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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약 도전정신으로 플라스틱 태양전지 개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마을에 의약품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쉽게 상하는 의약품이라면 냉장 보관을 해야겠지요. 전기가 없으면 나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만약 가볍고 싼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낙타에 달아 전기를 만든다면 이런 고민도 끝입니다.”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고분자 유기물인 풀러렌을 이용한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실리콘을 사용하는 무기물 태양전지에 비해 값이 싸고 가볍고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차세대 저가형 태양전지로 주목 받고 있다.

“저개발국가의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입니다. 가난한 나라에 값싼 태양전지를 공급할 수 있다면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성장할 기반이 생깁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가난한 나라에는 다행히 햇빛이 풍부해, 저렴한 플라스틱 태양전지만 공급된다면 에너지 자립이 먼 얘기가 아닐 겁니다.”
 

휘거나 접을 수 있는 값싼 태양전지
현재 사용하는 태양전지의 90%는 실리콘 태양전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실리콘 태양전지는 에너지 전환 효율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가격도 비싸다.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대안 중 하나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만드는 법이 복잡해 가격을 낮추기 힘들지만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어 가격이 싸다.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는 전력 1W당 제조비용이 3000원 정도로 화력발전이나 수력발전에 비해 3~10배 높습니다. 이에 비해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1W당 제조비용이 120원에 불과할 정도로 싸죠.”
이 교수가 이끄는 유기광반도체 연구실은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제조비용을 더욱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태양전지를 ‘인쇄’하는 것이다.

“잉크젯 프린트로 인쇄하듯이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기 쉽고, 가격도 쌉니다. 태양전지소자를 용액상태로 뿌려 만들기 때문에 마음대로 휘거나 접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 있지요.”

이런 장점을 이용해 휴대용 전자신문, 휴대전화, 입는 컴퓨터, 창문형 태양전지, 방한 의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한다면 사막에서 낙타에 태양전지를 달아 의약품을 운반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지금껏 플라스틱 태양전지가 널리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효율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금속이나 반도체에 비해 전기가 잘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2007년 연구실에서는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됐는데, 당시 1~2%에 불과했던 효율을 6.5%까지 높였다. 비밀은 이층으로 포갠 태양전지 패널이었다. 햇빛의 일부만 흡수하던 기존의 태양전지와 달리 포개진 각각의 태양전지가 가시광과 적외선 영역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빛을 흡수해 더 많은 전기를 만든다.

2009년에는 단층구조로 된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효율을 6%까지 높여 과학저널 ‘네이처 포토닉스’에 실었다. 얇은 두께에서도 빛을 잘 흡수하는 물질인 폴리카바졸 유도체와 티타늄산화물을 합한 새로운 물질로 태양전지의 효율을 더욱 높였다.

“플라스틱 태양전지가 널리 사용되는 효율 수준을 10%로 잡고 있습니다. 연구를 거듭해 현재 효율을 7~8%까지 끌어올렸고, 5년 뒤 10%는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엉뚱한 시도 비웃자, “너는 해봤어?”
연구실의 플라스틱 태양전지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성과가 있기까지 ‘도전정신’과 ‘열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보통 플라스틱의 분자 구조는 사슬처럼 복잡하게 엉켜 있어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요. 전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 분자 구조를 한 방향으로 펼 필요가 있었어요. 이 문제를 학생들에게 해결해보라고 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실험실에 가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거예요. 한 학생이 엉킨 분자 구조를 펴겠다고 머리카락을 펴는 파마약을 넣었던 거예요. 주변 학생들이 웃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이 교수가 학생을 나무랄 줄 알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비웃던 학생에게 ‘너는 해봤냐?’라고 되묻고, 파마약을 넣은 학생을 칭찬했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전정신과 열정이 보였거든요. 결국 그 학생은 적층형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물질을 찾았습니다. 태양전지를 쌓을 때 중간에 끼우는 물질을 발견한 것이지요.”

엉뚱하게 보일지라도 일단 시도해 보는 도전정신과,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이 어우러져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도전정신과 열정을 갖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생은 유기광반도체 연구실에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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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광주=김종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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