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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은 어느 분야에 가장 많이 이용될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영화 속 특수효과를 떠올릴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3’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고 로봇끼리 싸우는 놀라운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은 오히려 영화보다는 산업에 많이 쓰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전공학부의 이관행 교수는 “실제 모델을 만들지 않고 컴퓨터에서 실제와 똑같은 가상 제품을 만들고 시연하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이끄는 지능설계 및 그래픽스 연구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제 제품과 똑같은 사실적인 이미지를 탄생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컴퓨터로 이미지를 만들고 조작해 그 결과를 화면에 표현하는 것이다.

제품을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일은 제품의 형태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는 주로 레이저 스캐너를 쓴다. 3D 그래픽을 제작할 때는 깊이 카메라와 여러 대의 카메라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집한 영상을 컴퓨터로 처리하려면 수치로 바꿔줘야 한다. 이 과정이 ‘모델링’이다. 물체의 각 점, 선, 면을 3차원 좌표로 지정해 컴퓨터 속에서 크기와 형태를 표현한다.

이 교수는 “물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계 공학과 전산학이 필수”라며 “이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물리를 잘 알아야 하고 여기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실제와 똑같이 나타내기 위해서는 수학과 물리는 물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한다.
 

사실적인 이미지는 실감모델링기술에 맡겨라

형태가 결정되면 실제와 똑같이 만드는 ‘렌더링’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의 형태는 갖춰져 있지만 색의 명암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사실적인 느낌이 줄어든다. 따라서 자동차의 각 부분에 빛을 비출 때 어떤 모습으로 밝아지고 어두워지는지 방정식을 세워 계산하고 이 값을 적용한다.




실사에 가깝게 제품의 외관재질을 나타내는 렌더링이 바로 연구실의 전문 분야다. 예전에는 재질로 금속이나 플라스틱이 주로 쓰였지만 갈수록 제품의 디자인이 중요해지며 외관 재질도 다양해졌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휴대용 전자제품을 개발할 때는 디자인이 특히 중요하다. ‘나만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겉이 모두 순금이고 상표는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13만 파운드(약 2억 1500만 원)짜리 ‘럭셔리 아이패드’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관 재료로 이제 금과 보석 같은 값비싼 재료까지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값비싼 재료를 이용하는 경우,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기 위해 실제 모델을 모두 제작할 수는 없다. 모델 제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능설계 및 그래픽스 연구실은 여러 가지 고급 외관 재질들의 디지털 재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미 불투명한 외관재질을 측정할 수 있는 재질 측정 시스템을 개발해 여러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다. 또 구성이 복잡하고 측정이 까다로운 반투명 재질까지도 모델링을 완성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이 기술을 ‘실감모델링기술’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로 이제는 제품의 외관 모델을 거의 실제와 비슷하게 볼 수 있고, 여러 조명환경에서 제품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실감모델링기술을 이용해 제품 모델을 만들면 제품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고객의 평가나 참여가 가능해집니다.”

소프트웨어는 베타 버전을 인터넷으로 배포해 사용자들의 평가를 받아 반영한다. 이런 방법으로 에러나 사용자 이용성을 수정해 최종 제품의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앞으로는 실감모델링기술로 이와 비슷하게 가상환경에서 신제품을 평가하고 테스트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제조업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재료로 디자인을 직접 주문받아 생산하는 날이 올 것이다.

 


생명 살리는 컴퓨터 그래픽

수집한 영상을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도 연구실의 주 연구 분야다. 지난 2003년에는 2차원 영상을 차곡차곡 쌓아 3차원 영상으로 바꾸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메디서프(medisurf)’라는 의료용 이미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쓰였다.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의료기기로는 2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데, 이 2차원 이미지를 쌓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3차원으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의료 이미지를 이용해 3차원 영상을 제작하면 실제 내부 구조와 똑같이 볼 수 있어 이상이 생긴 부분을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음파 검사로 얻은 태아의 2차원 이미지를 3차원 이미지로 바꾸면 태아의 골격 구조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3차원 골격 구조로 태아가 정상인지 기형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3차원으로 가상의 신체를 만들어내면 위험한 수술의 경우 수술 전에 모의 수술도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제조업 뿐 아니라 의료 산업 같은 다른 산업에도 기반 기술로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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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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