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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학계, 신종 바이러스 추적 비상

호흡기질환 유발, 사망자 잇달아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한탄 바이러스


1993년 봄, 미국의 뉴멕시코 아리조나 유타 콜로라도 등 4개주가 접하는 부근 의사들은 나바호 인디언들 사이에 극심한 호흡기계 질환이 퍼져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도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근착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미국립방역센터(CDC) 등에서 파견된 연구자들은 수개월간 이 지역 질병발생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냈다.

그러나 의료상의 의문점들이 과학적으로는 거의 해명되지 않고 있다. 왜 같은 위험인자에 노출돼 있었는데도 감염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걸까. 왜 호흡기계 질환의 갖가지 징후를 나타내면서 바이러스 감염 테스트 결과는 양성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걸까… 등 답하지 않으면 안되는 의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CDC는 이 새로운 병원체를 가칭 'Sin Nombre 바이러스'(이름없는 바이러스)라 명명했다. 이 바이러스는 유전자적으로는 아시아나 유럽에서 급성 신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탄바이러스의 신종이다. 그래서 '뉴 한탄바이러스'라 불리기도 한다. 뉴 한탄바이러스는 신장이 아닌 폐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한타 바이러스는 6.25때 종군미군들에게서 발견돼 세계 의학계에 보고됐다. 그 이름이 우리나라 한탄강에서 유래했으며 고려대 이호왕 교수가 발견 동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해 10월까지 CDC는 미전국 20개주에서 한탄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94사례(그중 과반수 이상이 치사에 이르렀다)를 보고했다. 이 환자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등줄쥐(1차보균자)의 건조한 분뇨를 들이마셔 발병한 것으로 여겨졌다. 발생지대에 사는 쥐의 약 3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감염된 쥐가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보균동물과 거의 혹은 전혀 접촉이 없었는데도 발병했다고 여겨지는 희생자가 있다.

가장 감염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진 사람들이 거의 감염되지 않은 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항상 발병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명확해지고 있다. CDC는 최근 등줄쥐 등 한탄바이러스 매개체로 알려지는 설치류를 빈번하게 취급하는 페스트대책요원들 9백여명에 대해 검사를 행했다. 이 바이러스에 양성을 나타낸 사람은 겨우 8명으로 그중 1명만이 한탄바이러스 폐렴과 유사한 병에 걸린 적이 있었다.

남캘리포니아 채널 제도에서의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 섬은 등줄쥐가 들끓고 그중 많은 수가 한탄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그런데도 캘리포니아주 공중위생국의 조사에 따르면 명백한 발병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육군전염병의학연구소는 이 바이러스가 폐렴을 일으키는 다른 인자와 공동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대의 의문은 한탄바이러스 폐렴 증상을 나타내면서 바이러스 음성인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비교적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급성 호흡기계 질환에 의해 돌연사망한 6건을 조사했으나 한탄바이러스나 다른 병원체에 대한 테스트는 음성이었다. 환자는 설치류 등과의 접촉을 포함, 한탄바이러스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CDC 한탄바이러스대책반의 책임자는 1993년 1월까지 4주경계지역에서 보고된 한탄바이러스 폐렴이라 여겨지는 증상 중 한탄바이러스와 관련된 것은 25%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검사결과가 바이러스 음성인 경우 대부분이 세균성 폐렴이나 그밖의 호흡기계 장애라고 주장한다.

어찌됐건 미국에서는 매년 약 5만건의 호흡기계 장애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의 대다수의 원인은 결코 충분히 해명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명백히 폐가 상하는 증후군은 아직도 진단불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 바이러스 대책연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여기서 해방되면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그밖의 환자들의 죽음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가를 연구할 작정이다. 결국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것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의학의 감시의 눈을 피해 살아 돌아다닐 가능성이 지금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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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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