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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금속재료들이 슈퍼재료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 가볍고,더 강하며,더 열에 잘 견뎌야 한다.생존과 도약을 위해 기업들이 합병하듯이 재료들간에도 과감히 몸을 섞는다.슈퍼재료로 거듭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집트의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 람세스가 무슨 이유로 소아시아 지역의 군대를 이기지 못했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적군의 군대가 이미 철로 제조한 무기로 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 있었어도 청동 무기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철로 제조한 무기가 청동 무기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말인데 정말로 그럴까. 이것은 두 금속을 부딪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철이 구리보다 가볍고, 강하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철은 청동에 비해 슈퍼재료다.

슈퍼 재료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재료보다 우수한 성질을 나타내는 새로운 재료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만큼 슈퍼 재료의 자리는 불안하다. 시시각각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새 천년에 살고있는 요즘에 들으면 웃을 이야기이지만, 몇 백년 후의 후세들은 지금 슈퍼재료라고 이름 붙인 것들을 보고 웃을 것이다. 그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슈퍼재료들을 보면서 말이다.

영화 ‘아마겟돈’이 가능한 이유

지구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은 크게 금속, 세라믹스, 고분자 재료로 나뉜다. 이 중에서 금속재료는 일상 생활이나 산업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런 금속재료가 어떻게 슈퍼재료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재료들이 ‘슈퍼’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합금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합금은 철기 시대부터 사용되고 있는 철계 합금이다. 물론 지금의 철계 합금과 철기 시대의 합금을 비교한다면 겉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성질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알루미늄 합금, 티탄 합금, 마그네슘 합금, 니켈 합금, 텅스텐 합금 등의 금속 재료들은 물에 뜰 정도로 가벼운 것에서부터 장갑차나 탱크를 뚫고 파괴시키는 무거운 종류까지 매우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비중이 높은 것은 강하고 단단하고 녹는점이 높아서 어떤 환경에서도 잘 견디지만, 비중이 낮은 금속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비중이 낮은 금속을 강하고 단단하고 고온과 같은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슈퍼 재료의 궁극적인 목표다.

20세기에 새로운 금속재료들이 등장함에 따라 급변한 것은 개인의 생활이다. 운송수단이 발달하게 돼 생활 범위가 국가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우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해외 여행을 가능하게 한 비행기는 많은 부분이 철계 합금보다 비싼 알루미늄 합금으로 이뤄진다. 하늘에 떠야 하므로 가벼우면서 강한 합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알루미늄 합금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육중한 몸체를 띄우기 위해 엄청난 힘을 지닌 엔진과 많은 연료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간다고 하자. 연료를 채우기 위해 몇 번의 착륙을 시도해야 함은 물론이고, 속도마저 느려 “이거 비행기 맞아?”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체 말고 비행기에서 슈퍼 재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항을 많이 받아 온도가 쉽게 높아지는 비행기 앞부분에 쓰이는 티탄 합금도 널리 알려진 슈퍼재료다. 아마도 미래에는 알루미늄 합금이나 티탄 합금을 대체할 슈퍼재료가 등장해 보다 빠른 비행기가 등장할 것이다.

‘아마겟돈’ 이란 영화에서는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을 폭파시키기 위해 우주선을 운석에 착륙시키려 한다. 운석이 고속으로 날아가고 있기 때문에 착륙을 위해서는 뒤쪽으로 따라가면서 더 빠르게 접근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운석을 뒤쪽에서 고속으로 따라가려면 많은 열과 충격을 이겨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우주선이 끄덕 없던 것으로 봐 슈퍼재료로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만약 그런 슈퍼재료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자폭하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마그네슘 합금이 알루미늄 합금을 추격하고 있다.이제 곧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진 스포트카나 모터 사이클을 볼 수 있을까.


마그네슘을 거쳐 니켈시대로

비행기에 슈퍼재료에 대한 적용이 급속도로 이루어진 반면, 지상과 해상의 운송 수단에는 철계 합금이 널리 사용됐다. 비행기처럼 고속으로 운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겁지만 싸고 강한 합금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까닭이다. 만약 자동차가 비행기처럼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다면 성능도 좋아지고 연료비도 적게 들지만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근래 에너지 절약과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일부 부품에 알루미늄 합금이 선택적으로 쓰인다. 페라리(Ferrari)나 BMW같은 고성능 스포츠카들은 대부분의 부품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졌다. 더구나 최근에는 알루미늄 합금보다 비싸고 제조하기 힘들지만 더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이제 곧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자동차 선전에 린번 엔진 대신에 ‘더 가볍고 강한 합금’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을까.

