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재미의 핵심은 경쟁이다. 경쟁이 없다면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은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가 아니라 자정에 가까울 것이다. 세계적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을 부른 미국 CBS의 ‘서바이버’는 무인도에서 게임을 통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100만 달러를 가져가는 형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선 출연자들이 경쟁하며 느끼는 고민과 갈등에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이 인기가 많다. 각기 다른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승리 전략도 다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필승 전
략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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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는 다양한 인종, 직업, 성격을 가진 남녀 16명의 참가자가 모든 것이 부족한 오지에서 원시 생활을 체험한다. 초반에는 두 부족으로 나뉘어 게임한다. 게임에 이긴 부족에겐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특전이 주어지며, 지는 부족은 부족원 중 한 명을 탈락시킨다.
탈락자는 부족회의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마지막 두 명이 남으면 탈락한 사람으로 구성된 배심원의 최종 투표로 우승자를 가린다.
서바이버에서 승리하려면 전략과 동맹이 있어야 한다. 게임 초반 부족 간 게임에 이기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졌을 때 탈락되지 않기 위해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초반 탈락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맹이다. 한 팀에 8명이 있기 때문에 4명이 합의해 서로를 보호한다면 초반 탈락할 염려가 없다. 이런 동맹에 성공하기 위해선 부족원에게 도움이 되고, 헌신적이고 믿음직한 인상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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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게임에서 실력이 없고 믿음직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탈락된다. 부족게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이 없는 사람과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 둘 중엔 누구를 떨어트리는 것이 도움이 될까.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을 떨어트리는 게 낫다. 게임을 잘하더라도, 언제 배신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연자가 줄어 개인 간 게임으로 바뀌면 전략이 달라진다. 게임에서 매번 이기는 압도적인 승자가 되는 전략이 있고 반대로 압도적인 패자가 돼 승자가 위협요소로 인식하지 않게 하는 전략이 있다. 애비너시 딕시트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게임이론을 소개한 ‘전략의 탄생’이란 책에서 이 전략을 ‘전략적 포기’라고 이름 지었다.
2000년 서바이버 첫 시즌에서 우승한 리처드는 딱히 장점이 없었다. 체력이 좋지 않으며, 인기가 많지도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 3인에 든 리처드는 전역한 해군 장교 출신의 루디, 래프팅 가이드를 하는 매력적인 여성 켈리와 함께 ‘장대에서 오래 버티기’ 게임을 했다. 오래 버티기에서 이긴 사람은 결승에 진출하며, 결승에서 붙을 나머지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두 명을 놓고 탈락한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이 토론을 거쳐 최종 우승자를 결정한다.
여기서 오래 버티기는 단순한 지구력 대결만이 아니다. 피 튀기는 두뇌게임도 함께 있다.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사람은 루디였다. 만약 루디가 결승에 진출하면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따라서 리처드는 루디보다는 켈리와 결승을 치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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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에서는 단순한 육체 게임만이 아닌 치밀한 두뇌 게임도 같이 벌어진다.]
먼저 리처드가 오래 버티기에서 켈리와 루디를 이겨 켈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루디가 오래 버티기에서 이겨 켈리와 리처드 중 아무나 선택해 우승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켈리가 오래 버티기에서 이겨 리처드를 선택하는 경우로 모두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이 시나리오를 비교하면 리처드는 오래 버티기에서 지는 것, 전략적 포기를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리처드가 오래 버티기에서 이겨 루디를 선택해도 결승 투표에서 인기가 좋은 루디를 이기긴 힘들다. 그리고 켈리를 선택한다고 해도 이기긴 힘들다. 루디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리처드가 좋지 않은 평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켈리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
따라서 리처드가 이기기 위해선 켈리가 오래 버티기에서 우승해야 한다. 결국 오래 버티기에서 켈리는 이겼고, 그녀는 당연히 루디 대신 리처드를 선택했다. 리처드는 루디를 지지하는 사람들 덕분에 100만 달러를 얻으며 우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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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는 한국 최고의 가수 7명이 대결해 한 달에 한 번 탈락자를 낸다. 경쟁이라는 요소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는 측면도 중요하다. 서바이버보다는 경쟁이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나는 가수다를 새로 맡은 MBC 신정수 PD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나는 가수다’로 이름을 바꿨다”라며 “시청자에게 감동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는 경쟁이 핵심이며 승리를 위해, 탈락하지 않기 위해 가수들은 부단히 전략을 짜고 있다.
