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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LA 1시간 비행시대 예고

NASA 스크램제트 엔진 비행시험 성공

 

B-52 폭격기에서 분리된 페가수스 로켓이 엔진을 점화해 날아가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시험비행기 X-43A가 시속 8천km를 돌파했다. 이는 마하 7, 즉 음속의 7배에 해당하는 항공기 사상 최고의 속도. X-43의 성공은 새로운 추진기관인 초음속연소 램제트엔진(Supersonic Ramjet Engine, 줄여서 스크램제트 엔진) 덕분이다. 스크램제트 엔진(Scramjet Engine)을 이용하면 이론상으로는 마하 15의 속도까지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서울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1시간대에 비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구촌을 1일 생활권으로 바꿔줄 극초음속 비행시대를 살펴보자.
 

B-52 폭격기의 오른쪽 날개아래에 장착된 X-43A 극초음속 비행기. 앞쪽의 검은 부분이 X-43A이며 뒤 하얀 부분은 페가수스 로켓이다.


산소통 필요 없는 엔진

극초음속비행은 이미 1950년대 말부터 과학연구 목적으로 시작됐다.

NASA는 1959년부터 과학연구 목적으로 극초음속기 X-15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69년 이 프로그램을 종결할 때까지 총 1백99회의 시험비행을 실시해 비행고도 1백7km, 비행속도 마하 6.7을 기록했다. 이 10년간 수많은 극초음속 공기역학 현상이 밝혀졌으며, 약 5백60℃의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니켈-크롬 합금이나 지구대기권과 우주외계 사이를 오고가는 비행기술이 개발됐다. 이와 동시에 지구대기권 재진입 비행기술과 각종 자동비행 조종기술 등이 개발돼 아폴로 우주선과 우주왕복선 개발에 활용됐다.

X-15 극초음속 시험기는 추진기관으로서 로켓엔진을 사용했다. 이에 비해 지난 3월 엔진가동 시험에 성공한 X-43의 스크램제트 엔진은 이제까지의 로켓엔진과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다.

현재 극초음속을 내는 비행체는 대부분 로켓엔진을 이용하고 있다. 군사용 미사일에서는 고체추진제 로켓엔진을, 인공위성 발사나 우주왕복선 발사에는 액체 수소, 액체산소의 혼합 액체추진제 로켓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군사용이든 인공위성 발사용이든 가능한 무게가 가벼운 발사체를 사용하면 비행속도가 더 빨라지고 발사비용도 저렴해진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기존의 로켓에서 주요한 연료 하나를 생략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발사체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바로 산소통이 사라진 것이다.

산소가 없는 우주공간에서야 기존의 로켓처럼 따로 산소를 싣고 가야하겠지만 대기권을 벗어나기 이전에는 공기 중의 산소를 흡입해 산화제로 사용한다면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 만약 비행장에서부터 출발해 고도 약 60km 정도까지는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하고 대기권 밖에서는 기존의 로켓 엔진을 이용하다면 현재의 인공위성 발사비용을 1/10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가 희박해지므로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때 받는 저항도 줄어들 게 된다. 반면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할 수 있는 고도는 25-50km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스크램제트 엔진은 이론적으로 마하 약 15까지 가능하므로, 이륙과 상승비행 30분, 하강비행과 착륙 30분, 그리고 그 사이 고도 약 40km에서의 순항비행 1시간을 포함해 지구 어느 곳에도 2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군사적으로는 약 1천km의 적진까지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래서 전세계의 열강들이 이미 1950년대부터 스크램제트 엔진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나 현재까지는 막대한 연구비와 불투명한 상업성, 그리고 기존 형식의 로켓발사에 대한 선호 때문에 발전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터보 엔진의 공기날개 없애

현재 대형 여객기에 이용되는 터보제트엔진(Turbojet engine)은 터빈을 고속으로 돌려 공기를 흡입, 압축한 다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연소실에서 연료와 혼합시켜 태우게 된다. 그 결과 나오는 배기가스의 배출속도도 터빈으로 가속시켜 비행체의 추력을 얻는다. 이에 비해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는 마하 2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터빈을 돌려 공기를 흡입하거나 압축할 필요가 없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는 주변 공기가 만든 파동이 서로 뭉쳐져 V자형의 강한 충격파가 발생한다. 스크램제트 엔진에 들어온 공기는 비행기의 기수 혹은 공기흡입구의 흡입 쐐기판 등에서 발생되는 충격파에 의해 자연적으로 압축된다. 이렇게 압축된 공기는 깔때기 모양의 연소실로 들어가면서 속도가 줄어들고 잇따라 들어오는 공기가 여기에 더해지면서 압력이 상승하게 된다. 즉 기존의 터보제트엔진에서 터빈과 같은 기계적 압축기 역할을 여기서 수행하는 것이다.

마하 7 이상의 극초음속 비행체에서는 1천5백-1천7백℃의 고온 고압축된 공기가 마하 2-2.5의 속도로 연소실로 흘러 들어간다. 이 공기는 연소실에서 분사되는 수소연료나 탄화수소연료를 자연적으로 점화시켜 지속적으로 연소하게 만든다. 배기가스는 좁은 연소실에서 다시 넓은 엔진 후반부로 가면서 팽창되는데, 말하자면 초음속 노즐을 통과하는 셈이다. 그 결과 강력한 추력이 발생하게 된다.

