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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우리 결혼할까?


아이스링크를 따라 춤 추던 마음을 붙잡아, 벚꽃 내리던 봄과 태풍 같던 여름과 가을을 함께 보낸 뒤, 소년과 소녀는 이제 한층 더 도톰해진 마음을 품고 겨울을 맞았습니다. 쌓인 시간만큼, 둘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상태를 잘 압니다. 특히 소년은 소녀의 ‘여자 언어’에 통달했습니다. “뭐해?”라는 소녀의 ‘깨톡’이 소년의 눈에는 ‘뭐 하느라 연락이 없어? 당장 연락해서 놀러 가자고 말해’로 보입니다. ‘토독 톡 토톡’ 손가락을 움직여 재빨리 답장을 하네요. “날도 추운데 이번 주말엔 온천 어때?”


온천, 정말 효과 있어?

약속 시간을 10분쯤 앞두고, 휴대폰 너머로 소녀가 말합니다. “응~, 나 이제 나가려고!” 소년은 생각합니다. ‘아, 이제 30분 정도 더 걸린다는 말이구나.’ 보세요~, 번역 실력이 완벽하죠? 소녀의 집이 10분 거리인 건 비밀입니다.

노천 온천탕에 도착하니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역시 온천의 계절이네요.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얼굴은 추운 바깥에 내놓으니 몸은 나른하면서도 정신은 맑아지는 게,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입니다. 무언가를 골몰이 생각하던 소년이 말합니다. “기분이 좋긴 한데, 온천에 진짜로 의학적 효능이 있을까?” 소녀가 의기양양하게 답하네요. “궁금해 할 줄 알고 내가 찾아봤지! 물론 과장 광고도 많지만, 일부 효능은 실험으로 입증이 됐더라고. 예를들면, 온천수에 들어 있는 유황이 피부 각질을 녹여서 피부가 매끈해진대.”

온천을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온천수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고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온천수에 풍부한 다양한 광물질, 즉 미네랄이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보는 거지요. 국내의 한 의대 연구팀이 성인 남성 21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온천수에서 목욕한 사람이 담수에서 목욕한 사람에 비해 활성산소가 덜 생성됐습니다. 활성산소는 강한 산화작용을 통해 질병과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지요. 또한, 쥐를 자외선에 노출시켜 피부 손상을 일으킨 뒤 온천수와 담수에 각각 목욕시켰더니, 온천수로 목욕한 쥐의 피부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결과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맹신하면 안돼~. 규모가 작은 임상실험이 대부분이거든. 누구에겐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 고개를 끄덕거리던 소년이 얼굴을 만지며 말합니다. “피부는 확실히 매끄러워지는 것 같은데? 이거 마셔볼까?” 열심히 설명하던 소녀는 결국 어이 없는 표정을 짓고 마네요. “맘대로 해.” 소년이 조용해집니다. ‘하기만 해라. 죽이겠다’라는 여자 사람 언어를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번역했네요. 짝짝짝!


녹는 점 낮춘 은으로 땜질한다

반질반질해진 피부를 문지르며, 소년과 소녀는 은반지 공방으로 향합니다. 연애 1년을 기념해 커플링을 직접 만들기로 했거든요. 공방 언니가 건네준 은 막대에 이니셜을 새긴 뒤, 토치로 달궈 동그랗게 구부립니다. “음? 이건 어떻게 이어요? 설마 아가들 것처럼 뒤가 뚫린 반지는 아니겠죠?” 까다로운 소녀의 물음에 공방 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지금부터 ‘은땜’을 할 거예요. 납땜이랑 비슷한 거예요.”

연결하려는 금속 자체를 녹여서 붙이는 용접과 달리, 땜질은 붙이려는 물체보다 녹는점이 낮은 물질을 두 물체 사이에 흘려 넣습니다. 은반지를 잇는 데 쓰는 땜질용 은은 순은에 아연 등을 섞어서 만들어요. 순은은 녹는점이 961℃인 데 비해 땜질용 은은 700~800℃로 낮지요. 애써 만든 은반지를 녹이지 않으면서도 끝 부분만 살짝 이을 수 있습니다.
 
공방 한 구석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소녀가 외칩니다. “자기야, 이거 어때?” ‘당장 사줘라’라는 속뜻을 읽은 소년은 0.1초 만에 “좋아!”라고 답하지만, 그것이 반지에 넣는 탄생석이라는 걸 깨닫고는 후회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소녀가 소년의 표정을 먼저 알아차렸네요. ‘걸어 다니는 소년 설명서’인 소녀는, 단박에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그럼 내 거에만 탄생석을 넣자. 자기 거는 황화칼륨(K₂S)에 담가서 착색시키는 거 어때?” 황화칼륨은 흔히 유화가리라고 불리는 물질로, 은제품을 검게 변색시키는 데 씁니다. 은(Ag)이 황화칼륨 속 황(S)과 반응하면, 검은색을 띠는 황화은(Ag₂S)이 되지요. 옛날 임금님이 독이 든 음식을 가리기 위해 은수저를 썼던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반짝거리는 반지를 잠시 내려다 보던 소년이, 소녀에게 말합니다. “지금은 손으로 만든 은반지가 최선이지만, 마음만큼은 1캐럿 다이아몬드를 해 주고 싶을정도로 널 사랑해! 나랑 결혼해 줄래?” 이렇게 자기를 잘 알고 사랑해 주는 남자를, 소녀도 놓칠 리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좋아!”♥ 

 

201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 일러스트

    허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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