대결의 승패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현장공개방송에 참여한 세대별 100명씩 총 500명의 청중이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보증해주는 관객인 동시에 참가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게임의 참여자다. 가수들은 이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전략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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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는 1위에 한 표를 행사했지만 지금은 3명에게 투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가장 뛰어난 1명에게 표를 주는 방식이다 보니 정작 최하위를 가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참가자 3명, 청중이 100명이 있다고 하자. A, B, C 3명의 참가자 중 A라는 사람을 뽑았지만 B, C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A와 B가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가졌고, C가 그에 못 미칠 때 C가 1등이 되고 A와 B 중 한 명이 떨어질 수도 있다. A와 B가 C보다 더 실력이 있다고 하는 사람이 66명, C가 더 실
력이 있다고 한 사람이 34명이 있다. 하지만 1인 1표를 투표하기 때문에 A와 B에 반씩 나뉘어 33명이 찍게 된다면 C가 34명의 표를 받아 1등이 된다. 가수의 노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
그런데 과연 3명에게 투표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까. 게임이론을 전공한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인 3표제는 배제 투표가 가능해져 가장 뛰어난 가수를 뽑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편의를 위해 김 씨는 A, B, C 3명 중 2명에게 투표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김 씨가
생각하는 노래실력이 A>;B>;C 순이지만 A와 B의 실력이 비슷하고, C는 확연히 떨어진다. 이럴 때 김 씨가 A를 우승시키고 싶다면, A와 C에게 투표해야 한다. B가 A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제도가 변한 뒤 이제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1등으로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세 명이 투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다음과 같은 표로 설명할 수 있다. A를 1등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김 씨와 이씨가 A와 C를 선택하고, B를 좋아하는 박 씨가 B와 C를 선택하면 B가 C보다 실력이 좋다고 해도 B가 탈락한다. 그리고 정작 우승은 C가 한다.
따라서 가수들은 청중이 다음 방송에서도 보고 싶게 만드는 감동을 전달해야 한다. 무대에 소품을 준비하거나 자신만의 감동적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함께 전한다. 그리고 편하게 노래를 부르기 보단 고음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앞세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중에게 미운털이 박혀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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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K가 나는 가수다와 다른 점은 아마추어가 나온다는 것 뿐이 아니다. 참가자가 우승을 위해 택하는 전략도 다르다. 청중만이 아니라 전문가가 우승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수정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심사위원 역할뿐만 아니라 상담자, 코치, 트레이너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의 멘토를 맡은 위대한 탄생이 이런 면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한순구 교수는 “전문가가 참가자와 깊게 연관돼 있으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라며 “부정이 발생할 수 있어 공정하게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멘토가 자신의 제자의 경쟁자라고 여겨지는 참가자에게 점수를 적게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점수는 탈락자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이 없었다. 김태원의 제자인 손진영은 1, 2, 3차전 모두 심사위원 점수가 가장 낮았지만 시청자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탈락하지 않았다. 심사위원의 점수가 30%, 실시간 투표 70%로 정해져 있지만 심사위원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의 편차가 크지 않아 심사위원 점수는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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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의 실제 심사위원 점수를 보면 1등과 12등의 점수 차는 0.725점이다. 심사위원점수의 실제 반영비율은 심사위원반영비율과 점수편차를 곱하면 알 수 있는데, 0.3×0.0725=0.0225로 2.25%에 불과했다. 시청자 최고 점수와 최저점수의 차이를 감안해도 심사위원 점수
가 실제 결과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심사위원과 제자들과의 관계는 시청자의 투표 경향에 많은 영향을 줬다. 멘토에 대한 선호에 따라 시청자가 투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위대한 탄생의 투표 방식이 좋아하는 후보보다 싫어하는 후보를 탈락시키는 데 더 적합해 가속됐다. 위대한 탄생의 투표방식은 한 도전자에게 중복 투표할 수 없지만 여러 도전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다중투표가 가능하다. 따라서 사실상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뽑는 투표와 비슷해졌다. 나는 가수다보다 더 극단적인 배제 투표가 가능해졌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투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참가자가 승리하기 위해선 시청자가 좋아하는 멘토를 선택하거나,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노래실력보다는 외적 요인에 의해 투표하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외인구단이라는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샀던 김태원의 제자 3명은 빅4까지 갔고 제자 2명이 결승을 치르게 됐다.
