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개교한 대구과학고는 대구 시내에 쭉 뻗은 동대구로에 자리한다. 대구과학고는 올해 영재고로 전환해 첫 신입생을 선발하며 큰 변화가 일어났다. 거경전형과 궁리전형으로 나눠 치른 두 가지 전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영재고 전환 후 달라진 학교생활을 듣고자 구교석 교무기획부장을 만났다.
올해부터 영재고로 전환했다. 영재고로 전환되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영재고 취지에 걸맞게 입시나 실적 위주의 운영에서 벗어나, 좀 더 체계적이고 양질의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실험 연구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 과학영재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타 영재고와 비교해 교육과정에서 어떤 차별화를 두고 있는가?
창의적 사고력 학습 과정을 차별적으로 진행한다. 현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공계 선배들을 초청해 워크샵을 한다. 교수, CEO를 비롯한 사회저명인사를 통해 전문가의 생생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또 리더십 150시간, 사회봉사 150시간을 배정해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 이미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식 전에 리더십-특허 캠프를 진행했다.
대구과학고에서 원하는 인재상, 학생상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인 거경궁리(居敬窮理)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중시하던 학문 수양의 두 가지 방법에서 가져온 용어다. ‘거경’이란 학문을 통해 행복하고 도덕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궁리’는 진리를 배우고 탐구하며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성장 가능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서 즐겁게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으로 키우려 한다. 의사가 되고 과학자가 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학생이 나중에 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다.
올해 타 영재고에서 입학사정관제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을 별도로 신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과학고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인 거경전형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 없는가?
거경전형에서는 입학사정관제로만 선발하고 있다. 지난 입시에서 30%의 인원을 선발했는데, 인원 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궁극적으로 입시 전형을 어떤 모습으로 갖고 가고자 하는가?
현재 입학사정관제의 장점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 창의성, 인성, 도덕성, 탐구심, 호기심, 성장 가능성 등을 더 철저하게 평가하는 전형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대구과학고 구교석 교무기획부장]
지난 입시에서 거경전형으로 신입생의 30%를 선발했다. 서류와 면접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모두 검증할 수 있는가?
거경전형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발전 가능성을 중요하게 본다. 확실한 진로 목표를 갖고 관심분야에 열정을 쏟은 학생, 자신의 소질과 특기를 신장시킨 학생, 평소 독서를 많이 해서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을 선발했다. 또한 학생이 처한 교육환경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했다.
1단계 서류전형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학생기록부에서 수학, 과학 성적을 중심으로 교과 성적 전체를 본다. 세부 점수를 정량화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영재성 입증자료에서 바뀌는 부분이 있는가?
영재성 입증자료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 기록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요구하는 서류다. 단순히 학업 내용을 정리해놓은 건 의미가 없다. 또 학원의 도움을 받거나 공동작업으로 이름만 올리는 경우는 면접에서 다 밝힌다. 지난 입시에서 수험생이 제출한 영재성 입증자료의 양이 너무 많아서 서류를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올해는 그 분량을 수 페이지 내로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올림피아드 입상이나 영재원 수료 이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가?
두 가지 모두 평가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가급적 서류에 기재하지 말라고 공지할 것이다. 만약 서류에 해당 내용을 기재할 경우, 모두 검은색펜으로 칠해서 가리고 평가할 계획이다.
거경전형에서 면접은 어떻게 치르는가?
면접에서는 개별면접, 집단면접, 에세이 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자의 잠재력과 수학능력을 검증한다. 개별면접에서는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집단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의 협동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살펴본다. 구체적인 진행은 학생별, 상황별로 다르게 구성하므로 올해도 또 다른 형태의 질문이 나올 것이다. 전형도구를 비롯해 거경전형의 세부적인 진행방법은 사교육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궁리전형에서는 2단계에서 기초소양 검사와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를 실시했다. 두 시험은 각각 어떻게 치르는가?
기초소양 검사는 중학교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우리 학교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이 갖춰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언어, 수학, 과학의 3영역을 150분 간 푼다.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는 수학, 과학에서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한다. 수학, 과학 시험을 각각 100분씩 치른다. 수학과 과학의 통합, 과학 각 영역의 통합 문제가 출제된다. 선행학습을 얼마나 해왔는가 보다는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해왔는지가 중요하다.
3단계 과학 창의성 전형에서는 2단계 전형을 통과한 150여명(약 2.4배수)이 참가했다. 구체적인 평가는 어떻게 진행했는가?
2단계에서 ‘결과’를 평가하는 데 반해, 3단계 캠프 전형에서는 ‘과정’을 본다. 1박2일 동안 조별탐구, 개별탐구, 개별면접, 집단토론, 개별연구를 프리젠테이션, 면접, 실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했다. 예를 들어, 오개념에 대한 자료를 주고 그에 대한 해석을 시키기도 했다.
2단계에서 ‘결과’를 평가하는 데 반해, 3단계 캠프 전형에서는 ‘과정’을 본다. 1박2일 동안 조별탐구, 개별탐구, 개별면접, 집단토론, 개별연구를 프리젠테이션, 면접, 실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했다. 예를 들어, 오개념에 대한 자료를 주고 그에 대한 해석을 시키기도 했다.
올해 신입생들의 지역별 비율, 남녀 비율은 대략 어떻게 되는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40명, 대구, 경북 지역에서 22명,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30명 등을 선발했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81명, 여학생이 16명 입학했다.
학생들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교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는가?
입학 전에 각종 강의,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예비학교를 열었다. 방학 때 이미 예비 신입생들의 적응교육과 리더십-특허 캠프까지 총 4주의 교육을 마쳤다. 평소에는 상담 기능을 강화해 전문상담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상담실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학생 3~4명과 교사 1명이 팀을 이뤄서 연구활동을 펼치는데, 그 안에서도 학생들의 고민이나 진로 문제를 자연스레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예체능 동아리 활동을 장려해 다양한 기회를 열고, 봉사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앞으로 진학, 진로 지도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할 수 있도록 창의성 연구 활동을 장려한다. 국내외 대학에서 현장 연구를 체험하고, 동아리에서 실험활동을 펼치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 내용을 개인별로 포트폴리오화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