운송수단에서 몸체만큼 중요한 것이 엔진이다. 그래서 엔진의 많은 부분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대체된다. 그런데 고출력을 갖는 제트 엔진이 탄생하면서 더 새로운 재료가 필요해졌다.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코발트 합금으로 제조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니켈 합금이 등장했다. 현재 제트 엔진에 사용하는 금속재료는 대부분 니켈 합금이다. 니켈 합금은 철계 합금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고 더 무겁지만 1천1백℃에 이르는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니켈 합금은 곧 1천3백℃까지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에게 슈퍼재료의 자리를 내놓을 전망이다. 고온에서 엔진이 작동할수록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마겟돈'에서 운석에 착륙을 시도한 우주선은 많은 열과 충격을 이겨내아 한다.이것은 우주선이 슈퍼재료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사진은 '아마겟돈'의 한 장면


금속도 치료하기 나름

어떻게 하면 가벼우면서 강하고 단단한 금속재료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금속재료와 사람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겉으로 봤을 때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사람과 몸이 왜소하고 마른 사람이 있다고 하자. 대부분은 전자의 사람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몸이 왜소하고 마른 사람이 총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들 이 사람이 강하다고 말할 것이다. 만약 철(Fe)과 알루미늄(Al)이 각각 하나의 원소로 존재한다면 철은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된 사람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에 소량의 구리를 첨가한다면 마른 사람이 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강해지기 때문에 알루미늄으로 가벼우면서 강한 합금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하고 진단한 후 치료를 받는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된 사람도 속에 병이 있으면 약해지기 때문에 몸이 왜소하고 마른 사람보다 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인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금속재료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미세조직이라고 부른다. 금속재료를 어떻게 만드느냐, 어떤 원소를 첨가하느냐에 따라 미세조직은 변하고 이에 따라 강약이 좌우된다.

아픈 사람을 수술로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재료과학자들은 금속재료의 미세조직을 고친다. 재료과학자들은 금속재료의 미세조직을 여러 현미경(광학 및 전자 현미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결함있는 미세조직을 고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동선수가 약물을 복용해 강해지는 것처럼 금속재료의 미세조직에 아주 작은 입자를 분포시켜서 더 강하게도 만든다. 이러한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순수한 알루미늄에 구리, 마그네슘, 실리콘 등을 소량 넣어 합금을 제조한다(그림). 물론 동일한 원소로 구성된 합금이라도 어떻게 제조하느냐에 따라 미세조직이 달라진다.

알루미늄 캔 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스틸(철계 합금) 캔 음료를 마시는 사람처럼 다 마신 후에도 더 남아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음료수가 줄어드는 것을 손에서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철기 시대에서 알루미늄 시대로 가고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알루미늄 시대, 티탄 시대, 마그네슘 시대를 지나 또 어떤 시대가 도래해 생활을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반도체도 컬러시대


질화물 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한 나스닥 전광판이 미국의 타임 스퀘어를 장식하고 있다.


가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차로 주변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신호등 속의 전구가 끊어져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20세기의 구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21세기에는 전구 문제로 신호등이 꺼져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바로 전기가 빛으로 전환되는 소자인 질화물 반도체(GaN, InN, AlN )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리콘으로 만든 반도체 메모리나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떠올릴 것이므로 ‘질화물 반도체가 무엇일까’할 것이다. 어느덧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말이다.

질화물 반도체들을 적절히 조합하면 자외선부터 적색에 이르는 발광소자를 만들 수 있다. 첨단의 반도체이기 때문에 정보 통신기기에만 들어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한 청색과 녹색 발광다이오드(LED)와 시내 곳곳 건물 옥상에 설치된 총천연색 전광판의 거의 대부분이 질화물반도체인 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한 것이다. 이 질화물반도체를 이용하면 절대 끊어지지 않는 교통신호등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교통신호등을 만들 때 조그만 발광다이오드를 여러 개 조합해 신호등을 만들기 때문에 설령 한 개의 발광다이오드가 끊어진다고 해도 신호등 전체가 들어오지 않는 일은 없다. 또 빛으로 바뀌는 효율이 높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적다.

현재 가정에서는 백열전구와 형광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도 곧 질화물 반도체로 대체될 전망이다. 빨강, 파랑, 초록색 발광다이오드를 동시에 켜면 질화물 반도체를 이용한 저전력 백색 전구를 만들 수 있다. 이 전구는 필라멘트나 백열등처럼 열이 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빨강, 초록, 파랑의 발광다이오드 상대 강도를 조절하면 하나의 전구를 총천연색으로 만들 수 있다.

자외선을 발생하도록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자외선이 다시 백색형광물질을 활성화시키도록 할 수도 있다. 현재 이런 방법으로 백색을 내는 발광다이오드가 개발되어 있다. 이제 곧 반영구적이면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빛이 나오면서도 뜨겁지 않은 고효율의 백색 발광다이오드가 우리 가정에서 조명으로 쓰일 날이 멀지 않았다.

이외에도 질화물 반도체로는 파장이 짧은 반도체레이저를 만들 수 있어서 적색반도체레이저를 쓰고 있는 현재의 DVD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또 질화물반도체를 이용한 대용량 정보저장 장치의 개발로 신용카드 크기의 디스크로 세 시간 짜리 영화 한편을 감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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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재중 박사후과정
  • 김낙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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