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도 트위터도 없고 아이들이 세상이야기를 들을 방법은 입소문뿐이던 1980년대, 학교에 가면 도시괴담처럼 미국 SF드라마 ‘V’에 관한 뒷이야기가 돌았다. “진짜로 쥐를 먹었대. 원래는 입에 넣었다 빼야 하는데 실수로 삼켜버렸대…”에서부터 “사실 배우 중 한 명은 진짜 외계인 이래” 수준의 뭔가 좀 이상한 것까지. 하지만 우리는 진짜로 믿었고 진짜로 믿고 보는 V는 짜릿했다.
V는 그 시대의 모든 SF감성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였다. 비닐옷을 입고 손을 흔들며 우주선에서 내려오는 외계인, 아름다운 여자, 벗겨보니 파충류, 파란 피, 레지스탕스, 외계인 혼혈의 아름다운 초능력 소녀, 물리치는 방법은 바이러스!
우리 시대 SF의 종합선물세트
“하늘에서 우주선이 내려왔는데…, 다 죽였어!”라는, 어린 소년의 간단하고도 명쾌한 설명으로 시작하는 ‘폴링 스카이(Falling Skies)’는 이 시대 SF감성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다.
영화 ‘인디펜던스데이’로 시작하는 것 같더니,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멸망한 지구의 풍경 속에,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는 외계인이 돌아다니고, ‘더 로드’를 연상시키는 난민이 있다. 각종 신체강탈자 영화나 좀비 영화를 떠올릴법한, 등에 벌레 같은 것을 달고 멍하니 걸어 다니는 아이들이 있고, 인간이 사로잡은 외계인을 학대하는 모습은 ‘디스트릭트9’까지 떠올리게 한다. 적마저도 취향별로 고르라는 듯 로봇과 에일리언 두 종류다.
폴링 스카이는 어느 날 하늘에서 외계인이 내려와 빠바방! 다 쏴 죽이고 인류의 90%가 멸망한 시점에서 다짜고짜 시작한다. 군대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수백 명의 난민 집단을 배경으로, 역사학자 교수인 주인공이 이끄는 6~7명의 소대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소규모 전투나 정찰을 하는 와중에 외계인에게 납치된 아이들, 그리고 주인공의 아들을 구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흘러간다.
사실 이 드라마를 V와 비교하는 것이 적당한지 잘 모르겠다. V는 당시로서는 현대적이었고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폴링 스카이의 감성은 다소 고전적이다. 터미네이터와 에일리언이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기는 해도 결국 1980년대 영화가 아닌가. 이야기의 중심인 ‘가족’도 새로운 주제가 아니고, 드라마 전면에 흐르는 9·11의 상징도 노골적인 편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어두워 이미 활극이나 액션이 드라마의 중심이 아니라고 선포했는데, ‘그들도 고통을 느낀다’, ‘우리도 원주민에게 같은 일을 했다’는 성찰을 제외하면 아직 그렇게까지 신선한 철학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사실 그마저도 좀 고전적이다.
하지만 이 옛날 과자 종합선물세트 같은 모습은 역설적으로 ‘신선’하다. 요즘에는 이렇게 전형적인 설정을 한 이야기에 모아 넣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고전적인 풍경만 해도 SF팬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스필버그의 이름이 아깝다. 앞으로 얼마나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가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좌우할 것이다.
외계인이 미국에만 오는 이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외계인이 많이 오는 나라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외계인에게 납치됐다 돌아온 사람이 미국에서만 4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인구와 비교 했을 때 75명 중 한 명 꼴이다. 어찌나 많이 납치되는지 외계인 납치 보험에 납치 전문 변호사까지 있다고 한다. 이거 큰일이다!
그런데 외계인은 왜 미국에만 갈까. 혹시 우리들이 여행가면 그 나라 수도부터 가는 것처럼 외계인은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나라인 미국부터 가는 걸까.
칼 세이건은 외계인 조우현상의 대부분이 ‘가위눌림’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위’라는 말에 ‘오, 그런 비과학적인 이야기를!’하며 거부감을 갖지 말기를. 가위는 유사 이래 인류가 보편적으로 겪어온 램수면 이상 증상이니까. 외계인 납치 보고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밤에 잠을 자다가 눈을 떴는데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다. 이상한 사람들이 방 안에 있어 성교를 하거나 아프게 한다. 벽을 뚫고 공중에 떠서 하늘로 날아간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 아닌가.
미국에는 ‘가위’를 뜻하는 정확한 단어나 개념이 없다. ‘수면마비’라는 말이 있지만 다소 개념이 다르다. ‘가위현상’을 계속 연구해 온 데이비드 J. 허포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인문의학부 교수는 ‘가위’를 뜻하는 단어가 있는 문화권과 없는 문화권에서 이 현상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위’의 개념이 있는 문화권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넘어가는 데 반해,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을 수 없어 오히려 ‘실제로 일어난 일’로 생각해 버린다는 것이다.
미국인이 주로 외계인을 보는 것도 그런 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가위에 눌릴 때 사람들이 주로 보는 환영은 그 문화권의 보편적인 믿음을 반영한다. 하지만 미국에는 그럴만한 보편적인 민간 전통이 없기 때문에, 대신 ‘외계인’을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전체를 다 가위현상으로 무시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최소한 숫자는 줄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안심해도 좋다.
