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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메모방식 보이스 레코더

번개처럼 스치는 아이디어도 사로잡는다

잠을 자기 전에 중요한 생각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이때 이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불을 켜고,메모장과 펜을 찾아야 한다.하지만 머리맡에 볼펜만한 IC녹음기를 뒀다면 버튼을 누르고 몇마디만 하면 모든 것이 OK.이처럼 IC녹음기는 편리함 때문에 새로운 메모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잘 나가는 정보통신업체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김대리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아이디어 맨이다.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참신한 기획으로 주위 사람들을 자주 놀라게 하는 것은 물론,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몇번이나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김대리가 수재라는 호칭을 들을 만큼 머리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학창시절부터 꾸준한 메모 습관이 몸에 배, 아무리 사소한 생각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대리에겐 몇달전부터 고민이 하나 생겼다. 운전이나 식사를 할 때처럼 바로 메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각이 떠오르면 기억을 해두었다가 나중에 메모하곤 했는데, 기억력이 조금씩 나빠지면서 아이디어들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이런 얘기를 미국에 유학중인 친구에게 했다가 비법 하나를 소개받았다. 그 덕분에 지금은 종이와 펜으로 메모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떠오른 생각을 놓치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메모내용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화학전공으로 미국에서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 친구도 유학 초창기에는 실험실에서 생각난 아이디어나 실험 내용을 예전 습관대로 노트와 펜을 사용해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보고 이를 따라하면서 메모나 자료 관리가 훨씬 효율적이 됐다. 바로 김대리에게 소개해준 그 비법이다.

최초의 녹음기는 토킹머신
 

CD와 동일한 음질이면서도 크기는 작고 녹음도 가능한MD


이쯤 되면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비법이 뭘까 하고 제법 궁금해질 것이다. 그 비법이란 다름 아닌 소형 디지털 녹음기를 이용해 목소리로 메모를 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아주 시시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과학동아 독자들처럼 늘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항상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들에게는 그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메모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떠들썩하게 시작된 새천년의 첫해도 거의 저물어 가는 이 순간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여기저기서 시대가 바뀌었다고들 하는데 자신의 모습도 시대에 맞게 변했는지. 시대가 바뀌었다면 사람도 바뀌어야 하고, 사람이 바뀌려면 생각과 습관이 바뀌어야 한다. 21세기는 디지털 혁명의 정보화시대, 이런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메모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음악이 없는 공간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기록된 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 익숙하다. 이 소리를 저장하는 녹음 기술은 약 1백20년전인 1877년에 발명왕 에디슨에 의해 발명됐다. ‘토킹머신’으로 이름붙여진 이 녹음장치는 흔히 유성기라고 불렸으며, 왁스를 녹인 원통형 실린더에 바늘을 이용해 소리를 기록했다. 유성기는 에디슨,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과 같은 여러 발명가들의 손을 거치면서, 축음기로 발전해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것이 현재와 같은 자기테이프를 이용한 녹음 방식이 등장하면서부터, 녹음 기술은 영화나 방송 분야뿐 아니라 일상생활에까지 널리 쓰이게 됐다. 자기테이프가 없을 당시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영화인 무성영화가 상영됐다. 녹음기술이 보급돼 비로소 현재와 같은 완전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특히 일반 사용자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길다랗고 커다란 릴테이프 대신 필립스사에서 카세트테이프를 개발해 본격적인 녹음기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워크맨과 같은 휴대용 소형 녹음기가 보급되면서 녹음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아날로그 녹음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DAT나 MD와 같은 디지털 방식의 새로운 녹음 장치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디지털 녹음 장치들은 뛰어난 음질과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전문 분야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에 녹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자기테이프를 이용한 카세트 방식의 녹음기가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때문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카세트 녹음기가 워낙 대중화돼 있어서 카세트테이프는 어디서든 쉽게 재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카세트테이프에 사용되는 자기테이프는 높은 온도와 습도, 먼지 등에 약하고, 오래 사용하면 테이프가 늘어나 음질이 나빠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녹음된 부분 중에서 원하는 부분을 찾기가 어렵고, 필요없는 부분만 삭제해서 사용하는 것도 힘들다. 무엇보다 카세트테이프를 더 작고,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해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자기테이프를 사용하는 카세트 대신 반도체 메모리를 기록 매체로 사용하는 녹음기가 등장하면서 녹음기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녹음기는 마이크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자기테이프에 기록하는 방법으로 음향 정보를 저장한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IC(Integrated Circuit) 레코더는 자기테이프 대신 반도체 메모리에 소리를 저장한다. 주로 목소리를 이용한 메모용으로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보이스(Voice) 레코더라고도 한다. IC 레코더에서 사용하는 메모리는 전원이 없어도 저장된 데이터가 그대로 보존되는 플래시메모리을 사용한다.

그런데 플래시메모리의 크기는 기존의 카세트테이프와 비교할 때 상당히 작아서 녹음기의 크기를 훨씬 작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정형화된 카세트의 크기와 모양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한 녹음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외형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성능이나 기능면에서도 기존의 녹음기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디오 기기의 소형화를 가능케 한 오디오 기기용IC.