노래 실력보다 외적인 요소에 의해 우승자가 달라지는 이유는 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K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중적 감동의 코드를 흥행의 요소로 크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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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이 참가자와 깊게 연관되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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략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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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는 다양한 인종, 직업, 성격을 가진 남녀 16명의 참가자가 모든 것이 부족한 오지에서 원시 생활을 체험한다. 초반에는 두 부족으로 나뉘어 게임한다. 게임에 이긴 부족에겐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특전이 주어지며, 지는 부족은 부족원 중 한 명을 탈락시킨다.
탈락자는 부족회의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마지막 두 명이 남으면 탈락한 사람으로 구성된 배심원의 최종 투표로 우승자를 가린다.
서바이버에서 승리하려면 전략과 동맹이 있어야 한다. 게임 초반 부족 간 게임에 이기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졌을 때 탈락되지 않기 위해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초반 탈락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맹이다. 한 팀에 8명이 있기 때문에 4명이 합의해 서로를 보호한다면 초반 탈락할 염려가 없다. 이런 동맹에 성공하기 위해선 부족원에게 도움이 되고, 헌신적이고 믿음직한 인상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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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게임에서 실력이 없고 믿음직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탈락된다. 부족게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이 없는 사람과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 둘 중엔 누구를 떨어트리는 것이 도움이 될까.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을 떨어트리는 게 낫다. 게임을 잘하더라도, 언제 배신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연자가 줄어 개인 간 게임으로 바뀌면 전략이 달라진다. 게임에서 매번 이기는 압도적인 승자가 되는 전략이 있고 반대로 압도적인 패자가 돼 승자가 위협요소로 인식하지 않게 하는 전략이 있다. 애비너시 딕시트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게임이론을 소개한 ‘전략의 탄생’이란 책에서 이 전략을 ‘전략적 포기’라고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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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래 버티기는 단순한 지구력 대결만이 아니다. 피 튀기는 두뇌게임도 함께 있다.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사람은 루디였다. 만약 루디가 결승에 진출하면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따라서 리처드는 루디보다는 켈리와 결승을 치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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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버에서는 단순한 육체 게임만이 아닌 치밀한 두뇌 게임도 같이 벌어진다.]
따라서 리처드가 이기기 위해선 켈리가 오래 버티기에서 우승해야 한다. 결국 오래 버티기에서 켈리는 이겼고, 그녀는 당연히 루디 대신 리처드를 선택했다. 리처드는 루디를 지지하는 사람들 덕분에 100만 달러를 얻으며 우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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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는 한국 최고의 가수 7명이 대결해 한 달에 한 번 탈락자를 낸다. 경쟁이라는 요소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는 측면도 중요하다. 서바이버보다는 경쟁이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나는 가수다를 새로 맡은 MBC 신정수 PD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나는 가수다’로 이름을 바꿨다”라며 “시청자에게 감동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는 경쟁이 핵심이며 승리를 위해, 탈락하지 않기 위해 가수들은 부단히 전략을 짜고 있다.
