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에 서식하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진드기들이 침대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콘돔의 사용은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의 예방은 물론 천식 피부염 콧물 등 알레르기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색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집안 곳곳의 먼지속에서 살고 있는 진드기들이 바로 알레르기질환 유발의 주범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의약품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기질환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영국의 경우 성인 2백만명과, 10명 가운데 한명꼴의 어린이가 알레르기천식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최근의 한 역학연구자료에 따르면 천식은 진드기무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정상적인 사람 가운데 5~30%가 진드기에 대해 알레르기반응을 보인 반면 천식환자들의 경우는 45~85%나 반응을 보인 것이다.
가정에서 진드기가 특히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은 침대인데, 이곳은 습기가 많고 음식물이 풍부해 진드기들에게 최적의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진드기가 가장 좋아 하는 음식물은 침구나 매트리스에 말라붙어 있는 인간의 정액이라고 한다. 콘돔이 알레르기질환을 예방해준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한 침구에 떨어져 있는 사람의 피부표피도 이들의 먹이가 된다. 침구류가 진드기의 좋은 서식처라는 것은 파푸아 뉴기니의 한마을에 담요가 처음으로 도입되자 천식 발병률이 50배나 증가한 사실로도 증명된다.
진드기에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비닐로 만든 매트리스커버를 사용하거나 침구를 자주 뜨거운 물로 세탁하는 등 진드기퇴치를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기도 한다. 매일 밤 전기담요를 여덟시간 동안 켜두었더니 한달만에 매트리스에 붙어 있던 진드기의 수가 반으로 줄었다는 실험결과도 나왔다. 이것은 아마 전기담요가 침대를 따뜻하고 건조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은 지 10년미만인 새집일수록 절연재와 중앙난방설비의 상태가 좋아 진드기의 수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대를 더 이상 진드기들의 가장 매력적인 주거지로 만들지 않는 것이 진드기퇴치의 첩경인듯 하다. 피부표피와 빠진 머리카락도 진드기의 먹이가 되지만 가장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물은 정액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상인의 1회 사정액은 3.5㎖, 건조중량으로 2백80㎎쯤 된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존슨 및 에버릿교수의 저서에 따르면 부부는 평균 1주일에 두번꼴로 성행위를 하며 적게 잡아도 사정액의 절반은 중력때문에 침대로 떨어진고 한다. 결국 매주 3백~5백㎎의 정액이 침대속으로 스며들어 진드기들에게 좋은 먹이를 제공해 주는 셈이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 정액이 묻지 않은 매트리스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진드기의 산란율은 저하되었고 같은 매트리스에 건조한 정액을 묻혀두자 산란율이 두배로 상승했다고 한다.
진드기는 크기가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집안 구석구석 서식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알레르겐을 만들어 전달한다. 피부염을 발생시키는 한 진드기무리는 여섯가지가 넘는 알레르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알레라겐은 크게 세그룹으로 나누어지는데 I그룹은 동물의 배설물속에서 발견되는 당(糖)단백질이고 II와 III 그룹은 이보다 크기가 작은 단백질이다. 진드기에 알레르기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그룹의 알레르겐에 대하여 항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는 각 그룹 알레르겐 항원이 표준화작업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