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코너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및 개발자를 꿈꾸는 중고생 정보영재들에게 IT 전문가가 들려주는 유익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인생을 건 이유는 자유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컴퓨터로 자동차도 만들고, 로봇도 만들었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화국이 12인치 모니터 안에 있었다.
프로그래밍을 한창 배우던 학생 시절에는 다른 개발자가 공개한 소스 코드를 입력해서 실행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2010년 정부에서 그런 기회를 더 많은 학생들에게 나누기 위해 30인의 고수를 멘토로 위촉해서 ‘소프트웨어마에스트로 연수과정’을 만들었다. 이전의 다른 연수사업과는 달리 자유롭게 개발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 선발되는 100명에게는 장학금과 노트북을, 최종 10인으로 선발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게는 약 5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폈다.
이 과정을 지원하는 학생 대다수는 경시대회에서 거둔 좋은 성적을 내세웠다. 소위 ‘스펙쌓기’ 차원에서 경시대회에 몰입한 경우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경시대회에 한번 도전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80% 이상의 학생이 B학점을 받는 대학 성적표가 변별력을 잃었듯이, 경시대회 수상만으로 자신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열정을 모두 증명할 수는 없다. 경시대회나 공모전에 중독(?)된 학생들을 보다 보면, 이력서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 더 중요한 다른 기회를 포기해온 것처럼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경시대회나 공모전의 수상경력을 쫓아다니는 게 유행이 됐다. IT 분야도 다르지 않다. 자유로워야 하는 소프트웨어 영재들이 경시대회에서 한정된 알고리즘을 뽐내는 데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경시대회를 강조할수록 우리는 알고리즘 문제집 외의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학생들을 만날 뿐이다.
울티마 시리즈로 유명한 리차드 게리엇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그의 수상 이력은 게임계 명예의 전당에 5번 선정된 것이 전부다. 그가 경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빌게이츠 회장은 PC용 운영체제 사업화를 위해 미국 하버드대를 중퇴했고, 마이클 델 사장은 다이렉트 PC 판매 사업을 위해 텍사스의과대를 중퇴하고 1000달러로 창업했다. 그들이 대학을 중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갑자기 찾아온 비즈니스 기회를 우선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상상력 뿐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이 있었기에 IT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었다.
새장에 갇혀 사는 새는 새장을 열어줘도 날지 못한다. 스펙을 챙기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나만의 미래를 위해 거친 길도 마다않고 가는 IT영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획일화된 사회는 자유로운 영혼을 평가해줄 능력이 없다. 사회의 잣대에 맞추지 말고, 스스로의 꿈을 위해 노력한다면 멋지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