대결의 승패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현장공개방송에 참여한 세대별 100명씩 총 500명의 청중이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보증해주는 관객인 동시에 참가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게임의 참여자다. 가수들은 이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전략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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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는 1위에 한 표를 행사했지만 지금은 3명에게 투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가장 뛰어난 1명에게 표를 주는 방식이다 보니 정작 최하위를 가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참가자 3명, 청중이 100명이 있다고 하자. A, B, C 3명의 참가자 중 A라는 사람을 뽑았지만 B, C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A와 B가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가졌고, C가 그에 못 미칠 때 C가 1등이 되고 A와 B 중 한 명이 떨어질 수도 있다. A와 B가 C보다 더 실력이 있다고 하는 사람이 66명, C가 더 실
력이 있다고 한 사람이 34명이 있다. 하지만 1인 1표를 투표하기 때문에 A와 B에 반씩 나뉘어 33명이 찍게 된다면 C가 34명의 표를 받아 1등이 된다. 가수의 노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
그런데 과연 3명에게 투표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까. 게임이론을 전공한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인 3표제는 배제 투표가 가능해져 가장 뛰어난 가수를 뽑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편의를 위해 김 씨는 A, B, C 3명 중 2명에게 투표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김 씨가
생각하는 노래실력이 A>;B>;C 순이지만 A와 B의 실력이 비슷하고, C는 확연히 떨어진다. 이럴 때 김 씨가 A를 우승시키고 싶다면, A와 C에게 투표해야 한다. B가 A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제도가 변한 뒤 이제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1등으로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세 명이 투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다음과 같은 표로 설명할 수 있다. A를 1등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김 씨와 이씨가 A와 C를 선택하고, B를 좋아하는 박 씨가 B와 C를 선택하면 B가 C보다 실력이 좋다고 해도 B가 탈락한다. 그리고 정작 우승은 C가 한다.
따라서 가수들은 청중이 다음 방송에서도 보고 싶게 만드는 감동을 전달해야 한다. 무대에 소품을 준비하거나 자신만의 감동적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함께 전한다. 그리고 편하게 노래를 부르기 보단 고음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앞세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중에게 미운털이 박혀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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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K가 나는 가수다와 다른 점은 아마추어가 나온다는 것 뿐이 아니다. 참가자가 우승을 위해 택하는 전략도 다르다. 청중만이 아니라 전문가가 우승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수정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심사위원 역할뿐만 아니라 상담자, 코치, 트레이너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의 멘토를 맡은 위대한 탄생이 이런 면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한순구 교수는 “전문가가 참가자와 깊게 연관돼 있으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라며 “부정이 발생할 수 있어 공정하게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멘토가 자신의 제자의 경쟁자라고 여겨지는 참가자에게 점수를 적게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점수는 탈락자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이 없었다. 김태원의 제자인 손진영은 1, 2, 3차전 모두 심사위원 점수가 가장 낮았지만 시청자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탈락하지 않았다. 심사위원의 점수가 30%, 실시간 투표 70%로 정해져 있지만 심사위원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의 편차가 크지 않아 심사위원 점수는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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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의 실제 심사위원 점수를 보면 1등과 12등의 점수 차는 0.725점이다. 심사위원점수의 실제 반영비율은 심사위원반영비율과 점수편차를 곱하면 알 수 있는데, 0.3×0.0725=0.0225로 2.25%에 불과했다. 시청자 최고 점수와 최저점수의 차이를 감안해도 심사위원 점수
가 실제 결과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심사위원과 제자들과의 관계는 시청자의 투표 경향에 많은 영향을 줬다. 멘토에 대한 선호에 따라 시청자가 투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위대한 탄생의 투표 방식이 좋아하는 후보보다 싫어하는 후보를 탈락시키는 데 더 적합해 가속됐다. 위대한 탄생의 투표방식은 한 도전자에게 중복 투표할 수 없지만 여러 도전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다중투표가 가능하다. 따라서 사실상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뽑는 투표와 비슷해졌다. 나는 가수다보다 더 극단적인 배제 투표가 가능해졌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투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참가자가 승리하기 위해선 시청자가 좋아하는 멘토를 선택하거나,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노래실력보다는 외적 요인에 의해 투표하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외인구단이라는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샀던 김태원의 제자 3명은 빅4까지 갔고 제자 2명이 결승을 치르게 됐다.
노래 실력보다 외적인 요소에 의해 우승자가 달라지는 이유는 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K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중적 감동의 코드를 흥행의 요소로 크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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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이 참가자와 깊게 연관되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
슈퍼스타K를 제작한 김용범 엠넷 PD는 “수백만 명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슈퍼스타K에 참가 신청을 한다”며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하나씩 찾아내 노래와 함께 쟁반에 담아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게 바로 내 역할”이라고 했다. 노래만이 아니라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만한 이야기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한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기기 위해선 실력에 더해 감동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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