스크램제트 엔진에서는 기존의 터보제트엔진에 비해 약 1백배 정도의 추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반면, 기계적인 압축기와 터빈이 필요 없으므로 엔진이 매우 간단해진다. 공기날개가 돌지 않으므로 진동과 소음도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참고로 기존의 터보제트엔진에서는 초속 20-30m의 속도로 공기가 연소실로 유입되고 여기에 안정된 화염을 유지시키는 것인데, 이 기술도 선진국 몇개국만 갖고 있다. 그러므로 스크램제트 엔진 기술은 그야말로 최첨단의 항공기술인 것이다.

설명한 바와 같이 초음속으로 흐르는 공기 중에서 화염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 초음속 공기에 연료를 분사, 혼합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며, 실제로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 해도 약 3천℃ 정도의 고온을 이번 실험에서처럼 10초가 아니라 몇시간 동안 견딜 수 있는 재료가 개발돼야 엔진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비행기가 실용화되려면 아직도 30-4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NASA와 다국적팀의 경쟁 체제

스크램제트 엔진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램제트 엔진 및 스크램제트 엔진의 개념은 1918년부터 찾아볼 수 있으며, 1951년 프랑스는 램제트 엔진으로 마하 2.1의 비행시험을 성공한 바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옛 소련, 미국, 영국 등이 2차세계대전 전부터 이 개념을 실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최근에 공개적으로 시험비행에 성공한 나사의 X-43A 시험비행과 이보다 2년 전에 성공한 호주 주도의 6개국 공동연구인 하이샷(HyShot) 시험비행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나사는 지난 2001년에도 이번 X-43 비행실험과 같은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B-52 폭격기에 부착된 페가수스 로켓발사체가 고도 6.9km에서 분리된 뒤 비행시험고도인 29km 고도로 상승했다. 여기서 스크램제트 엔진이 부착된 극초음속 비행기를 시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때의 비행시험 실패는 스크램제트 엔진의 문제가 아니라 페가수스 로켓발사체를 너무 낮은 고도에서 분리해 상승비행 중에 마하 1 근처인 천음속영역을 비행할 때, 방향 및 자세 조절날개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을 위해 비행기를 자폭시켰다.

3월 27일의 시험에서는 첫번째 시험비행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페가수스 로켓을 고도 12km에서 분리했다. 로켓은 28-29km까지 상승한 뒤 X-43을 분리시켜 스크렘제트 엔진을 시험했다. 이 고도에서 마하 7에서의 스크램제트 엔진 비행시험을 10초간 수행하고, 엔진을 끈 후 무동력 자유비행을 약 15초간 수행했다. 나사는 앞으로 마하 7인 X-43B 형과 마하 10인 X-43C 의 시험비행을 연차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며, 사업비도 총 6회 1억8천만달러에서 7회 2억5천만달러로 증액했다.

사실 나사가 스크램제트 엔진 비행시험을 처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나사보다 2년 먼저 스크램제트 엔진 비행시험 연구프로젝트가 국제공동연구 형태로 성공을 거둔 것. 특히 이 프로젝트에는 필자도 참여했다. 바로 하이샷 프로젝트다.

국내 연구진 참여도 활발
 

오리온 로켓에 태극기가 선명하다. 하이샷 프로젝트는 한국을 포함, 6개국 공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이샷 프로젝트는 1998년부터 호주의 퀸즈랜드대의 주도로 영국 국방연구소, 나사 랭글리연구소, 독일항공우주연구소, 서울대 항공우주추진 및 연소연구실, 일본 항공우주연구소 등 6개국의 연구기관들이 국제공동연구 형태로 참여해 순항비행속도 최대 마하 7.6의 스크램제트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도 2001년 1차 발사시험에서 실패했으나 비행시험장치의 수거 및 분석, 재설계, 발사수정을 통해 2002년 2차 발사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여기서 비행시간 5초간 초음속연소가 이뤄져 실제순항 비행고도에서 초음속연소를 세계 최초로 실현한 과학적 기록을 수립했다.

하이샷 1차 비행시험에 있어서도 나사와 거의 비슷한 이유로 실패했다. 2차비행시험에서는 로켓발사체의 방향 및 자세 조절날개를 보강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했다. 하이샷 프로젝트에서는 나사의 X-43과 달리 오리온(Terrior Orion) 과학로켓을 고도 3백14km까지 거의 수직으로 발사했다. 이 로켓이 다시 아래로 떨어질 때 고도 35-23km에서 스크램제트 엔진을 시험했다.

필자의 연구실은 이 프로젝트에서 스크램제트 엔진의 지상시험과 비행시험에 대한 수치계산을 수행했다. 아울러 핵심기술인 초음속·극초음속 흡입공기 중의 연료분사 및 혼합방법에 대한 초음속 풍동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5년 정도 후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KSR-Ⅲ 로켓을 적절하게 이용해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발사 비행시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국제적인 스크램제트 엔진 실물제작 국제협력개발계획에 참여할 수 있어 적절한 지분참여가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특히 매우 높은 장벽을 가진 국제 항공우주 추진기관사업에 원활하게 참여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인석 교수와 나사 랭글리연구소의 극초음속 비행 프로젝트 책임자인 찰스 맥클린톡 박사.


극초음속비행

지구대기권 내에서 비행 속도가 마하 4 이상인 고속비행을 극초음속비행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지구저궤도에 인공위성이 궤도비행을 하려면 마하수가 25정도를 요구하는데 이런 때는 궤도속도 8km/sec라고 표현하지 극초음속비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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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정인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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