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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Ⅱ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되나?

인공 인슐린「휴무린」의 후예들

비록 상품화된 것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실험실의 수많은 유전공학제품들이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해바라기 콩, 슈퍼생쥐, 포마토 등 새로운 낱말이 소개되면서 유전공학이 환상의 기술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유전자를 조작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생명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주는 유전공학기술이 1973년에 처음 등장한 이래 70년대 말부터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8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국내에서도 이 기술개발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생쥐의 젖에서 TPA를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유전공학기술은 1978년에 이르러 그 첫 작품을 내놓았다. 사람의 인슐린을 대장균에서 발현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산업적 응용의 길을 튼 것이다. 이 기술은 미국 벤처기업의 하나인 제넨테크가 개발하고 제약회사인 이엘아이릴리에서 전임상 임상시험을 거쳐 1981년부터 '휴무린'이란 이름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유전공학의 첫번째 제품을 선보인 셈이다. 인공인슐린에 뒤이어 여러가지 의약물질들이 속속 개발되었다. 오늘날 미국 식품위생국(FDA)의 허가를 얻어 시판중에 있는 제품은 모두 6개 품목이다. 열거하면 인체의 성장호르몬, B형간염백신, α-인터페론,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소(TPA), 조혈제(EPO) 등이 상품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또는 DNA프로브(probe)를 이용한 진단시약 1백여종이 산업화돼 실제로 암 AIDS 간염 등의 질병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암이나 면역질환의 치료를 위한 면역조절물질(각종 인터루킨, 조직괴사인자, 콜로니형성촉진인자 등) AIDS 인플루엔자(influenza) 말라리아 등의 질병예방을 위한 백신(vaccine), 혈우병 치료를 위한 제8인자, 그리고 여러가지 임상용 효소 및 성장인자들이 개발돼 임상시험중에 있다. 아직 실용화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실험실에서 생산에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최근에 이룩한 유전자조작기법의 획기적 개선 그리고 신기술의 개발 덕분에 유전공학제품의 실용화가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전자의 조직은 미생물세포 뿐만 아니라 동물 및 식물세포에까지 미치고 있고 이제 그 응용도 보편화돼 있다. 그 수준은 희귀 의약물질을 생산하는 동물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나 인공약초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최근 미국의 인터그레이티드 제네틱(Integrated Genetic)사는 사람의 TPA를 생산하는 생쥐를 개발했다. 이 생쥐의 젖에서 TPA를 얻고 있는 것이다. 또 영국의 파마슈티컬 프로테인(Pharmaceutical Protein)사는 사람의 제8인자를 생산하는 산양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생쥐에 사람의 암유전자(myc/ras)를 도입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 암질환 모델동물이 1987년에 개발되면서 암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이 생쥐는 형질전환동물로 미국특허를 받음으로써 세계 특허전략의 새로운 쟁점이 되기도 했다.

이어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의 tat유전자를 생쥐에 도입하는 데도 성공을 거뒀다. 쉽게 말해 AIDS 질환모델동물을 유전공학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같은 질환모델동물의 등장러시는 형질전환동물의 산업적 의학적 응용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담배에서 면역단백질을 추출해