암호 입력으로 비밀 보장

디지털 형태로 정보가 저장되기 때문에 IC 레코더에서는 기존의 녹음기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IC 레코더에서 소리를 저장할 때는 마치 PC에서처럼 파일 개념으로 저장이 이뤄진다. 물론 PC처럼 사용자가 임의로 파일 이름을 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개 녹음된 순서대로 번호가 붙여져 저장된다.

제품에 따라 녹음되는 순간의 시간까지 자동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언제 기록했는지 시간이 중요한 자료가 될 경우에는 아주 유용하다. 또한 녹음 내용은 이미 구분돼 있는 몇개의 폴더에 구분해서 저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니의 ICD-80 제품의 경우 일정표, 메모1, 메모2, 비밀 등의 폴더가 있는데, 회사 업무와 관계된 것은 메모1, 개인적인 메모는 메모2에 저장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녹음돼 있는 내용들의 중요도를 지정하거나 녹음된 순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남이 들어서는 안될 중요한 내용이라면 비밀 메시지 저장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저장된 내용은 비밀번호를 모르면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상 중요한 아이디어 등을 메모할 때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렇게 하면 혹시라도 IC 레코더를 분실했을 때 귀중한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에 의해 도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건망증이 심해서 늘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IC 레코더의 알람 기능을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알람 시간을 설정해 메모를 녹음하면 맞춰진 시간마다 메모 내용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이 기능을 잘 활용하면 업무상 약속이나, 시간에 맞춰 일을 처리하는 사람에게는 개인 비서를 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능과 편리함으로 메모수첩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되는 PDA.


CD처럼 원하는 메모를 바로 듣는다

IC 레코더는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에 비해서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리하고, 운전중일 때처럼 메모하기가 힘든 상황에서도 버튼과 음성만 이용하면 되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작은 키패드나 필기 입력창을 이용해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전자수첩이나 PDA보다 음성으로 메모하는 것이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편리한 점은 녹음된 메모 내용을 찾기가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축소형 카세트테이프인 마이크로 녹음기를 음성 메모용으로 사용한다면, 나중에 녹음된 내용을 찾을 때 일일이 테이프를 앞뒤로 감아가며 들어봐야 한다. 물론 테이프 카운터를 이용해 녹음된 위치를 기억해 놓는 방법을 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원하는 부분을 녹음테이프에서 찾기란 여간 성가시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IC 레코더에서는 메모 내용이 녹음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눠서 저장되기 때문에 버튼으로 각각의 메모 내용을 이동하며 쉽게 찾을 수 있다. CD와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음악을 들을 때를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CD에서는 각각의 노래가 트랙 단위로 녹음돼 있어서 버튼을 눌러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를 바로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녹음테이프에서 네번째 곡을 듣기 위해서는 여러번 테이프를 앞과 뒤로 감으면서 들어보면서 찾아야 가능해진다. IC 레코더는 바로 CD에 녹음된 음악처럼 메모 내용을 간단히 찾을 수 있다.


ICD-50과 함께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니의 최저가 제품인 ICD-30,표준방식에서는 8분,장시간방식에서는 16분 녹음이 가능하다.


메모리 용량에 제한 받아

그렇다고 IC 레코더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저장을 위해 내장된 플래시메모리의 용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저장할 수 있는 메모 역시 한계가 있다. 녹음기의 경우는 새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계속 녹음하면 되지만, IC 레코더는 현재 기록돼 있는 메모 내용중 일부를 지워야, 지워서 생긴 여유 공간만큼 녹음을 더 할 수 있다.

따라서 IC 레코더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메모는 그때그때 삭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메모리를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IC 레코더들이 등장했다. 메모리 스틱을 사용하는 소니의 ICD-MS1이나 미니어처 메모리 카드를 사용하는 올림퍼스의 D1000 등이 바로 이런 제품이다.

IC 레코더를 사용할 때는 대부분 입에 가까이 대고 음량이 충분한 상태에서 녹음하기 때문에 음성 메모나 인터뷰, 소규모 회의실에서 사용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규모가 큰 회의에서 회의 내용을 녹음하면 레코더에 들어오는 소리가 작아져 음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사무실에서 회의할 때 사용할 목적이라면, 레코더의 성능이나 사무실 환경에 따라 음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입 전에 성능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좋다.

IC 레코더에서는 보통 표준방식(Standard Play)과 장시간방식(Long Play)의 두가지 녹음 방식을 제공하는데, 장시간방식이 표준방식에 비해 음질이 약간 떨어지는 대신 더 긴 내용의 메모를 저장할 수 있다. 참고로 일반 음성용이 아니라 라이브 콘서트와 같은 공연 내용을 녹음하고자 한다면, CD와 같은 음질로 녹음되는 디지털 방식의 MD 레코더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성공한 사람에게 빠지지 않는 습관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몇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늘 메모하는 것이라고 한다. 굳이 성공을 염두해 두지 않더라도,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메모는 생활화될 필요가 있다. 비록 방금 메모한 내용이 하찮은 것일지 모르지만, 여기에 살이 붙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 더해져서 정말 가치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번개처럼 스쳐가는 소중한 아이디어를 제때 기록하지 못해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앙금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왕 메모를 습관으로 만들 바에는 좀더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 소개한 IC 레코더는 이처럼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달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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