여담으로, 칼 세이건은 외계인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구에 와 있다’는 것은 믿지 않았다. 그 이유는 “외계인이 오면 가장 먼저 나를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타공인 ‘지구 최고의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 입장에서는 기껏 머나먼 우주를 건너 온 외계인들이 자신을 제치고 농부나 시골 아낙네를 찾아간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뭔가 귀여우면서도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외계인이 많이 오는 나라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외계인에게 납치됐다 돌아온 사람이 미국에서만 4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인구와 비교 했을 때 75명 중 한 명 꼴이다. 어찌나 많이 납치되는지 외계인 납치 보험에 납치 전문 변호사까지 있다고 한다. 이거 큰일이다!
그런데 외계인은 왜 미국에만 갈까. 혹시 우리들이 여행가면 그 나라 수도부터 가는 것처럼 외계인은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나라인 미국부터 가는 걸까.
칼 세이건은 외계인 조우현상의 대부분이 ‘가위눌림’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위’라는 말에 ‘오, 그런 비과학적인 이야기를!’하며 거부감을 갖지 말기를. 가위는 유사 이래 인류가 보편적으로 겪어온 램수면 이상 증상이니까. 외계인 납치 보고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밤에 잠을 자다가 눈을 떴는데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다. 이상한 사람들이 방 안에 있어 성교를 하거나 아프게 한다. 벽을 뚫고 공중에 떠서 하늘로 날아간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 아닌가.
미국에는 ‘가위’를 뜻하는 정확한 단어나 개념이 없다. ‘수면마비’라는 말이 있지만 다소 개념이 다르다. ‘가위현상’을 계속 연구해 온 데이비드 J. 허포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인문의학부 교수는 ‘가위’를 뜻하는 단어가 있는 문화권과 없는 문화권에서 이 현상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위’의 개념이 있는 문화권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넘어가는 데 반해,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을 수 없어 오히려 ‘실제로 일어난 일’로 생각해 버린다는 것이다.
미국인이 주로 외계인을 보는 것도 그런 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가위에 눌릴 때 사람들이 주로 보는 환영은 그 문화권의 보편적인 믿음을 반영한다. 하지만 미국에는 그럴만한 보편적인 민간 전통이 없기 때문에, 대신 ‘외계인’을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전체를 다 가위현상으로 무시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최소한 숫자는 줄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안심해도 좋다.
여담으로, 칼 세이건은 외계인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구에 와 있다’는 것은 믿지 않았다. 그 이유는 “외계인이 오면 가장 먼저 나를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타공인 ‘지구 최고의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 입장에서는 기껏 머나먼 우주를 건너 온 외계인들이 자신을 제치고 농부나 시골 아낙네를 찾아간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뭔가 귀여우면서도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역사학자였던 주인공 탐 메이슨은 외계인과 싸우며,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과 그들을 무찌르는 방법을 연구한다.]
[아무도 외계인이 지구에 온 목적도, 실체도 모른다. 외계인은 거미처럼 여러 개의 다리가 달린 ‘스키터’와 레이저와 미사일로 무장한 ‘메크’ 두 종류가 있다.]
그들이 지구에 올 가능성
이것은 우리가 외계인과 조우할 확률을 계산하는 공식(드레이크 방정식)이다. 항성이 행성을 가질 확률, 그 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 등이 변수로 들어간다. ‘오, 공식이 있으면 답이 있겠군!’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모든 변수가 미지수인 게 문제다.
답은 없지만 과학자마다 자신만의 가설을 더해 답을 내놓는다. SF작가이자 과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 방정식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현재 우리 은하계에 기술 문명을 가진 지적 생물이 사는 행성의 수를 53만 개 정도로 보았다. 53만 개 행성! 언제 만나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지구를 침략하러 오거나 놀러올 가능성’은 낮은데, 이는 공간과 시간의 문제다. 우주가 터무니없이 넓고 인류의 역사가 터무니없이 짧기 때문이다.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킨 것이 겨우 수만 년이고, 우주로 눈을 돌려 외계인의 존재를 찾기 시작한 것은 50년이 될까 말까 한다. 상대방도 우리와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은하계에 지적 생물이 사는 행성이 53만 개 있다고 가정했을 때 문명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약 630광년이다.
말하자면 나와 내 친구가 서로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50년이 되었는데, 가장 가까이 사는 친구 마저도 우주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으로 달려와도 630년쯤 걸리는 곳에 사는 셈이다. 그런데 나도 그 친구도 서로가 어느 동네에 사는지는 둘째치고 사실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개 생물이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언젠가 멸종할 수도 있다. 기껏 친구가 기나긴 세월을 넘어 나를 찾아왔는데 나는 이미 수명이 다해 죽어버렸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지구가 ‘생물이 살 만한’ 별이었던 시간도 사실은 길지 않다. 겨우 1만 년 전까지 지구가 빙하기였던 것도 생각해 보자. 친구가 시간을 잘못 맞춰 왔다면 얼음으로 가득한 지구나 아직 식지 않았던 불로 가득한 행성만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는 멀리서 힐끗 보고 ‘대체로 무해함’ 정도만 안내서에 기록하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은 와 있을 수도 있고, 앞으로 올 수도 있다. 아득한 옛날에 벌써부터 와서 인류가 태어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았을 수도 있다. 단지 그들이 그토록 그 머나먼 우주를 항해할 만한 지식이 있고, 그처럼 오랫동안 멸망하지 않고 문명을 유지할 정도로 진화한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덜 자란’ 우리 지구인처럼 반목하고 부수고 파괴하는 저열한 취미는 없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