동물의 유용(有用)유전자를 식물세포에 주입해 그 특성을 발현시킨 사례가 최근 종종 눈에 띈다. 식물체로 하여금 단백질성 의약물질을 생산하게 하는 소위 인공약초의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지난 해 세계 최초로 엔케팔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을 유채종자에서 생산해냈다. 이어서 미국에서도 면역단백질을 담배세포에서 생산해내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유전공학센터 홍주봉박사 팀이 금년에 세계 최초로 사람 인슐린유전자를 담배에 주입, 인슐린을 생산하는 담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연구는 아직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유전공학 기술수준을 엿보게 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동물과 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은 식량증산에도 도움을 준다. 전통적인 육종기술의 한계를 탈피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코끼리만한 돼지를 만든다는, 어찌 보면 꿈만 같았던 얘기가 슈퍼생쥐를 만들어냄으로써 현실로 바짝 다가섰다. 뒤이어 아직 코끼리만 하지는 않지만 덩치가 우람한 돼지도 유전공학적으로 탄생됐다. 미국에서는 증체효과가 15%에 달하는 육질이 좋은(지방층이 3분의 1로 감소) 우량돼지를 만드는데 성공, 상품화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또 송어 미꾸라지와 같은 담수어의 성장을 촉진해 몸무게가 20~30% 늘어난 슈퍼물고기도 생산하는 단계에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해 유전공학센터 이경광박사팀이 슈퍼생쥐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이런 기술을 실제로 가축이나 어류증식에 응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았을 때 유전공학이 가장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농작물의 육종이다. 현재 이 분야는 대학의 기초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미국의 몬산토(Monsanto)사, 영국의 어그리컬처럴 제네틱스(Agricultural Genetics)사 등 유수의 해외기업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개발하고 있다.

주로 개발되고 있는 대상은 주곡작물 과채류 임목류 등이다. 이들 농작물이 병충해나 추위 등을 잘 이길 수 있도록 단단하게 무장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또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도 부여하고 있고 식물단백질의 영양가를 높이기 위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된 콩 목화 벼 옥수수 토마토 알팔파 등이 1993년부터 2000년까지는 세계작물시장에 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실험실적으로는 병충해와 벌레에 강한 내충성(耐蟲性)작물(토마토 담배 목화 옥수수 등)이 성공적으로 재배되었다. 특히 제초제에 대한 내성(耐性)을 가진 콩 옥수수 사탕무 등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면역독소(immunotoxin)^이 단클론항체는 유방암의 치료에 쓰인다. 유방암의 항원을 마치 미사일처럼 찾아 가기 때문이다.


인공씨감자가 등장하고

아직 국내 과학자가 개발한 유전공학 제품중 산업화된 것은 몇가지 안되지만 실험실적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여럿 있다.
럭키는 γ-인터페론을 개발,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허가를 획득했다. 또 성장호르몬 콜로니(colony)성장촉진인자 등을 산업화할 예정이다.
녹십자와 제일제당은 간염백신 α-인터페론을 상품화했다. 최근 제일제당은 발효산업에 주력을 두고 있는데 세파로스포린-C 발효공장을 건설, 항생물질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원은 아스파탐(aspartame, 당도가 높은 설탕대체물질, 두 아미노산을 합성해 만든다) 원료인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생산균주를 개발, 대량생산의 길을 터 놓았다. 제철화학은 50여종의 제한효소를 생산해 국내공급은 물론이고 수출까지 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회사가 간염 간암 임신 혈액판정 등의 진단시약을 개발, 일부품목은 시판되고 있다.

유전공학센터는 설립당시부터 첨단 유전공학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재래적 생명공학기술로 생산이 가능한 제품개발에도 중점을 둬 왔다. 쉽게 말해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양면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그 결과 무공해농약과 대두(大豆)접종제를 개발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할 수 있었다. 이 두 품목은 이미 시제품이 나오고 있다.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연구에서도 그 부산물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항암제로 사용되는 인터루킨(interleukin)-2다. 인터루킨-2는 국내의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기술까지 이미 확립해 놓고 있다. 현재 이 약제는 국립보건원(NIH)의 전임상시험을 거쳐 국내의 여러 병원에서 임상시험중에 있다.

