산라인의 모든 과정까지 구현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는 차의 모양을 세단에서 스포츠카 형태로 바꿀 수 있고 색깔도 붉은색 계열에서 바다 배경에 맞게 파란색 계열로 바꿔볼 수 있으며 바퀴의 타이어도 원하는 종류로 교체할 수 있다. 차량 내부로 들어가 좌석을 둘러볼 수도 있고 자동차 보닛을 열고 부품을 살펴볼 수도 있다.

가상현실은 디자이너나 제작자뿐 아니라 정비기술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특수 안경을 쓴 정비기술자는 구체적인 정비 과정을 가상공간에서 입체적으로 보면서 차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정비 도구, 부품, 설명서까지 가상으로 제시된다. 예를 들어 설명에 따라 엔진을 하나씩 분해해 볼 수 있다.

BMW 가상현실스튜디오에는 파워월뿐 아니라 모서리 길이가 2.5m인 정육면체 형태의 ‘전자 동굴’인 ‘케이브’(Cave)가 있다. 이 안에서 천장과 바닥, 그리고 세 벽을 이용해 3차원 이미지를 묘사한다. 마치 자동차 안에 들어앉은 것처럼 기어를 바꾸고 운전대를 잡아보기도 할 수 있다.

전시장 한쪽에서 전자장비에 연결돼 있던 자동차 백미러 모델이 갑자기 획 접힌다. ‘BMW 자동차의 IT’ 사의 사장인 울리히 바인만 박사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차의 속도가 0이 되는 것을 알아차려 백미러를 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냥 정지할 때가 아니라 주차할 때만 백미러가 접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기술이다.


BMW 수소 자동차의 엔진. 기존 가솔린 엔진을 기초로 엔진의 연료 분사 시스템을 수소연료에 맞게 변형했다.


이는 지난해 초 BMW가 선보인 자동 주차 시스템과 잘 어울리는 기술이다. 자동 주차 시스템이 센서를 통해 주차할 공간이 충분한지 파악하고 스스로 정확한 각도를 측정해 전기모터로 핸들을 돌려 주차시키면 그 다음에 이 시스템이 백미러를 자동으로 접는 것이다.

바인만 박사는 “현재 자동차 기술 가운데 약 40%는 전자부품이나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며 “BMW는 차량 내 전자장치를 제어하고 운전자의 길잡이가 돼 주는 ‘차량 중앙제어장치’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에 이동식 컴퓨터가 한대씩 들어앉는 셈이다.

인간과 자동차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다. 프랑크 알트호프 박사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음성과 제스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스스로 반응함으로써 운전자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사람의 눈동자를 추적하는 시스템. 자동차 앞유리에 투사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알맞은 기술이다.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디스플레이 화면의 내용이 바뀐다.


예를 들어 주변 교통상황에 대한 정보가 스크린을 통해 앞 유리에 투사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자가 운전 중 계기판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도록 배려하는 장치다. 또 운전자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 라디오 채널이 바뀌는 장치도 있다. 차량 천장에 설치된 두 대의 카메라가 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음성인식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소개됐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해 날씨, 항공기 이착륙시간, 공연 정보 등 실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과정을 보여줬다. 특히 격하게 ‘노’(No)라고 말하자 라디오가 아예 꺼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성인식장치가 음색이나 음의 강도 등으로 운전자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다. 비록 시범연출이었지만 SF영화에서 봄직한 장면이었다.

프로젝트 빌딩의 옆 건물로 자리를 옮기자 ‘청정에너지’(Clean Energy)라고 쓰여 있는 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지난해 9월 19일 프랑스 미라마스 시험장에서 최고 시속 302.4km의 속도를 기록한 수소 자동차였다.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 경주차량인 것이다.

BMW의 볼프강 슈트로블 박사는 “기존 가솔린 엔진을 기초로 한 채 엔진의 연료 분사시스템을 수소연료에 맞게 변형했다”며 “영하 250℃까지 냉각시킨 액화 수소를 미세노즐을 통해 분사함으로써 연소시키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연료전지를 바탕으로 개발돼 왔던 수소 자동차와는 다른 방식이다. 연료전지는 수소 연료를 산소와 반응시킬 때 나오는 전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발전기다.

수소 연료는 기존 연료보다 효율이 높고 환경 친화적이다. 연료전지 방식은 순간 가속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반면, 기존 엔진 방식을 이용하면 BMW의 차량처럼 수소 자동차로도 속도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수소연료 연소방식은 청정연료로 속도감을 즐기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가진 셈이다.

200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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