이밖에 인슐린(insulin) 성장촉진인자(IGF) 림포톡신(yimphotoxin) 인터루킨-1 B형간염바이러스 Pre-${S}_{2}$ ${α}_{1}$-앤티트립신(antitrypsin) 등이 상품화가 유망한 물질들이다. 이 물질들을 양산(量産)할 수 있는 재조합 균주가 이미 개발돼 있으므로 산업화를 위한 연구는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유전공학의 농업적 이용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수정란 이식기술이 실용화돼 인공쌍둥이젖소를 생산해냈다. 또 슈퍼생쥐와 같은 형질전환동물(transgenic animal)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유전공학센터에서는 인공종자 개발에 주력을 두고 농업분야의 연구를 착수했다. 그 결과 당근 체세포의 인공배아로(세포배양기법을 활용) 인공종자를 대량생산하는 공정을 확립했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은 영양생식을 하는 작물이나 우수형질을 가진 ${F}_{1}$잡종의 종자를 증식보급하는 기술로 널리 각광받게 될 것이다.

유전공학센터에서는 또 미국에서 이미 개발됐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산업화가 안되고 있는 인공씨감자를 부활시켰다.

기존의 인공씨감자의 생산수율을 1백~1백50배나 증가시키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더구나 이 인공씨감자는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은 무균씨감자로 소규모공장에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해 앞으로 감자농업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2년째 시험농장재배를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인공씨감자 생산자동화공정 개발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90년대에는 항암제 고혈압치료제 면역질환치료제, AIDS 충치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백신, 질병의 조기진단을 할 수 있는 진단시약 등 다수의 의약품이 유전공학적으로 생산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농업분야에서는 인공종묘 및 종자, 내(耐)병충해성 작물들이 실용화될 것이다. 유전공학적으로 생산된 축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화학분야에서도 유전공학의 기여는 대단할 것이다. 비록 화학제품의 원료생산에는 별 공헌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대체공정의 개발에 따른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이 예측된다.

환경분야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길 것이다. 폐수 및 폐기물처리 균주가 상품화되고 화학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 생물농약이 개발되면 환경은 그 주름살을 조금 펴게 된다. 또한 바이오(bio) 가공식품이나 바이오 화장품 등 2차상품도 다수 출현, 우리 주변에 유전공학적 기술의 손길이 가지않은 제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미니시스템. 이속에서 미색물의 도움으로 단백질이 제조된다.


양면작전으로 접근해야

유전공학의 국제적인 연구추세로 보면 미생물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이제는 동식물의 유전자 및 그 이용연구로 확대돼 가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부분적인 목표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주로 했으나 최근에는 인간게놈(인체유전자)연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체유전자 전체를 분석하고 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총체적 접근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DNA를 조작하는 유전공학적연구는 최종산물인 단백질을 효율적 경제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효능이 우수한 신기능 단백질을 생산하고 개량하는 단백질공학분야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고 2차 대사산물의 생산수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사(代謝) 공학분야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전공학적 기법을 바탕으로 신기능 효소촉매의 개발, 다탄당의 합성, 신기능 탄수화물의 개발을 노리는 탄수화물공학도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전공학의 발전은 생명체를 이용하는 모든 학문과 산업분야에 그 개발영역을 넓혀주고 실용화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연구개발 목표는 여러가지 기준과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신축적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양면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유전공학의 핵심기술분야만을 전략제품으로 설정할 게 아니라, 생명공학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기술분야에서 산업화 가능품목을 찾아나가야 한다. 동시에 유전공학, 단백질공학과 같은 첨단기술개발을 심도있게 추진해 단계적으로 접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 국내의 사회·경제적 필요성에 부응하는 품목을 우선 응용대상 품목으로 선정, 우리의 고유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초기 개발단계에 있는 제품도 과감하게 도전함으로써 국제시장 확보에 동참해나가야 할 것이다.

유전공학과 같은 첨단기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미래지향적인 기술개발목표를 과감히 설정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성급하게 기술개발의 성과물을 얻으려 하고 시장확보나 투자회수를 초조한 마음으로 한다면 그는 유전공학의 속성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꾸준하게 투자하고 착실하게 기술개발 경험을 축적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앞으로 유전공학과 같은 첨단기술의 선진화는 우리의 꾸준한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우리가 80년대에 이룩한 기술기반을 바탕으로 유전공학기술 선진대열에 손색없는 제2의 도약을 시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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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한문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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